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7장: 열여덟 살 -4-)

In Time By yeaka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 이 소설은 스팍과 커크가 공수교대를 합니다. 리버스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스팍은 처음부터 수영이 괜찮은 생각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어쨌든 밤이 늦어 거의 텅 빈 실내 수영장의 한가운데에 와 있었다. 줄로 구역이 나뉜 저 먼 끝에서 수영장을 왕복하는 몇 사람이 있었다. 스팍과 짐은 가끔씩 비닐 공을 던지거나 미끄럼틀이 끝나는 주변 구석에 앉아 물놀이를 즐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스팍이 입은 건 검은색 반바지 수영복이었고, 짐도 검은색… 반바지 수영복이었다. 하지만 속옷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일 터였다. 몸에 딱 붙는 일반 수영복은 아니지만 천이 밀착되는 건 마찬가지여서 짐의 엉덩이를 간신히 가렸다. 수영복은 짐이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들러붙어 모든 걸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짐의 구석구석이 전부 노출됐다. 짐이 물속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영복을 입은 짐은 반짝반짝 빛났다. 푸른 눈은 물이 반사되어 더 푸르게 빛나는 듯했고, 노란 머리와 분홍빛 입술을 더욱 강조했으며, 아침에 면도를 한 피부는 매끄러웠다. 배는 매끈했고 가볍게 근육도 잡힌, 온 몸이 강하면서도 늘씬한 이상적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짐은 의심할 나위 없이 멋졌다.

 

실수였다. 스팍은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 했고, 몇 번인가 짐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볼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짐 외에는 시선을 돌릴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타일이 깔려 있고 작은 테이블이 놓인 구석의 키오스크 옆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 둘이 있었다. 하지만 짐은 단 한 번도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짐은 스팍을 향해 수영해 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저쪽으로 가서 다시 미끄럼틀 타자.”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형광 파란색 미끄럼틀은 플라스틱 원통으로 완벽히 감싸여 건물 밖을 나갔다 되돌아와 수영장 구석에서 물을 내뿜었다.

 

“알았어.”

 

스팍은 물 미끄럼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짐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대답했다. 짐은 물 속에서 스팍을 향해 손을 뻗은 뒤 몸을 돌려 어색한 자세로 사다리를 향해 첨벙거리며 나아갔다. 스팍도 열심히 짐을 쫓았다. 수영장 바닥은 너무 깊어 걸을 수가 없었다.

 

짐이 먼저 물에서 나와 사다리를 오르는 바람에 스팍에게 물이 튀겼다.

 

“이것만 타고 집에 가는 게 좋겠어.”

“싫어.”

 

스팍이 제안했지만 짐은 거절했다.

 

“10분만 있으면 파도가 올 거야. 파도타기 풀에 와서 파도를 안 타볼 순 없지.”

 

실내 수영장을 지배하는 파도 같은 건 없었지만, 스팍은 자신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이유로 인간들이 뭔가를 만들어냈겠거니 생각했다. 스팍은 대꾸하지 않고 짐의 가랑이 사이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짐을 따라 사다리를 올랐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짐은 흐르는 물에 다리를 맡긴 채 난간 없는 작은 단에 앉았다. 대부분 말라 있는 단 꼭대기에는 물이 흐르는 거대한 관이 있었다. 짐이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같이 타자. 내 다리 위에 앉아.”

“그럴 순 없어.”

 

스팍이 잔뜩 굳어 대답했다.

 

“에이, 뭐 어때.”

“그러면… 안전하지 않을 거야.”

 

일반적인 안전 면에서도, 스팍의 신체 반응 제어 면에서도. 짐이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애들은 항상 부모님이랑 같이 타잖아.”

“난 네 부모님이 아니야.”

“이번만 내 아이 해 줘.”

 

짐이 웃었다.

 

“응? 몇 년이나 날 키워줬으니까, 물 미끄럼틀 정도는 내가 태워줄게.”

“절대 안 돼.”

스팍.”

 

짐이 칭얼대며 고개를 뒤로 젖히자 금빛 머리카락이 스팍의 무릎을 간지럽혔다.

 

“부탁이야.”

 

짐이 이런 식으로 사정하면 도저히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스팍은 무척이나 어색한 기분으로 다가가 긴장한 채 짐의 다리 위에 앉았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짐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야 했다. 짐의 몸이 스팍의 등과 맞닿았고, 스팍의 다리에 닿은 허벅지는 따뜻했다. 둘이 착용한 수영복이 얇으니 짐의 젖은 사타구니가 스팍의 엉덩이를 파고들었다. 스팍의 숨이 가빴다. 짐이 두 팔로 스팍을 안았다. 마치 호버크루저를 타는 것 같았다. 둘의 키는 거의 비슷했다. 부모와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짐의 따뜻한 숨이 스팍의 귓가를 간질였다. 스팍은 짐이 뭔가 말하기를 반쯤 기대했지만, 짐은 아무 말도 없었다.

 

짐이 출발하자 두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미끄럼틀을 내려갔다. 스팍의 다리 아래로 플라스틱의 이음매가 불쾌하게 튕겼지만 다행히 짐 덕분에 등에 물이 튀기는 일은 없었다. 터널 내부는 어둡고 구불구불했고, 빛이 비치면 반쯤 투명해졌다. 짐은 스팍의 귓가에서 크게 환호했다. 스팍은 두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두 손은 본능적으로 짐의 허벅지를 꼭 쥐었다. 짐이 스팍을 꼭 안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스팍을 어지럽혔다.

 

몇 번쯤 뒤집히고 회전하더니 두 사람은 다리가 얽힌 채 물속으로 빠졌다. 스팍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짐은 늦지 않게 손을 놓았다. 스팍은 바닥을 차고 물 위로 솟구쳐 올라 기침을 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스팍은 발을 사용해 물에 뜬 채 한 손으로 머리를 넘겨 시야를 확보하고,가볍게 기침을 하며 눈썹에 묻은 물을 닦아냈다. 짐이 고개를 젖히며 웃는 바람에 스팍은 다시 물에 젖고 말았다.

 

“정말 재밌다!”

 

짐이 다시 해 보자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스팍은 다시 물속으로 잠수해 짐과 멀어졌다. 서늘한 물이 짐이 닿은 곳마다 더욱 뜨거워진 피부를 기분 좋게 감쌌다. 몇 미터 앞에 커다란 줄무늬 공이 떠 있는 걸 본 스팍은 다시 물위로 올라와 공을 잡았다. 스팍은 짐이 바로 뒤따라 온 걸 보고도 놀라지 않았고, 짐이 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짐을 향해 공을 던졌다. 머리에 공을 맞은 짐이 투덜거렸다.

 

“야!”

 

하지만 공기로 가득찬 공이라 아플 리가 없었다. 짐이 공을 주워들어 스팍에게 되돌려줬고, 둘은 잠시 시간을 때우며 공을 주고받았다.

 

파도는 갑작스러웠고 예상할 수 없었다. 파도는 둘이 있는 수영장에서만 일었고, 줄로 연결된 다른 사각형 구획에서는 사람들이 왕복 수영을 했다. 그쪽은 멀어서 파도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물이 깊은 쪽에서는 큰 파도가 일었다. 스팍은 파도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짐은 즐거운 듯했다.

 

“우리 보드를 타고 끝까지 가 보자.”

 

그리고 스팍이 이유를 묻기도 전에 짐이 덧붙였다.

 

“내가 그러기로 했으니까.”

 

…둘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수영장 가에는 다양한 부유 기구가 떠다녔고, 둘은 헤엄쳐 두 사람의 가슴 만한 작은 폼보드 두 개를 잡았다. 둘은 자기 보드 위에 엎드렸다. 스팍은 짐을 따라했다. 둘이 수영장 반대편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짐이 말했다.

 

“준비 됐어?”

 

스팍은 무척이나 아이가 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둘은 열심히 발장구를 치며 물을 가르고 나아갔다. 스팍은 짐이 시합을 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고, 시합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쯤 이해가 됐다. 스팍은 최선을 다해 앞을 향해 헤엄쳤고 짐을 상당히 앞지르기도 했지만, 파도가 치는 바람에 50센티미터는 뒤로 물러나야 했다. 기침을 하다 짐이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본 스팍은 다시 최선을 다해 헤엄치더니 다음 파도 때는 보드를 들어 파도를 피하고 파도를 넘었다. 균형을 잡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파도가 치는 사이에 힘껏 발장구를 쳐야 했고 또 그렇게 했다. 끝이 다가올수록 파도는 더 크고 강해졌고, 스팍은 계속해서 짐이 물에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논리적이지 못한 두려움이었지만 스팍의 머릿속에는 항상 짐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수영장 측면을 따라 파도가 만들어지는 구멍이 있었고 주변 타일 바닥은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짐은 한 손으로 구멍을 잡고 파도를 타며 제자리를 지켰다. 잠시 후 스팍이 도착하자 짐이 웃었다.

 

“내가 이겼다!”

 

스팍도 순순히 인정했다.

 

“축하해.”

 

짐은 스팍을 향해 웃기만 했다. 잠시 둘은 제자리를 지키며 인공 파도에 적응했다. 밀려드는 물소리 너머로 대화하는 게 쉽지는 않았고, 스팍은 한참이나 그저 짐을 바라만 보았다. 행복해하는 짐은 특히나 눈부셨다.

 

십여 분쯤 뒤 파도가 멈추자 스팍은 허기를 느꼈다.

 

“우리 이만 돌아가서 뭔가 먹을까?”

 

짐이 한숨을 쉬었다. 싸울 각오도 반쯤 했는데, 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할인 코너에서 음료수 마실래.”

 

스팍은 설마 그 음료수가 술인가 싶어 눈썹을 들어 올렸고 짐은 눈을 부라렸다.

 

“한 잔인데 뭐 어때. 어차피 운전은 네가 할 거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맥주 한 잔을 마신 짐은 대하기도 편해졌다. 짐이 맥주 한 잔에 정신을 잃을 리도 없었다.

 

역시나 짐은 수영장을 나오자마자 맥주를 주문했고, 맥주를 들고는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머리카락의 염소를 씻어낸 뒤 탈의실에서 몸을 말렸다. 둘은 사물함 하나를 사용했지만 스팍은 수건과 옷을 챙긴 뒤 짐과 떨어질 수 있도록 사물함을 돌아 나갔다. 늦은 시간이라 탈의실이 비어 있었다. 짐은 반대쪽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둘 다 남자잖아.”

 

스팍은 대답하지 않았다. 스팍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수영복을 벗은 뒤 새 속옷과 바지를 입었다.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입었던 속옷과 젖은 수영복을 수건으로 쌌다. 짐에게 향하기 전 스팍이 조심스레 불렀다.

 

“단정히 입었어, 짐?”

“난 단정해 본 적이 없는데.”

 

농담이려니 생각했다. 잠시 기다리자 짐이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다 입었어.”

 

짐이 타올을 옆구리에 낀 채 스팍과 비슷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아직 몸에는 물방울이 남아 있었고, 머리카락은 이마로 흘러내린 채였다.

 

그래도 멋졌다. 너무나도. 짐은 맥주를 마시며 문을 향해 손짓했고 둘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차에 도착하자 짐은 남은 맥주를 마시고 컵은 건물 옆 재활용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스팍은 차가 젖지 않도록 둘의 수건을 가방에 넣었다. 스팍이 가방을 뒷좌석에 두었고 짐은 보조석에 앉았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스팍은 바람이 둘의 머리카락을 완전히 말려버리지 않기를 반쯤 바랐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떨쳐내야 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짐이 잘생긴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스팍이 집까지 운전하는 동안 짐은 수영하면서 있었던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일들과 행동, 집에 도착하면 어떤 게임을 할지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별이 떠올랐고 스팍은 집에 도착하면 사과나 바나나를 먹을 생각이었다. 짐이 어째서인지 아직 깨지 못한 딥 스페이스 세븐을 더 하자고 말했다. 짐은 스팍 탓을 하면서도 매번 같이 하자고 우겼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딥 스페이스 에잇에선 네가 함장할래?”

 

스팍은 그때까지 둘이 같이 살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스팍은 짐이 함장을 더 잘할 것 같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네가 최고의 일등 항해사이긴 하지.”

 

스팍은 짐이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스팍은 실제 게임 속에서도 그렇다는 걸 알았지만, 짐의 말은 전혀 다를 것이다. 그게 둘의 관계라고 스팍은 생각했다. 성격이 대조적인 둘이 절대 크게 멀어지는 일이 없다는 건 늘 놀라운 일이었다. 짐은 둘 사이의 ‘연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팍은 그저 놀라웠다.

 

집에 도착했을 땐 날이 쌀쌀해져 있었다. 스팍은 주방에서 바나나를 먹었고 짐은 게임을 준비한 뒤 방에서 담요를 가지고 왔다. 게임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팍은 다른 벌칸인에게 인정하지는 못해도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굳이 그런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거실에 갔을 때 화면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컨트롤러는 탁자 위에 있었다. 스팍은 짐이 담요로 둘이 오붓하게 앉을 공간을 마련해 둔 소파로 걸어갔다. 스팍은 짐 옆에 앉았고 짐은 담요를 들어 둘을 감쌌다. 스팍은 컴퓨터에 명령하기를 기다리며 짐을 쳐다보았다. 조명을 켜지 않아 분위기 있는 공간에 희미한 달빛이 아직 촉촉한 짐의 옆얼굴을 비췄다.

 

짐은 너무나 가까웠고 둘의 다리는 맞닿아 있었다. 서로 어깨가 스쳤다. 짐이 코앞에서 스팍을 마주보았다. 방은 따스했다. 짐이 한 손을 스팍의 허벅지 위에 올렸고, 스팍은 눈을 깜박이며 쳐다보았다.

 

짐이 바로 옆에 와 있었다. 짐이 스팍의 귀를 핥았다. 스팍이 몸을 떨며 작은 소리로 불렀다.

 

“짐…”

 

이래서는 안 됐다.

 

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옳지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나도 괜찮아지는 일은 없었지만 짐은 스팍의 옆얼굴에 입을 맞추고 뾰족한 끝을 향해 귓바퀴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스팍이 짐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여전히 약하지만 좀 더 강하게 불렀다.

 

“짐…”

 

짐이 실망한 듯 끙 소리를 내더니 고작 몇 센티미터 떨어져 스팍과 이마를 맞댔다. 짐의 손은 스팍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어 오르며 조금씩 스팍이 반응해서는 안 될 곳으로 다가왔다. 짐은 다른 손으로 스팍의 허리를 감쌌다. 스팍의 셔츠는 너무 얇기만 했다. 짐의 눈은 완전히 감겼고 스팍은 반쯤 감긴 채였다. 짐이 속삭였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봐.”

?

 

스팍은 절대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벌칸인이 아니더라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해도.

 

짐이 눈을 뜨고 서로 마주볼 수 있을 만큼 멀어졌지만, 여전히 둘의 코끝이 스칠 정도의 거리였다. 짐의 손바닥이 스팍의 바지 위 불룩한 곳에 도착해 지긋이 눌렀고 스팍은 반응하지 않기 위해 입 안을 깨물었다. 스팍의 손은 짐 옆에 그저 툭 떨어져 있었다. 멈춰야 했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만할게.”

 

짐이 미간을 찌푸린채 말했다. 상처입은 듯한 짐은 아름다웠다.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약속할 테니까… 날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봐…”

 

원한다는 건 조금 다른 얘기였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었다. 스팍도 짐을 원했지만 스팍 안의 벌칸인은 거짓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스팍 안의 인간은 짐이 스팍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짐이 스팍의 바지 위를 감싼 채 문질렀고, 스팍의 셔츠를 들어올려 얇은 천 아래 피부를 따라 따뜻한 손가락을 움직였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스팍은 그 동작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스팍은 짐보다 강했다. 당장이라도 짐을 밀어내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스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릴없이 입을 열었고 짐은 고개를 꺾어 입술을 맞댔다. 입속에 짐의 혀가 들어왔을 때 스팍은 부끄럽게 신음했다. 짐의 손이 떠났려고 할 땐 한심할 정도로 눈에 띄게 훌쩍이다 빠르게 멈췄다. 짐이 스팍의 바지 버클을 풀었고, 짐의 손가락은 스팍의 피부를 따라 짙고 구불구불한 털을 지나 속옷 속을 파고들었다. 스팍이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고 짐도 삼켰다. 짐의 손이 이미 단단해진 채 만져주길 기다리며 욱신거리는 스팍의 성기 위로 미끄러졌다. 짐은 스팍의 성기를 감싸고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신음했다. 짐이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댔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침이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짐이 스팍의 성기를 부드럽게 쥐고 쓸었다.

 

스팍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성기는 단단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팍이 끙끙댔다.

 

“짐.”

 

이미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른 것처럼 숨이 가빴다. 짐이 신음했다.

 

“시발, 네가 내 이름 그런 식으로 부르니까 돌겠어.”

 

스팍은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내심 다짐했다. 이런 행동을 부추길 순 없었다. 짐이 스팍을 위아래로 쓸어올렸다. 스팍은 미간을 좁혔고 짧게 우는 소리를 냈다. 멈춰야 했다. 멈출 수 없었다. 스팍의 손가락은 한심하게 짐의 셔츠를 쥐고만 있었다. 짐이 완벽한 손으로 천천히 스팍을 쓸었다.

 

“네가 갖고 싶어 미치겠어.”

 

짐이 스팍의 옆얼굴에, 귀에 입맞추며 속삭였다.

 

“네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러워. 네가 날 떠난다고 생각하면 돌아버릴 것 같아. 네가 없으면 아카데미에 가고 싶지 않아, 스팍. 널 내 주머니에 넣어서 내가 가는 곳마다 데리고 다니고 싶어. 내 침대에 눕혀놓고 사랑해 주고 싶어. 잠이 들 때까지 널 껴안고 싶어. 널 내 안에 담고 싶고 널 나로 채우고도 싶어. 아침마다 네 잘생긴 얼굴로 잠이 깨고 싶어. 널 너무 너무 원해…”

 

스팍은 과호흡이 온 것 같았다. 고동은 핏줄을 타고 빠르게 뛰었고, 짐의 손 안으로 뛰어들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었다. 터질 것 같은 머리는 산소가 부족해 가눌 수가 없었다. 피부가 뜨겁게 익었다. 전신으로 짐을 느꼈다. 스팍이 원하던 바였다. 짐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강력하게 짐을 원했다. 하지만… 하지만…

 

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진심이었다. 짐은 스팍을 꼭 쥐고 익숙하게 쓸어올렸다. 둘은 전신을 맞댄 채 이불 속으로 다리를 뻗고 어색하게 소파 위에 엉켜 있었다. 짐에게선 염소 냄새가 났다. 짐의 느낌은 좋기만 했다.

 

“자위할 때마다 널 생각했어.”

 

짐이 말을 이었다. 스팍은 짐의 품 안에서 산산조각난 채 떨리는 난파선 같았다.

 

“내가 가는 걸 한 번도 못 들었다면 믿지도 않겠지만 들었다고 해도 넌 아무 말 안 했겠지. 다른 사람을 생각하려고도 해 봤어. 정말이야. 다른 사람이랑 자보기도 했어.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건 너야. 너밖에 없어. 다른 건 바라지도 않아. 너만 곁에 둘 수 있다면 다 포기할 수 있어. 스팍, 시발… 넌 내 전부야.”

 

짐도 스팍의 전부였다. 스팍의 심장이 아팠다. 눈물을 닦아야 했다. 눈물샘이 고장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짐을 밀어내야 했고 스팍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모든 논리가 허물어졌다. 짐의 애무도 훌륭했지만 스팍을 정말 흥분시킨 건, 전신을 떨리게 한 건 짐의 말이었다. 짐은 다시 부드럽고 다정하게 혀가 얽히는 입맞춤을 했다. 스팍도 짐에게 입을 맞췄다.

 

스팍도 짐에게 입을 맞췄다. 스팍은 실패하고 말았다. 스팍은 끔찍한 보호자였다. 권한을 남용했고, 부도덕했고, 추잡했다. 그럼에도 스팍은 그저 짐에게 입을 맞추고, 짐의 혀를 빨아들이고, 짐의 입술을 깨물고 짐을 몰아붙여 기어코 짐의 신음을 들었다. 마치 음악 같았다. 스팍이 짐을 향해 들썩이고 또 들썩였고, 짐은 스팍을 잡아당기며 볼에, 코에, 턱에 흠뻑 입맞췄다. 짐은 입술로 턱선을 따라 그리며 계속 중얼거렸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짐 앞에서 스팍은 그 어떤 걸로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스팍은 짐의 손 안에서 터지며 소리냈다. 짐의 얼굴 옆에 고개를 묻고 전에는 내 본 적도 없는 크고 절박한 소리를 냈다. 스팍은 소리를 지르며 파정했고 짐은 계속 흔들고 조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냈다. 스팍의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스팍은 무의식 중에 엉덩이를 흔들고 온 몸을 떨었다.

 

서서히 정신이 들자 스팍은 역겹고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스팍이 겨우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스팍이 그저 꼼짝없이 앉아 있는 동안 짐은 다시 다정하게 스팍을 끌어안고 바지를 정리해 주었다.

 

짐이 부드럽게 손을 떼고 마지막으로 스팍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대고는 다시 몸을 떼고 중얼거렸다.

 

“생각해봐. 부탁이니까 생각해봐.”

 

그리고 스팍의 앞머리를 빗어내리며 이마에 입맞추고 소파에서 내려가 거실을 벗어났다. 아마 침대로 갔을 것이다.

 

스팍은 완전히 만족해 늘어져 지친 채 소파에 웅크렸다.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꼭 끌어안고 싶었다. 스팍도 ‘사랑한다’고 대답해 줬어야 했다. 하지만 짐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말을 했어야 했다.

 

짐의 곁에 있을 수가 없었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말했어야 했다.

 

짐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온 마음이 부서졌다. 짐의 곁에서는 괴물이 된 기분이었다. 짐을 생각하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눈가가 눈물로 촉촉했다. 빠져나올 수도 없는 승리하지 못하는 시나리오였다. 스팍은 짐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이제는 알고 있었고 인정도 하겠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스팍은 짐의 이불을 덮고 소파 위에 웅크렸다. 스팍은 온통 짐의 냄새로 가득했다.

 

그날 밤 스팍은 한숨도 잘 수 없었다.

– – –

고작 이틀이 지났다. 커크 제독에게 연락이 왔다. 짐은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걸 챙겼고 방도 예약했다. 스팍도 짐을 도와주었다. 스팍이 짐의 곁에 있는 모든 순간은 고문과도 같았지만 헤어지는 건 더했다. 스팍이 익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스팍이 문을 열자마자 제독이 두 팔을 벌려 스팍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스팍은 놀라 끙 소리를 냈지만 가만히 있었다. 제독이 웃으며 몸을 뗐다. 스팍은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제독은 스팍에게 한없이 고마워하는 것 같았고 이틀 전 자신의 아들이 스팍에게 수음을 해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짐도 초인종 소리를 들었는지 계단을 뛰어내려와 스팍을 지나 엄마 품에 안겨 소리쳤다.

 

“엄마!”

“짐!”

 

제독은 짐을 꼭 끌어안으며 울려고 했다. 그러더니 정말 울기 시작해서는 나중에는 아주 흐느꼈다.

 

“너무 오랜만이다! 어머, 이렇게 크다니! 엄마보다 더 크네! 어우, 짐. 그동안 엄마가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계속 연락은 했잖아요. 심지어 생일을 그냥 지나친 적도 없으면서.”

 

짐이 몸을 떼며 웃자 제독이 짐의 볼에 입을 맞추며 다시 끌어안았다. 스팍은 마치 훼방꾼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제독은 짐의 어깨 너머로 감사 인사를 했다.

 

“스팍,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난 다음 주에 사관학교로 가요.”

 

짐이 칭얼대며 제독의 품에서 벗어나 끼어들었다.

 

“엄마가 올 때마다 이러면 싫다니까요.”

“어머, 장하기도 하지!”

 

제독이 활짝 웃었다. 제독이 짐의 머리카락을 헤집었고 짐은 웃으며 장난스럽게 피했다.

 

“당연히 주말마다 와야 한다? 꼬박꼬박 집으로 와야 해.”

“꼬박꼬박 올게요.”

 

짐이 약속했다.

 

“스팍도요.”

 

스팍이 고개를 돌려 짐을 쳐다보았다. 커크 제독이 행복하게 웃었다.

 

“넌 어디 있을 거니, 스팍? 나랑 계속 같이 살아도 돼!”

“사관학교에서 나랑 같은 방 썼으면 좋겠는데.”

 

짐의 말에 커크 제독이 대답했다.

 

“그럼 좋지.”

 

서로 다른 입장인 걸 생각하면 부적절하다는 걸 알고 있을 제독의 말에 스팍은 약간 놀랐다.

 

스팍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시내에 작은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짐과 마찬가지로 월말에 이사를 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는 머물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하지. 더 있으면 좋은데.”

 

제독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너희를 보러 샌프란시스코에 자주 놀러갈게. 그래도 가족들이 모일 집이니까 이 집은 계속 관리해야지. 언젠가 우리 애들이 날 보러 올지도 모르잖아.”

 

제독이 윙크를 하자 짐이 웃었다. 스팍은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입을 다물고 예의를 차렸다.

 

제독이 몸을 굽혀 가방을 들자 스팍과 짐이 빠르게 받아들었다.

 

“그럼, 진작 저녁 식사나 할걸.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야 하잖아. 물론 컴퓨터로 다 들었지만 너희 얼굴을 보면서 전부 다시 듣고 싶어.”

 

제독은 둘을 거실로 몰아넣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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