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사진 잘 안 찍지만 왔다는 증거를 남겨보고자 찍은 사진
주경기장은 3층이 제맛!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이틀 연속 3층으로 갔다왔다. 참석하기 전에도 콘서트는 무조건 올콘! 내 몸이 부서져도 가야 돼!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양일 다 다녀오니 역시 올콘이 진리.

역시 전문가의 솜씨는 다르다. 장관이고요, 절경이네요.
처음 그라운드 좌석이 깔린 걸 봤을 땐 (안 좋은 의미로) 너무 숨막히는 비쥬얼이라 김 양식장인 줄 알았다. 근데 저 많은 의자에 관객들이 앉고 야광봉의 중앙제어를 시작하니 장관이 펼쳐졌다. 멤버들 얼굴은 맨 앞 아니고서야 원래 전광판으로 감상하는 것이니 역시 주경기장은 3층이 진리.
공연을 보고 나니 나훈아 디너쇼에 어머님들이 환장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 세대의 아이돌이 눈 앞에서 공연을 하니까 그 자리에 가기까지 꼬여버린 스케줄, 중앙제어 되는 야광봉 하나 사겠다고 땡볕에서 세 시간 동안 줄 서면서 온 현타와 허리 통증, 그리고 그냥 원래 있던 지병들(…)까지 싹 잊게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콘서트가 끝나면 잊고 있던 통증은 되살아나고, 출근 걱정이 시작된다. 나는 몇 주째 막혀있던 코가 콘서트 이후로 뻥 뚫려서 가족들의 놀림 대상이 되었다. 에쵸티가 치유의 능력도 있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옆그레이드 한 항생제 효과일 테지만, 약발을 받아도 너무 잘 받은 게 문제. 코가 뻥 뚫린 대신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오긴 했다. 비염 때문에 화요일에 이비인후과 진료가 잡혀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목 상태를 보시고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보실까봐 두려워 하는 중이다. 침을 삼킬 때 거슬리거나 목이 따끔따끔하진 않아서 말만 하지 않으면 크게 불편함은 없으니 다행이지만. (내 일은 별로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내가 콘서트 갔다와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부모로서 참 보기 좋다는 엄마는 놀아서 가 버린 목은 어쩔 수 없다고 웃었다. 엄마는 내가 던져놓은 가방에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한 야광봉을 보고는 이게 이번 콘서트의 기념품이냐며 전원을 켜 보시곤 영 시원찮은 발광력과 특징 없음에 녀석의 가치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셨다. 하지만 이 변변찮은 녀석이 블루투스를 이용한 중앙제어라는 최신 기술을 이용하면 색도 바뀌는 아이야! 하며 짤을 몇 개 보여드렸더니 세 시간 기다려서 살 만하다고 인정해 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광력이 약한 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발광력이 어마무시한 오도방정 왕관 머리띠 두 개를 눈 앞에서 보고 나니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지더라. 발광력이 강한 게 멀리서 볼 땐 좋아도, 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다. 그 점에서 우리 응원봉은 거슬림이 없어서 아주 좋다. 캄캄해지면 충분히 밝다. 근데 왜 내가 색을 바꿀 순 없는 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내가 스팍커크 덕질 할 때도 아오삼만 파면서 네이버도 아닌 한산한 블로그를 떠나지 못했는데 (평균 연령 40대인) 아이돌 덕질을 하려고 보니 이쁜 사진은 트위터에 다 있어 ㅠㅠㅠㅠ 조만간 트위터 계정 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모든 덕질 중에서도 (아이)돌덕질은 약발이 큰 대신 요구사항도 제일 많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