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7장: 열여덟 살 -1-)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류트 연주에서 손을 뗀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스팍의 손가락은 기억하고 있었다. 스팍은 무릎 위에 악기를 얹어 자세를 잡고 섬세한 현을 뜯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저 연습일 뿐 제대로 된 연주는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낮은 소리에 스팍은 일부러 손을 끝으로 움직여 높은 소리를 냈다.

문이 열려서 스팍은 즉시 연주를 멈추고 짐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방을 내팽개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짐은 금세 거실로 들어왔다.

“연주하고 있었네.”

짐이 웃었다.

“잘 돼?”

이처럼 애매한 질문에 대답하는 건 늘 어려웠다. 연습을 많이 했나? 그렇지 않다. 전문 교육을 받았나? 그것도 아니다. 어릴 때 연주를 하는 것을 들은 스팍의 부모님이 칭찬을 했나? 어머니는 하셨다. 사실 다음에 어머니와 통신할 때는 듣고 싶은 곡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주관적인 질문이네.”

그게 스팍의 대답이었다.

짐이 스팍에게 눈을 흘기더니 스팍의 옆자리에 앉아 스팍을 바라보았다.

“나한테도 아무 거나 연주해 줘.”

스팍은 얼굴을 찌푸리기만 하고 가만히 있었다. 놀림을 당할 게 분명했다. 이번에도 피할 구실을 찾았다.

“난 지구의 노래는 몰라.”

벌칸 류트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곡이 없기는 했다.

짐이 웃었다. 밝고 아름답게.

“괜찮아. 뭐라도 들려 줘.”

순간 계속 거절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짐은 진심처럼, 진솔해 보였다. 스팍이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는 오래 전부터 불리던 단순한 멜로디의 벌칸 자장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를 하면서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꼭 고향인 벌칸이 떠오르는 곡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몇 분쯤 연주하고 있는데 짐이 입을 열었다.

“아름답다.”

스팍이 연주를 멈추자 짐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징징거렸다.

“왜 멈춰.”

짐이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런 곡을 들은 인간들은 그런 반응을 보였다.

스팍이 계속 연주했다. 현의 부드러운 소리가 거실을 채웠다.

스팍이 연주를 마치고도 몇 분이 지나서야 짐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잘한다.”

스팍의 볼이 조금은 달아올랐을까.

“고마워.”

***

그 여자애의 이름은 마사였다. 짐이 유별나게 좋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스팍이 있으니 집으로 데려오는 일은 없었지만,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일은 잦았다. 짐과 그 여자애는 공식적으로 2주를 사귀더니 헤어졌다. 스팍은 도의상 물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위로가 필요해?”

짐은 침대에 누운 채로 어깨를 으쓱하고 패드만 쳐다보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스팍도 신발을 벗지 않은 짐을 나무라지 않았다. 짐은 대자로 누웠고 스팍은 문가에 섰다.

“난 괜찮아.”

지구의 문학이나 TV 프로그램에서는 인간의 이별이란 것이 그렇지 않다고들 하는데 스팍은 그 문제를 파고들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지도 알 수 없었다. 짐이 특정한 누군가와 사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전에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니 그 여자애에게는 어느 정도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짐은 특별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고 계단을 오르면서도 스팍에게 평소처럼 가볍게 말을 걸었다. 스팍이 자리를 뜨려는데 짐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

스팍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짐이 패드를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았다.

“나랑… 영화 같은 거라도 볼래…?”

짐이 원하던 위로는 그런 것이겠지.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스팍은 문가에 서서 짐이 침대에서 내려와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이불을 챙길 때까지 기다렸다. 스팍이 눈썹 하나를 들어 올렸지만 짐은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짐은 초록색 이불을 품에 안고 스팍을 따라 나왔다.

주방을 지나던 짐이 물었다.

“팝콘 만들어 줄래?”

짐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서 스팍이 즉시 알겠다고 했다. 합성기에 조리법이 담긴 칩을 넣었는데 짐이 저쪽에서 소리를 질렀다.

“젓가락도 가져와! 나만 먹기 싫으니까.”

그래서 스팍은 서랍에서 젓가락을 챙겼다. 짐은 스팍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스팍은 스팍이 들기에는 뜨거운 금속 대접을 들고 왔고 짐은 스팍이 앉을 수 있도록 이불을 들어 소파 한쪽을 내어줬다. 스팍은 특별히 이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짐이 상관 않고 이불을 덮어준 바람에 둘은 한 이불을 무릎에 얹고 앉게 됐다. 스팍이 짐의 무릎 위에 대접을 올려놓았다. 대부분은 짐이 먹을 테니까. 짐이 스팍에게 붙어 앉으며 소리쳤다.

“컴퓨터, 영화 목록 열어줘.”

목록이 떠올랐다. 지금 같은 상황에 어떤 것이 정확할지 알 수 없어서 스팍은 짐이 고르게 내버려 두었다.

짐은 꽤나 오래된 영화를 선택했는데, 화질이 조금 흐리고 영장류들이 지구를 차지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짐이 투덜댔다.

“마사는 남자 영화를 절대 안 보려고 하더라고. 정말 짜증난다니까.”

스팍은 ‘남자 영화’가 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짐이 평소 보는 영화를 가리킨다면 스팍도 마사의 의견과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스팍은 영화가 제작된 시기를 고려할 때 영장류 영화가 조금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스팍은 불평 없이 영화를 감상하며 가끔 팝콘을 집어 먹었다. 전반적으로 버터가 과했지만 짐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괜찮았다.

***

짐은 스팍의 제안을 듣고도 일주일이나 외면했지만, 어느 날 스팍은 제 위에 올라타고 반짝거리는 눈을 뜬 채 똑바로 바라보는 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스팍이 눈을 비비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짐은 이불을 덮고 있는 스팍의 양 옆에 손을 짚고 바짝 엎드려 있었다.

“오늘 하자.”

뭔가를 결심한 목소리였다.

“벌써 30분 가까이 심란했으니까 내가 미쳐버리기 전에 하자.”
“뭘?”

스팍은 이상하게 도로 누워 자고 싶다고 생각하며 웅얼거렸다. 스팍에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짐은 너무 이른 시간에 상대하기에 어려운 존재였다.

“스타플릿에 내 지원서를 내야지!”

숫제 지극히 당연하고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라는 투였다. 그건 그랬다.

“직접 내고 싶어. 그리고 너도 같이 가면 좋겠어. 아, 사무실까지는 말고. 그럼 없어 보이잖아. 근데 샌프란까지는 같이 가 줄 수 있지? 나중에 만나서 같이 커피라도 마시면 되지 않을까? 이번 주말 전에 하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 해야 돼. 학교 가는 날에는 못하잖아. 그러니 당장 해야지. 응원해 줄 겸 갈래? 근데 남들 앞에서 손을 잡지는 말고. 물론 나야 당연히 너랑 손을 잡고 싶지만. 알지?”

짐이 숨도 안 쉬고 말을 뱉었다.

스팍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일단 내 침대에서 내려서 좀 나가 있어. 그래야 내가 일어나서 옷도 갈아입고 잠도 깨고 네 말대로 캘리포니아에도 가지.”

거기까지 말하고 잠깐 말을 멈췄던 스팍이 덧붙였다.

“직접 지원서를 내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봐.”

스팍은 뿌듯했다.

짐은 아침 햇살보다 더 밝게 웃었다. 짐이 스팍 위에서 내려가더니 방문을 활짝 열고 방을 나섰다. 스팍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문을 닫았다. 옷을 챙기고 빨리 샤워를 한 뒤 시리얼 한 그릇을 들고 짐과 함께 식탁에 앉았지만 짐은 먹으려는 시늉만 할 뿐 대개는 초조하게 패드만 들여다보았다. 스팍이 짐의 지원서를 살폈다. 훌륭해 보였다. 나중에 혼자 스타플릿에 갈 일이 생기면 제출하려는 스팍의 추천서가 없어도 제독과의 관계도 있으니 서류상으로 짐은 괜찮았다. 성적도 훌륭했고 일도 하고 있었다. …자료만 봐서는 짐이 과음을 하거나 너무 많은 여성과 시시덕거린다는 걸 알 수가 없었다.

준비를 마친 둘은 곧장 사관학교로 향했고, 스팍이 빈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동안 짐은 사무실로 갔다. 스팍도 마음 한구석에선 짐을 따라가 짐을 보호해 주고 아무 문제가 없는지 챙기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짐을 민망하게 할 게 뻔하고 짐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스팍은 기다렸다. 스팍은 패드로 읽던 문학 작품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짐이 사관학교에 다니면 어떠할지에 대한 생각만 떠올랐다. 짐은 캠퍼스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돌보미도 필요 없을 만큼 나이도 먹게 된다. 스팍은… 짐 곁에 있을 자리가 없게 된다.

짐이 스팍을 찾지 않을 때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약간이나마 스팍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작은 기회조차도 사라지는 미래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짐에게는 새로운 동거인이 생길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겠지. 둘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될 테고, 또 바로 그 사람이 앞으로 짐이 함께 영화를 보고 호버 크루저에 태우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이다. 어쩌면 체스도 둘 줄 아는 친구일지도 모른다. 스팍도 기회가 있으면 짐을 찾아가겠지만… 짐도 스팍이 찾아오는 걸 반기지 않겠지.

짐은 훤칠하고 인기도 있고, 같은 사관학교를 다녀도 스팍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승승장구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조금 위안은 됐다. 스팍은 무엇보다 짐의 성공을 바랐으니까. 비록 자신 곁에서 떠나보내야 하더라도.

20분 뒤 짐이 활짝 웃으며 나타나 스팍 옆에 앉았다.

“냈어.”
“잘했어.”
“난 우주선 함장이 될 거야.”
“넌 너무 앞서가는 경향이 있어, 짐.”

짐이 웃었다. 하지만 긴장한 모습은 간 데 없고 마음을 굳힌 듯 이전의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스팍도 긍정적인 감정을 보여주려 애쓰며 푸드 코트로 향했다. 아직 해가 중천이었고 둘은 저녁 전에는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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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폭풍 같은 18살 시작!! 에필로그와 같은 25세 챕터를 제외하면 이제 18세, 19세, 20세 챕터가 남았는데 지금까지 실제 진행률은 60%가 채 안 된다는 거… 이제부터가 진짜다!

 

좋아하는 팬픽이야 여럿 있지만 In Time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고정된 스팍 시점이고, 내용은 쌍방 삽질이며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내 취향을 모두 만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나도 어지간하다.

그나저나 In Time은 애정도에 비해 옮기는 건 이상하게 지지부진하다. 막상 붙잡으면 속도가 안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얼마나 오랜만에 옮기는지, 파일을 열었는데 어디까지 했는지 생각이 안 나서 당황했다. 기존에 했던 걸 읽어도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고, 챕터를 다 옮기기는 한 건지, 꼭 뭘 빼먹고 옮긴 것처럼 이미 옮긴 챕터도 낯설기만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꼭 완역한다고 했는데,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 아직도 탈덕 못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분간 탈덕 예정도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샌프란(San Fran)은 샌프란시스코의 애칭인데, 샌프란시스코로 옮길까 하다가 LA 사는 친구도 항상 샌프란, 샌프란 하는 걸 떠올리고는 샌프란으로 옮겼다. 스팍이라면 샌프란시스코라고 하겠지만 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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