나 SF를 배경으로 한 호모물이 좋은가봐.
이번 달 궁팡 때는(궁팡이라 적었지만 구매 예정처는 알라딘) 뭘 살까 고민하다가(안 사도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음)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전자책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우주에 명성이 자자한 영웅이긴 한데 사고를 치는 것도 전 우주급인 루시퍼드 오스카슈타인 대위가 좌천되어 부임한 외딴 행성 버밀리온이 알고 보니 좌천지가 아닌 것 같아?! 하는 장편 모험 대작이다. BL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19금 딱지는 붙지 않은 보기 드문(?) 작품이고 전개가 한없이 느린 것이 단점이지만 먼치킨 주인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서로 모으는 작품 중 하나인데 한국인으로서 한국어가 더 편한 건 당연한 일인지라 이렇게 전자책으로 나온 걸 보니 완결까지 내 주려나 싶어서 구매 고려 중이다. 근데 이 책의 연재 속도를 생각하면(매번 어디까지 샀는지 확인하고 사야할 지경)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는 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아무튼 고민 중이다.
꾸준히 모으고 있는 또 다른 SF물은 청의 궤적 시리즈. 위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아직 진행 중인 대하 장편 BL. (책장에 자비 좀 ㅠㅠ 심지어 얜 문고판도 아님 ㅠㅠ/카덴차 7로 시리즈 완결이란 얘기가 있는데 그렇다면 다행인데…) 본능에 충실한 육체파 용병 산시로와 육체의 쾌락에 민감하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이성을 앞세우는 카이의 조합이 스팍커크 같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타공인 문과 특화형 인간이 SF 호모물을 왜 좋아하나 생각해 봤는데, 우주의 힘으로 뭐든 가능한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주인공들이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밝고 희망적인 세계관인 것도 좋다.(SF라도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싫어함) 이왕 즐거움을 추구할 거면 최대로 추구하는 게 좋으니까.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원서는 원서고 전자책도 사야겠다. 아, 양심. 아.
+ 오랜만에 청의 궤적 드라마 씨디 듣는데 내가 스팍커크에서 좋아하는 설정 여기 다 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함선의 정상화를 위해 서로 죽네 사네 하는 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장면 1
“야, 이제 좀 앉지? 그렇게 뻣뻣한 자세로 서 있는 걸 보니, 내 어깨가 다 뭉치는 기분이야. 너 아버지의 권유로 이 배에 탔다고 했지? 혹시 파더 콤플렉스라도 있는 거야? 교육을 잘 받고 자란 것치고는 성격도 급하고, 과격한 면이 있단 말이지. 나, 네 그런 면이 꽤 마음에 들어. 로드는 널 보면서 비밀이 많다는 둥, 침착하고 냉정하다는 둥 하는데, 알고 보면 단순한 성격이잖아.”
“제게 그렇게 말한 건 산시로가 처음입니다.”
장면2
“너 치사하다. 이럴 때만 존댓말을 쓰다니.”
“에?”
“여태 반말 잘 하다가 예전처럼 정나미 떨어지는 말투로 돌아가면, 기껏 정든 고양이한테 속은 기분이 든다고.”
“하?”
“왜 그런 맹한 표정이야?”
“에? 아…”
“아우, 정말! 그냥 농담한 건데, 그걸 생각하고 있냐?”
“그래도 전…”
“하… 농담에 반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면 내가 알려줄게. 내가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같네’라고 하면 ‘누구더러 고양이라는 거야?’하면서 어깨를 툭 치란 말이야. 여기서 포인트는 멈칫하지 말고 바로 받아치는 거라고. 알았어?”
“아… 네.”
“뭘 또 고분고분 대답하고 있어!”
장면3
“넌 내 실력을 믿는 모양인데 날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좋아.”
“과대평가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으려는 당신의 생존본능을 믿고 있는 것뿐이죠.”
“나도 죽기 싫으니까 필사적이었을 뿐이야! 하지만 그 중 몇 가지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아마 움직이기야 하겠지만 근거라고 해 봐야 내 감일 뿐이야.”
(두 사람 대화 중략)
“그럼 내 감과 날 믿는다는 네 잘나빠진 정신머리에 걸어 볼까.”
스팍커크나 산시로카이나… 공수만 전환됐지 캐릭터 성격은 거기서 거기잖아… 야이…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