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추천] words and phrases (better left unsaid)

words and phrases (better left unsaid) by cptnjtk
3263 words

 

Some things, Jim supposed, were too personal to share with others and best kept only in memory.
짐은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에 너무나도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냥 기억으로만 남겨 두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i.

스팍이 부드러운 얼굴로 바라보고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린 채 가까이 오라는 듯 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스팍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듣고 싶은 (그러나 이기적인) 소망을 품고 고분고분 다가갔다. 스팍이 다시 가까이 오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짐은 뺨에 스팍의 호흡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울였다. 일순 둘이 마주했고 갑자기 스팍이 짐을 당기며 입술을 스치듯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스팍이 입술을 떼기 전 짐의 심장이 덜컹 제멋대로 뛰었고 스팍은 입술을 떼고도 계속 엄지손가락으로 짐의 볼을 쓰다듬었다.

 

“괜찮을 겁니다.”

 

스팍은 마치 여기서 목숨이 위험한 건 자신이 아니라는 듯 조용히, 짐을 달랬다.

 

 

그 입맞춤 얘기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야기를 꺼내기는커녕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은 것처럼 지냈다. 하지만 가끔, 홀로 전망대에 서서 별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선원들이 가득한 함교에 앉아 있을 때면,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시선이 항상 스팍을 향할 때면 짐은 그 때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ii.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헤어지려는 찰나에 스친 생각에 짐은 깊이 생각 않고 스팍의 멱살을 잡아채 가볍게 입을 맞췄다.

 

“행운을 빌게.”

 

짐이 입술을 마주 댄 채 읊조리며 스팍을 놓아 주었다. 스팍은 특유의 보기 드문 멍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 입맞춤은, 그 운명적인 날을 마무리하고 의무실에 앉아 둘의 행운에 대해 논할 때조차도 화제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

 

 

 

iii.

짐이 살며시 손을 뻗어 스팍과 깍지를 끼고는 잡은 손을 둘 사이에 내려놓았다. 여전히 스팍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놓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는 일 없이, 정면의 제복 입은 남자만 응시했다. 스팍은 손을 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천천히 짐의 손가락을 쓸었다. 짐은 그 동작의 의미를 알았다. 벌칸식 입맞춤이었다.

 

아만다가 언급되자 스팍이 조금 세다 싶을 정도로 손을 쥘 때조차도 짐은 스팍의 손을 놓지 않았다. 스팍의 손이 떨리지 않게 된 뒤에도 둘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그 입맞춤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일은 없었다. 맥코이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던지며 짐의 옆구리를 찔러도, 사렉이 멀리서 둘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도. 그러나 수년 뒤 모 제독의 장례식에서 스팍은 다시 한 번 그 다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iv.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던 일을 반추하던 때 욕실 문이 열리며 스팍이 작은 선실로 들어왔다. 스팍은 짐을 보고 우뚝 서서 뺨의 멍과 눈썹께의 상처를 훑어보았다. 긴장한 채 서로 바라만 보는데 갑자기 스팍이 세 걸음을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짐에게 입을 맞췄다. 짐은 스팍의 목을 팔로 자연스레 감싸며 선반 쪽으로 밀려났다. 거칠고 만족을 모르는 입맞춤에 짐은…

 

“살아 있군요.”

 

스팍이 다시는 놓아 주지 않겠다는 듯 짐을 안전하게 품에 안고 이마를 맞대며 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살아 있어요.”

 

 

다른 때처럼 이번 입맞춤의 이야기도 꺼내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냥 추측이지만 짐은 스팍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1.

짐은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에 너무나도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냥 기억으로만 남겨 두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사람들이 둘의 관계며 첫 키스에 대한 질문으로 괴롭힐 때면 둘은 늘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저녁에 전망대에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짐은 늘 다른 입맞춤들, 진정한 첫 키스들을 기억했다. 둘 사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말하지 않았던 이유를 심지어 수년 뒤에도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짐은 동일한 남자와, 그것도 평생을 두고 사랑할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네 번의 다른 순간을 애틋하게 떠올리며 어쩌면 사랑 같은 것은 꼭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말이나 문장의 형태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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