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일을 마치고 흠뻑 젖어 돌아온 짐은 즉시 샤워실로 향했다. 스팍은 그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짐의 젖은 옷을 복도에서 주워서는 들고 있던 바구니에 담았다. 짐의 젖은 재킷이 계단 난간에 걸쳐져 있기에 아래층의 다른 옷가지와 함께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짐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짐이 사관학교에 가면 옷을 주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스팍이 없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으니까.
30분 뒤 샤워실에서 나온 짐을 보고 스팍이 저녁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자 짐은 일하는 곳에서 먹고 왔다며 거절하고는 물었다. “딥 스페이스 세븐 안 할래?” 딥 스페이스 세븐은 두 사람이 함께 하던 비디오 게임이었다. 스팍은 비디오 게임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특히 순전히 상상만으로 된 게임이라 정신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스팍은 아직 둘이 함께 있는 동안은 짐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도 짐이 그런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낼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짐은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 것 같긴 했다.)
아직도 바깥에서 요란하게 퍼붓는 비 때문에 창밖은 우중충한 빗줄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거실은 어두웠지만 짐은 불을 끈 채로 두길 원했다. 그게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짐은 스팍에게 컨트롤러를 넘긴 뒤 스팍의 옆자리에 앉아 영상에 대고 파일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연방 전초기지와 유사한 우주항이 배경이었지만 모든 게 상상으로 이루어진 게 다른 점이었다. 짐은 스타십(우주선이라고 했다) 함장 역이었고 스팍은 일등 항해사였다. 두 사람은 게임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캐릭터를 생성했다. 짐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하고 싶어 했지만 스팍이 못마땅한 표정을 하자 최대한 자신과 유사한 캐릭터를 생성했다. 스팍도 그렇게 했다. 둘이 만든 캐릭터는 현재 연구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었고 화면 위에선 하얀 문자가 둘의 목표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선원 전체가 감염되기 전에 예비 전력에 도착해야 해.”
짐이 화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짐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했다. 짐은 내내 정면만을 응시하면서도 쉬지 않고 스팍이나 플레이어를 향해 말을 걸었다. 둘 중 어느 쪽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물론 아바타를 향해 말을 거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짐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총알을 더 모아야 해.”
두 캐릭터가 소지한 건 페이저가 아닌 총이었다.
“우리 선원이니 근접 제어를 사용해 선원들을 기절시키거나 실신시키는 게 바람직해.”
스팍이 제안했다. 스팍은 버튼에는 손대지 않은 채 컨트롤러를 들고 있었다. 가상의 방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지금은 그저 작전을 짜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짐은 아바타를 제멋대로 빙글빙글 돌아다니게 하고 있었다. 어쩌다 벽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면서 발을 계속 움직이는 게 이상하게 보였다.
“아니. 이런 게임에서 선원들을 치료해 줄 리가 없어. 게다가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려. 시간제한이 있단 말이야.”
“네가 함장이고 이건 그냥 가상 시뮬레이션이니까 네 의견을 따르겠어. 하지만 이게 진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을 거야.”
짐이 코웃음쳤다.
“기억해 두지, 중령. 좋아, 출발하자. 준비 됐어?”
“그런 것 같아.”
“좋아.”
짐이 캐릭터를 자동문으로 이동시켰고 주변에선 두 캐릭터를 향해 일제히 총을 쏘아댔다. 스팍이 회피를 시도했고 짐은 곧장 달렸다. 짐이 소리를 질렀다.
“그냥 달려!”
“가고 있어.”
“스팍, 이쪽이… 젠장!”
짐은 갑자기 곤족과 유사한 낯선 공격자들의 기습을 마주했다. 스팍은 짐의 캐릭터를 향해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캐릭터를 이동시켰고 짐은 두서없는 말을 떠들기 시작했다.
“스팍, 스팍, 스팍… 젠장!”
그때 스팍의 캐릭터가 창을 맞고 바닥에 쓰러지자 금속 막대가 등을 통과해 비죽 삐져나왔다.
“경고하려고 했는데!”
짐은 이제 스팍이 제안한 대로 근접 공격 버튼을 사용해 총알을 피하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불안하게 계속 불러봤자 아무런 경고도 되지 않아.”
“빨리 움직여야 하잖아! 게다가 넌 내 일항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아들어야지.”
하지만 스팍은 짐이 그저 게임에서까지 그 이유를 고집하는 이유를 완전히는 납득하지 못했다.
짐이 혼자서도 성공적으로 괴물을 처리했을 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스팍은 그 사실을 굳이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짐은 무릎을 꿇더니 어째서인지 스팍의 캐릭터를 되살리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됐어. 이 복도를 따라 이동하자. 빨리.”
“구석에 탐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을 거야.”
스팍이 캐릭터의 방향을 그쪽으로 돌렸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짐이 메인 캐릭터를 조종했기 때문에 카메라가 짐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짐, 잠시…”
“젠장, 빌어먹을! 외계인들이야!”
짐이 다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방향을 잃은 총알이 스팍의 캐릭터를 통과했지만 비논리적이게도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스팍, 와서 좀 도와줘!”
“컴퓨터로 탐색을 하려고 하는데.”
“젠장, 스팍! 컴퓨터는 나중에도 거기 있을 거라고!”
짐은 화가 난 듯했지만 경험상 스팍은 짐이 게임을 하는 동안은 비현실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컴퓨터로 탐색을 하면 보너스 점수를 받을 거야. 점수가 있으면…”
“스팍, 그 퍼런 엉덩이 빨리 움직이라니까!”
스팍의 둔부는 물론 파란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내의 캐릭터가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외계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든 캐릭터들의 피부색이 달랐기 때문이다. 스팍은 파란색이었고 짐은 노란색이었다. 짐이 스팍보다는 이 게임에 더 빠져 있었으니 스팍은 짐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마취 총을 발사하는 버튼을 반복해서 눌렀다.
짐의 의견은 달랐다.
“기절시키지 말고 그냥 쏴! 기절시키면 나중에 깨어난단 말이야!”
“그때쯤이면 우린 여기 없을 거잖아.”
짐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둘은 어떻게든 외계인들을 제압했고 짐의 캐릭터는 다른 복도로 달렸다. 스팍도 최대한 빠르게 뒤를 쫓았다. 캐릭터가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게 실망스러웠다.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둘은 천장의 창살에 도달했고 화면에는 캐릭터가 서로 도우며 송풍구에 올라갈 수 있도록 컨트롤러의 하단 왼쪽 버튼을 누르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둘은 어두운 터널 속 미로를 기어서 이동해야 했고 화면이 반으로 나뉘며 카메라가 스팍의 캐릭터를 비추자 짐은 보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이쪽이야, 자기.”
스팍은 그 애칭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둘은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이고 비디오 게임을 하다 보면 짐의 온갖 비논리적인 면이 다 튀어나오는 것뿐이니까. 짐은 캐릭터에게 유난히 집착하고 애착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올바른 루트로 이동하지 않거나 스팍이 자신의 지시에서 벗어나면 매우 변덕스럽게 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짐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은 여전히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터널을 벗어날 무렵에는 제한시간의 3/4이 지나 있었다. 짐은 중얼거리며 앞장을 섰다.
“이 악당들, 어디 숨었을까…?”
외계인 캐릭터의 초록색 머리가 저 멀리 등장하자마자 짐이 외쳤다.
“하! 잡았다, 이 멍청한 자식!”
짐은 즉시 괴물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괴물은 짐의 위협하는 소리를 들을 리가 만무했다. 스팍도 짐의 뒤를 따랐다.
둘이 예비 전력에 도착해 보니 컴퓨터에는 외계 장비가 설치되어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스팍은 화면을 응시하는 짐을 바라보았다. 짐의 얼굴은 선명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짐이 스캐너를 사용해 봤지만 아무런 정보도 표시되지 않았다.
“총으로 쏘자.”
스팍은 실제로는 매우 좋지 않은 선택임을 알면서도 짐의 결정에 따랐다. 게다가 둘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초밖에 남지 않았다. 둘은 각자 장비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장비는 빛을 낸 뒤 사라졌다.
“좋았어!”
짐이 하이파이브를 하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스팍은 그 개념이 아직 낯설었지만 어쨌든 손을 들어 짐의 손과 마주댔다.
다음 레벨이 로딩되는 동안 짐은 스팍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 – –
졸업식은 벌칸의 졸업식보다 훨씬 화려했다. 학교는 지역의 극장을 대여했고 사방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며 자리에 앉으려면 표를 구매해야 했다. 위노나 제독은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졸업식은 촬영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제독은 졸업식 전체 영상을 받을 것이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청중들과 함께 기다리고 졸업생들은 검은 가운과 이상한 모자를 쓰고 무대 뒤에 줄을 서 있었다. 몇몇 교사들도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행사 상황을 감독했다. 졸업생보다 나이 어린 형제들 몇이 모인 곳에 어쩌다 보니 스팍도 합류하게 되었고 짐은 스팍을 꼭 껴안았다. 곧 시작한다는 이야기에 스팍은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동하기 전 스팍이 말했다.
“네가 참 자랑스러워.”
“고마워.”
짐이 대답하고 이상하리만치 활짝 웃었다. 짧게 고개를 끄덕인 스팍은 어린 아이들을 따라 그림자로 잘 보이지 않는 뒷문으로 나갔다. 스팍은 복도를 따라 이동해 관객석으로 향하는 문을 통과한 뒤 몇 줄 앞에 있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다른 부모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스팍은 자리로 이동했다. 스팍은 붉은 커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얼마 후 커튼이 양쪽으로 열리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스팍은 졸업식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졸업식 행사의 대부분은 그저 전통을 따르는 것뿐이고 실제 목적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두 명의 학생이 개회사를 했는데 그 내용 대부분은 평범했고 가끔 관중을 웃기기 위한 농담이 몇 번 등장했을 뿐이었다. 이후 교직원에 대한 몇 번의 감사 인사와 또 몇 번의 미사여구로 가득한 연설이 더해졌다. 학교 소개가 있었고 개인 통신기 및 패드를 끄라는 안내가 있었다. 스팍은 둘 다 지참하지 않았다. 극장의 조명이 어두워졌다.
안내 방송을 몇 번 더 한 뒤에 졸업생들이 오른쪽의 작은 문에서 차례로 나와 무대를 지나 왼쪽으로 이동했다. 졸업생들은 교직원들 몇 명과 악수를 했고, 맨 앞에 선 남자는 앞으로 이들이 무엇을 할지 짧게 안내했다. 상을 받는 졸업생들도 있었는데, 일부는 좋은 성적이나 특정 수업에서 우수했다는 교내 시상이었고, 일부는 독립 단체들이 수여하는 공동체 관련 시상이었다. 짐의 차례가 오기까지는 한잠이 걸렸다. 스팍이 이 행사를 견디게 해 준 건 그 순간뿐이었다.
짐은 이름이 불리자 눈부신 카리스마를 뽐내며 무대로 당당하게 걸어왔다. 선생님들과 힘껏 악수도 하고 기쁜 표정으로 그 중 한 명이 수여하는 두루마리도 받았다. 스타플릿과 우주를 향한 짐의 계획과 성적 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짐은 두루마리를 들어 올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모든 관객이 박수를 쳤지만 그 중에서도 스팍의 박수가 제일 컸다. 박수를 치는 일이 스팍에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짐을 지지하는 뜻에서 스팍도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짐이 무대에서 내려왔고 짐은 다른 학생들의 순서가 끝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특별히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짐을 향한 뿌듯함으로 견딜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짐과 함께 지내는 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아주 긴 졸업식이 끝나고 나서야 스팍은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좁은 로비에서 짐을 만났다. 사람들을 통과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사람들을 통과해 다시 밖으로 나와서야 둘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짐은 두루마리와 무대 뒤에서 받은 게 분명한 동급생들의 사진이 실린 책자와 졸업연도가 새겨진 금속, 학위증, 기타 홍보물 등의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짐이 모자를 벗어서는 꾸러미와 함께 들었다.
다른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큰 소리로 졸업을 기념하기 위한 계획들을 나눴지만 짐은 그저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친구들은 내일도 만나. 친구들이랑은 내일 축하해도 돼. 우리 가서 저녁이라도 먹을래?”
졸업식은 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고 하늘은 이미 캄캄했다.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일단 짐의 물건을 두기 위해 차로 향했고 차에 도착하자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되도록 가운을 뒷좌석에 벗어 던졌다. 가까운 식당으로 향하던 중 짐이 갑자기 멈춰 스팍의 손을 잡았다.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둘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내는 모처럼 늦은 시간까지도 붐볐다.
“젠장! 말하는 거 까먹을 뻔했어!”
“뭘 말하는 걸 잊었다는 거야?”
스팍이 짐을 돌아보았다.
“오늘 아침에 연락받았는데 졸업식 준비하느라 말하는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나 스타플릿에 합격했대! 이번 가을 학기에 입학할 거야!”
스팍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짐의 합격은 당연히 예상했지만 짐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여전히 기뻤다.
“축하해. 충분히 자격 있어.”
짐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고마워. 나… 나 엄청 기대돼.”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짐은 우주나 우주에서 어떤 것들을 발견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학교 얘기와 그리워질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친구들과 일부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짐에게 특별한 날을 기념해 스팍이 저녁을 샀고 이번만큼은 짐도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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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후기 쓰는 거 좋아하는데 그건 시간 많이 들여서 할 때고 지금은 그냥 빨리 하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