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짐은 지난 며칠간 주로 방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고 지나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이제 정말로 진지한 미래를 위해 목표를 세운 뒤로 기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주말에 짐이 스팍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완전히 지쳐 보이는 짐은 눈 밑이 시커멓기까지 했다. 그래도 뭔가 하려는 듯한 에너지로 가득해서 스팍은 반쯤 짐이 새 여자친구를 소개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짐의 말은 예상 외였다.
“학교랑 ‘미래’ 생각으로 미쳐 버릴 것 같아. 나랑 나가서 저녁 먹지 않을래?”
스팍은 장래 문제로 겪는 불안함이 다른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완화된다는 연관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짐에게는 그런 일이 필요해 보였다.
“좋아. 내가 운전할까?”
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가 할래. 대신 내가 운전대 잡고 졸지 않게만 해 줘.”
스팍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전혀 안전하게 들리지도 않는 데다 짐의 호버크루저에는 운전대도 없었다. 스팍의 표정에 짐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 내가 조는 것 같으면 귀를 깨물어 줘. 알았지?”
짐이 몸을 돌려 복도로 향했고 남겨진 스팍은 귀를 깨무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 생각은 떠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스팍은 프로젝트를 미뤄두고 짐을 따랐다.
밖은 이미 조금 어둑어둑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도톰한 푸른색 스웨터를 입은 스팍은 짐의 허리에 팔을 감고 짐의 검은 재킷을 잡아당겼다. 스팍이 짐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자 볼에 짐의 귀가 닿았다. 스팍이 짐을 꼭 안았다.
모처럼 짐은 호버바이크의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피곤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짐이 운전 중 정말 잠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짐이 갑자기 왼쪽으로 심하게 틀었을 땐 스팍도 짐의 머리를 조금 밀며 바람 소리 너머 외쳤다.
“코스를 적어도 25도 수정해 줬으면 좋겠어.”
짐이 투덜댔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 뒤로 둘은 다시 정상적인 궤도를 지키며 달렸다.
번화가에 도착하자 별이 떠올랐다. 짐이 주차를 하고 스팍이 내렸을 때 짐은 조금도 졸린 기색이 없었다. 둘은 몇 블록 아래에 떨어진 큰 식당으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한 짐은 종업원에게 둘이 앉을 테이블을 달라고 부탁했다. 레스토랑은 붐볐고 주변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슴푸레한 조명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혼잡했다. 둘은 겨우 팔까지 들어가는 좁은 구석 테이블로 안내됐다. 어쨌든 자리에 앉으니 점원이 메뉴를 들고 왔다.
스팍은 자신이 주문할 메뉴를 알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늘 주문하는 메뉴가 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짐이 입을 열었다.
“나는 라비올리를 할까 하는데…”
스팍이 덧붙였다.
“지난번에 여기서 라비올리를 주문했을 때 싱겁다고 했잖아.”
“그게 여기였어?”
짐이 눈을 모로 떴다.
“응.”
“허.”
짐이 다시 메뉴판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호들갑스럽게 혼잣말을 했다.
“그럼 난 뭘 먹지…?”
메뉴를 정할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스팍은 짐의 건강과 취향을 고려하며 메뉴를 살펴보고는 제안했다.
“채식 넛 버거도 영양가가 풍부해 보여.”
“채소만 잔뜩이잖아.”
“식단 구성면에서 도움이 될 거야.”
“됐어요, 엄마.”
스팍이 미간을 찌푸렸다. 짐이 자주 하는 말이지만 스팍은 그 표현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종업원이 돌아와서는 짐만 바라보며 눈꺼풀을 자꾸만 깜박거렸다. 종업원이 입은 검은 원피스는 스팍이 단정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어깨 부분의 노출이 조금 심했고 붐비는 와중에도 서 있을 공간은 충분했지만 둘의 테이블과 불필요할 정도로 유난히 가까웠다.
“남자 두 분은 뭘 드실래요?”
“나는 그릭 피자로 주시고 저 친구는 가든 샐러드를 주시면 돼요.”
짐은 스팍이 덧붙일 필요도 없이 주문을 끝냈다. 스팍은 신기한 듯 짐을 바라보았다. 말은 안 했지만 스팍이 주문하려던 음식이 맞았다. 짐이 스팍을 향해 작게 윙크를 하자 스팍의 얼굴에 조금 열이 올랐다.
“술은요?”
“아뇨, 난 운전을 할 거고 쟤는…”
짐은 말을 끝내지 않고 그저 멀리서 손짓만 할 뿐이었다. 벌칸인들은 보통 술을 마시지 않지만 지구에서 일반적인 상식은 아닐지도 몰랐다. 종업원이 키득거리자 짐이 덧붙였다.
“아, 그냥 물이면 될 것 같아요.”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가자 짐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숙였다. 테이블 밑에서 둘의 무릎이 맞닿았다. 둘은 무척이나 가까웠다.
둘은 늘 가까웠다. 짐이 스팍의 손 위에 손을 얹자 스팍이 내려다보았다. 스팍은 잔뜩 긴장을 했다. 짐의 부드러운 손끝이 가볍게 스팍의 피부를 쓸었을 때 스팍은 몸을 떨고 싶었다.
“내… 내 생각에 우리 여러 가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이제 곧 내가 졸업하잖아.”
스팍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짐의 파란 눈이, 조명 노릇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 속에서도 너무나 푸른 그 눈이 조금 슬퍼 보였다.
“그동안 그런 이야기는 그냥 피했잖아. 물론 거의 내 탓이긴 하지. 괜히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싶진 않았거든. 나는 뭔가 변하는 게 싫었어. 하지만… 하지만 사관학교에서 날 받아 준다면… 상황이… 변할 거잖아.”
“받아 주고 나면.”
스팍이 정정했다. 목구멍이 조였다. 사관학교에서 짐을 받아 주고 나면, 물론 짐을 받아 줄 것이다. 이 주제로 대화할 생각이었다면 집에 돌아가서 하는 게 옳았다. 짐이 조금 웃어 보였지만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었다. 짐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상했다. 짐은 보통 자신감이 넘치는 쪽이었다. 짐이 헛기침을 했다.
“아마 나는 사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게 될 거야. 집에서 계속 지내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엄마가 돌아온다 해도 엄마는 계속 바쁘실 테니까 집에 있으면 쓸쓸할 것 같아. 게다가 너랑 내가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가 더 많다면 그것도 이상하잖아? 게다가 나는 최대한 빨리 정규 과정을 마치고 싶어. 원래는 4년이 걸린다는 건 아는데 내가 진짜 노력하면 2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 올해부터 첫 학기를 시작하면 그것보다 덜 걸릴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응. 기숙사에 갈까 하고.”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짐이 입술을 핥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 어, 희망사항이긴 한데…”
짐이 스팍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끝냈다.
“나는 네가 거기서 나랑 같이 살면 좋겠어.”
한동안 스팍은 말이 없었다. 스팍은 사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던 시절을 떠올려 보고 짐과 함께라면 얼마나 달랐을지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스팍의 목이 바싹 말랐다. 스팍도 알겠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말은 다르게 나갔다.
“그 시설은 생도들만 이용할 수 있어.”
“나도 알아. 근데 너도 가끔 거기서 일하잖아?”
“시간제긴 하지만 강사야. 그래서 학생이랑은 함께 지낼 수 없어.”
짐은 잔뜩 실망한 눈치였다. 짐은 규칙을 들어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스팍은 완고했다. 그래야만 했다.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짐이 물었다.
“그러면 넌…”
말을 끝내진 않았지만 짐의 표정을 보면 묻고 싶은 바는 분명했다.
스팍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언제든 우주선의 선원으로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있었다. 짐이… 겨우 이 년에 끝낸다고 한다. 짐을 기다리는 건 비논리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스팍은 우주를 항해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년 동안 스팍은 짐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렇다. 이제 짐이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짐은 여전히 자라는 중이었다. 위노나 커크도 늘 짐의 성장을 보고 싶어했다. 스팍은 그만큼 강하지도 않았다.
스팍의 목소리가 잠겼다.
“아마 샌프란시스코에 숙소를 정하겠지.”
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다. 그래, 사관학교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을 거야. 응. 네가 원하면 강의를 할 수도 있고.”
짐이 웃으며 덧붙였다.
“일이 늦게 끝나서 지낼 곳이 필요하면 언제든 내 방으로 와. 어, 밤을 지새도 된다고. 어, 미안. 인간식 표현이야. 내내 체스를 해도 좋고.”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졸업한 뒤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짐은 교우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짐 같은 청년이 스팍과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띄면 분명 민망해 할 것이다. 게다가 정규 과정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마칠 생각이라면 더욱 공부하느라 바쁠 것이다. 게다가 짐이 나이를 먹으면 더 이상 스팍이 필요할 일도 없을 거고…
종업원이 짐의 피자를 먼저 들고 왔다. 피자는 거의 테이블 크기만 했고 짐은 바로 손으로 들고 먹기 시작했다.
“너도 먹을래?”
“아니, 괜찮아.”
특히 피자는 벌칸인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아니었다. 짐이 계속 권했다.
“한 조각만 먹어 봐.”
그래도 스팍이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스팍의 샐러드가 나왔다. 스팍이 종업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먹기 시작했다. 짐이 먹어야 할 음식이 훨씬 많으니 짐이 먼저 먹기 시작한 게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내내 둘의 무릎이 맞닿았다. 그러다 짐이 스팍의 다리 사이를 벌리며 제 다리를 밀어 넣었다. 먹느라 둘이 손을 잡고 있진 않았다. 제 물을 먼저 마셔 버린 짐이 이후에는 식사 내내 스팍의 컵을 사용하는 바람에 컵 가에 기름 자국이 남았다. 짐의 수분 흡수가 부족하지 않길 바란 스팍은 그냥 참기로 했다. 먹는 동안 둘은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눴고 스팍은 짐더러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씹지 말라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스팍은 짐의 목을 꼬집으려고까지 해서야 겨우 계산할 수 있었다. 스팍이 나이도 많은데다 일단은 아직 짐의 보호자였고 계산은 항상 스팍의 몫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짐은 점점 돈을 쓰는 데 후해졌다. 친구들이나 여성들과의 관계에선 그게 유리했겠지만 지금은 스팍이 계산하는 게 옳았다. 종업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오니 스팍은 배도 부르고 피곤했다. 그때쯤 되자 거리를 밝히는 불빛도 대부분 꺼졌고 가로등만 훤했다. 둘은 호버크루저를 세워 둔 텅 빈 주차장으로 향했다. 짐이 호버크루저를 빙 둘러 걸어갈 때 스팍이 말했다.
“저녁 먹자고 해 줘서 고마워.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
평소라면 짐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따졌을 것이다. 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게 분명했다. 짐이 호버크루저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갑자기 스팍의 스웨터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짐은 시동이 꺼져 좌석이 차갑게 식은 크루저 위로 스팍을 잡아챘다.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짐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스했고 조금 촉촉했다. 이번만큼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스팍은 밤새 짐과 함께 있었고 낮 시간에 집에 있을 때도 함께였다. 짐은 술에 취하지도 않은 멀쩡한 정신으로 스팍에게 입을 맞췄다. 스팍의 눈이 감겼다. 미끄러지듯 스팍의 뒤통수로 올라온 손이 스팍의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었다. 스팍의 양 손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지탱하느라 호버크루저의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짐의 입술이 벌어지더니 혀끝이 스팍의 입술을 눌렀다. 스팍은 짐의 코와 맞닿아 있던 코로 급한 숨을 들이마셨다. 또 다시 면도하는 것을 잊은 짐의 턱이 조금 까슬거렸다.
스팍이 입술을 열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는 안 되는데. 분명 알고 있는데. 하지만 스팍은 입술을 열고 미끄러져 들어오는 짐의 혀를 받아들였다. 스팍의 혀는 움직일 줄 몰랐다.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짐의 혀가 움직이며 스팍을 만지고 구석구석 따라 그렸다. 스팍의 이를 덮었다가 입 안의 벽을 쓸었다가 스팍의 혀를 지그시 누르더니 돌아갔다. 짐이 스팍의 아랫입술을 조금씩 씹어댔다. 스팍이 손 하나를 뻗었다. 짐을 무척이나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스팍은 짐의 어깨를 그저 살짝 밀쳐냈다. 짐이 끙 하며 물러났다. 여전히 감긴 눈을 다시 뜨기까지는 몇 초가 더 걸렸다. 짐이 흐린 눈으로 스팍을 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너를 원해.”
스팍이 그 말에 몸을 굳이며 동요했다. 짐이 술에 취한 채 늘 하던 말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지극히 멀쩡한 정신으로 말을 했으니 진심이 분명했다. 짐은 진심처럼 보였다. 짐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스팍을 간절히, 강렬하게 바라보았다. 둘은 저 멀리서 별빛만이 비추는 차가운 도심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스팍이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팍이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스팍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짐…”이 다였다.
“너도 날 원한다고 말해.”
짐의 목소리는 작았다. 울먹이는 것도 같았고 어쩌면 속삭이는 것도 같았다. 둘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스팍이 원하는 건 짐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스팍이 억지로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떨리는 몸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부적절해.”
“그딴 거 내가 알 게…”
“짐.”
스팍이 미간을 찌푸리고 떨리는 손을 바로 한 채 최대한 엄한 말투로 짐의 말을 끊었다.
“난 네 보호자야. 널 돌보는 사람이라고. 난 네가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넌 네 감정을 착각하고…”
“아니야!”
짐이 분한 듯 소리쳤지만 스팍은 무시했다.
“이건 옳지 않아. 넌 아직 너무 어려. 법적으로는 성인일지 모르지만 아직 어려. 내가 어린 너를 이용하는 건 옳지…”
“이용해?”
짐이 전혀 우습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시발, 스팍. 네가 그딴 소리 할 건 예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감정을 네 탓으로 돌리지는 마. 내 성장기든 뭐든 다른 핑계 좀 대지 말라고. 난 애 돌봐주는 사람한테 이상하게 흥분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넌 그냥 날 돌봐주는 사람 정도가 아니야. 나한테 넌 전부야. 널 돌봐주는 사람으로 본 적도 없어. 단 한 번도. 그보다 너는… 너는 정말 좋은 친구야. 가장 가까운 친구. 아니, 내 파트너. 내 부선장 같은 존재라고. 우린 모든 걸 함께 하고 난 우리가 늘 변함없이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 여자애들이랑 잘 때도,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놀 때도 내가 생각한 건 너뿐이었어. 너한테 다른 사람이 생긴다면 나는… 젠장, 스팍. 난 그냥… 사랑해. 알아?”
스팍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뛰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짐이 그런 감정을 품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짐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 물론 알았지만… 스팍도 짐을 사랑했다. 다만 그런 식으로는 사랑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런 옳지 않은 일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자기 자신을 주체할 자신이 없었다. 스팍이 늘 생각하는 사람도 짐뿐이었다.
“어쩌면…”
말을 잇는 게 고통스러웠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가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내가… 내가 다른 숙소를 찾는 게 최선일 것 같아.”
“안 돼!”
짐은 이제 울고 있었다. 호버크루저에 기댄 짐이 스팍의 손을 쥐었다. 짐의 손을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스팍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짐이 입술을 핥으며 누가 봐도 진정하려고 노력하며 스팍의 손을 쥐었다.
“아니, 그냥… 젠장, 내가 다 잘못했어.”
스팍이 시선을 피했지만 짐은 스팍의 손을 놓지 않았다. 스팍으로선 이미 오래 전에, 짐이 처음으로 스팍에게 입을 맞췄을 때 해야 할 말이었다. 짐이 땅을 보며 고개를 흔들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지 마. 스팍, 부탁이야. 나는… 난 내가 그런 건 하나도 신경 안 쓴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뭐가 적절하고 뭐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난 그런 거 몰라. 난 그냥 내 감정하고 너도 날, 적어도 조금쯤은 원한다는 것만 알아. 네가 날 보는 눈이나 같이 있을 때의 모습을 보면 안다고.”
스팍은 죄책감에 심장을 뱉을 만큼 놀랐다.
“네가 날 어린애 취급하는 게 너무 싫어. 난 이제 어린애도 아냐. 다 큰 성인들한테 다섯 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남들은 열 살 어린 사람하고도 잘만 결혼하잖아! 내가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기회만 달라고. 기회도 못 주겠으면, 그래도… 그래도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최선이야.”
아니 그렇지 않았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널 제대로 돌볼 수 없을 것 같다는 평가를 받으면 난 알아서 물러나야 해.”
스팍이 늦은 밤 처음으로 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짐의 아름다운 눈과 잘생긴 얼굴과 멋진 몸을 떠올렸던 그때 진작 물러났어야 했다. 물론 즉시 생각을 멈췄지만 그 이후로도 짐을 떠올리곤 했다. 짐이 스팍의 다른 손을 쥐었다. 스팍은 덫에 갇힌 기분이었다.
“난 열여덟 살이야. 이제 날 돌봐 주는 사람이 아니잖아. 넌 내 동거인이야.”
그 말도 마음이 아팠다. 그 이상이길 원했다. 스팍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부적절한 일이야. 내가 떠나야 해.”
짐의 목소리가 떨렸다.
“스팍, 내가 사정할게. 가지 마. 다시는 안 그럴게. 곧 졸업하잖아. 네가 거기 있어 줘야지. 내가 학교 다니는 동안은 거의 너랑 함께 지냈잖아. 그냥 난… 저기, 어차피 난 나중에 사관학교 가잖아. 응? 그때 도망쳐도 돼. 그때까진, 제발, 제발 날 떠나지 마.”
도망. 스팍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스팍은 짐이 졸업식 가운과 모자를 쓰고 강단에 올라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자랑스럽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미리 떠날 수도 있었다. 그저 그 날에만 참석하면 되니까. 하지만…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말랐다. 스팍이 입술을 핥았다.
“그래.. 그렇게 할게…”
짐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짐이 호버크루저 너머로 스팍을 당겨 꼭 껴안자 하반신은 호버크루저에 가로막힌 채 상반신만 서로에게 기댄 형태가 되어 버렸다. 짐의 팔은 강하고 다정하게 스팍의 어깨를 껴안았다. 짐이 스팍의 옆구리로 얼굴을 파묻었다. 짐의 거친 숨소리가 꼭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스팍은 짐을 고통스럽게 해야만 하는 게 싫었다.
짐이 곁에 없다는 생각이 싫었다. 모든 게 너무나 복잡했다. 때로는 짐이 열두 살로 돌아가 상황이 훨씬 편해지길 바랐다. 때로는 짐이 스물세 살이고 둘이 처음으로 만난 곳이 우주선 함교이길 바랐다. 모든 게 너무나 복잡했다. 미래는 너무나 불확실했다.
확실하게 아는 건 짐을 품에 안고 싶다는 것이었다. 짐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야 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스팍의 품에 아직 짐이 있었다.
둘은 서로 다른 방에서 잤다. 가끔 스팍은 둘이 같은 방에서 지냈다면 어땠을지 궁금했다.
다음 날 아침은 숨이 막힐 듯 어색하고 어려웠다. 어색한 분위기를 얘기로 풀어야 했지만,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둘이 아무렇지 않아지기까지는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스팍은 내심 짐이 술에 취했을 때가 더 편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짐이 학교에 가자 스팍은 짐이 보고 싶어졌다.
“Nothing else matters.”
What Spock wants is the only thing that doesn’t matter.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스팍이 원하는 건 짐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the only thing의 정체가 애매한데 흐름상 스팍이 원하는 것은 nothing else에 포함되어 버린 것(want가 아닌 love)으로 보인다. 문법상 nothing이 단수니까 영어로 the only thing으로 받은 모양. 내 영어 지식으로는 이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
He looks aside, but he doesn’t let go.
스팍이 시선을 피했지만 짐은 스팍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앞의 he와 뒤의 he가 같으면 두 번 쓰지 않았겠지?;;;; 호모물은 이게 나빠 -_- 지금 놓지 않을 건 짐이니까 앞의 he는 스팍이려니… 아니면 할 수 없어 -_-;;
드디어 시작이로구나, 쌍방삽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좋아. 스팍의 마음에 폭풍이 휘몰아치네~
트위터를 열어놓고 스팍커크 얘기를 너무 안 해서 조금 찔렸는데 이제 좀 후련하구만. (근데 서둘러 했더니 문장 꼬라지가 개판이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