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it Friendship, Call it Family, Call it Love by itrieddontjudgeme
12636 words
폰파가 찾아와 조용히 죽기를 결심한 스팍과 그 꼴을 두고 보지 못하는 짐의 이야기. 폰파 픽인데 짐이 더 박력 있어서 끙끙 앓게 되니까 봐 주세요.
보통 영픽 번역 끊어서 올리는 분량이 한글 2014 기본 설정 기준 A4 8페이지인데 발췌만 11페이지 했음.
Call it Desperation (자포자기라고 해도 좋아)
“맥코이 선생, 잠시 면담을 요청하고 싶은…”
“나중에, 스팍.”
맥코이는 정신없이 의무실을 오가는 간호사와 환자들의 쇄도하는 작업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스팍의 말을 끊었다.
“여기 난리난 거 안 보여? 쓸데없는 놈들 때문에 바빠 죽겠어. 별 엉뚱한 데 손가락이니 코니 붙여오는 뭐 하나 똑바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쓸데없는 선원들 같으니라고!”
맥코이는 죄 지은 얼굴로 진찰대에 앉은 두 청년을 가리켰다. 맥코이가 목소리를 높이자 둘은 초조하게 자신들의 손만 내려다 보았다.
“한심한 놈들! 그러고도 기술부야? 어떻게 저 혼자 감전 사고를 당할 수가 있어?”
맥코이는 스팍을 피해 채플 간호사에게 몸을 돌렸다.
“3번 진찰실에서 2258년에 임질 항생제 내성이 생긴 안도리아인을 치료하고 올 테니까 이 두 멍청이들한테 붕대 좀 감아줘.”
스팍은 진찰실로 향하는 복도를 향해 몸을 돌린 맥코이를 막아섰다.
“맥코이 선생, 화가 나는 건 알겠는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아줬으면…”
“빌어먹을, 뾰족 귀. 저리 비켜! 생사가 달린 일이면 모를까, 이 의무실에서야 그것도 일상다반사라는 거 알지? 그게 아니면 지금 내 일이 더 중요해.”
스팍을 밀치며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스팍이 조용히 말했다.
“레너드, 부탁해.”
맥코이는 스팍의 사정하는 목소리에 불편한 기색으로 문가에 서서 스팍을 쳐다보았다. 맥코이 눈에 저 냉정한 자식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인 건 처음이었다. 스팍이 저렇게 약해보이다니 뭔가 아주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맥코이는 다시 한번 스팍을 흘끔 쳐다보았다.
“알았어, 스팍. 내 사무실에 가 있어. 몇 가지 일 좀 처리하고 채플 간호사한테 이 정신없는 상황만 넘기고 5분 안에 갈게.”
스팍은 시선을 피하며 맥코이의 사무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고마워, 선생.”
그리고는 자리를 떴다.
– – –
“고통의 원인은 알고 있어, 선생.”
스팍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스팍은 책상을 쥔 손을 쳐다보며 힘을 빼느라 애를 썼다.
“문제가 뭔지는 알아.”
스팍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대단하네. 척척박사인 건 알았지만 의사 자격도 있으신 줄 미처 몰라봤어.”
맥코이가 비꼬았다.
“그럼 털어놓든가. 왜 있는 승질 없는 승질 다 부리는 건데?”
(* cat in a bag이 아니고 bag of cats를 잘못 사용한 것으로 보임. let the cat out of the bag이라는 숙어는 우연히 비밀을 드러낸다는 뜻이며 여기에서 유래된 put the cat in the bag이라는 숙어는 수상한 건 그냥 수상한 채로 둔다는 의미가 있음.)
스팍은 계속해서 맥코이의 어깨 너머를 쳐다보며 말했다.
“벌칸 위원회 대표가 폰파의 일반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나?”
스팍은 믿을 수 없다는 맥코이의 시선을 피했다.
“벌칸 발정기?”
맥코이가 발끈했다.
“장난해? 넌 아직 벌칸 기준으로 청소년이라 폰파가 시작되려면 최소 10년은 있어야 하잖아!”
“내 몸 정도는 나도 알아, 선생.”
스팍이 이를 악물고 대꾸했다. 맥코이는 스팍의 날카로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좋아. 12년간 우주생물학을 공부한 걸 바탕으로 네가 10년이나 일찍 폰파를 겪는 게 생리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해 봐. 궁금해 죽겠으니까!”
맥코이는 팔짱을 끼며 코웃음을 쳤다.
“생물학적으로 모든 생물은 멸종 위기가 닥쳤을 때 짝짓기를 하는 경향이 있지.”
스팍이 차갑게 대꾸했다. 맥코이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스팍을 쳐다보았다.
“그 말은 설마…”
(중략)
“뭘 또 숨기고 있는 거야, 스팍? 말을 안 하면 나더러 어떻게 도우라는 거야?”
“말하고 있잖아!”
맥코이가 다그치자 스팍이 이를 드러내며 큰소리를 냈다. 스팍은 맥코이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지금 난 벌칸인으로서는 가장 사적인 방법으로 내 자신을 드러내고 있어. 당신에게 우리 종족의 가장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며 죽어가고 있다고!”
스팍이 맥코이에게 떨어져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작게 털어놓았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알아, 스팍. 말실수를 사과할게. 노력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네 목숨을 구하려면 전부 다 말해줘야지.”
맥코이가 다정한 표정으로 스팍을 쳐다보았다.
“난 목숨을 구하자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스팍이 긴장한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당황한 맥코이가 되물었다.
“설마 벌써 나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뾰족귀? 벌칸식 비관주의는 때려치우고 당장 전부 다 털어놔.”
이번엔 맥코이가 스팍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다그칠 차례였다.
스팍은 대화의 방향에 물리적으로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땀에 젖은 피부, 찌푸린 눈썹, 내려간 입꼬리. 이미 스팍의 몸에선 초기 폰파의 징후가 엿보였다. 절대 동요하지 않던 벌칸인은 이제 그 속내가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
“내가…”
스팍이 말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내가 다른 사람과 우연히 초기 유대를 형성했다는 걸 알아챘어.”
스팍의 온몸이 말하는 것과 모순적으로 그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다행인 거 아니야?”
맥코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사람한테 잠깐 유대를 맺어달라고 부탁해서 며칠 추잡한 짓 좀 하고 깔끔하게 헤어지면 안 되는 거야?”
“내겐 일생일대의 일이니 그렇게 태연하게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스팍이 으르렁거렸다.
“미안해, 스팍.”
맥코이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건 대답이 아닌데.”
“내 애정의 상대에겐 같은 감정이 없어.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고.”
스팍이 차갑게 대꾸했다.
“음, 스팍. 네가 제대로 설명만 하면, 그러니까 네 생사가 달린 일이라는 걸 말만 하면 그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와의 결합을 강제할 생각은 없어.”
스팍은 화를 제대로 감추지도 못했다.
“거절할 수 없다면 그걸 동의라고 할 수 없지. 죄책감으로 나와 관계하게 할 일은 없을 거야. 내가 그토록 경외하는 남자를 강간하진 않겠네.”
마지막 문장은 너무나 단호해서 맥코이가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운명의 사랑이라는 거야? 허. 너한테 그런 게 있을 줄은 몰랐네.”
“날 비웃는 건 관둬, 선생.”
스팍의 표정이 얼마나 사납던지 맥코이는 자신의 안전을 걱정할 뻔 했다.
“도대체 누구야, 스팍?”
“지금 대화에서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군.”
맥코이의 추궁에도 스팍의 대답은 차가웠다.
“네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당연히 관계가 있지!”
맥코이가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스팍이 맥코이와 눈을 맞추자 맥코이의 몸이 굳었다.
“그 잘난 추리력을 사용해 봐, 선생.”
스팍이 마지막으로 체념한 듯 말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표현할 유일한 사람이 누구일지.”
“대체 그걸 내가 어떻게…”
맥코이는 하던 말을 멈췄다.
“짐이구나.”
“당연하지 않나?”
스팍이 맥코이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약해 보이는 스팍은 처음이었다.
– – –
“그럼 이제 어쩌자는 건데?”
결국 맥코이는 스팍을 쳐다보며 물었다. 스팍은 한참 말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찾아왔다.
“아니, 그건 받아들일 수 없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 식으로 포기하지 않아도…”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스팍은 따져 볼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맥코이가 계속 우겼다.
“정말 끝이라고? 그럼 어쩔 건데? 죽을 거야?”
스팍은 말이 없었다.
“죽겠다고? 그건 치료 상담이 아니라 자살하게 도와달라는 거잖아!”
맥코이가 따졌다. 스팍은 무표정한 얼굴로 화를 내는 맥코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이래야 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그냥 죽게 두라니 생각할 것도 없어. 하물며 자살을 돕는 건 절대 안 돼!”
맥코이가 폭발했다.
“분명 다른 방법이…”
“다른. 방법은. 없어.”
스팍의 목소리가 위험했다.
“일일이 설명해 줘야겠군, 선생. 선생에게 내게 남은 선택지를 들려주겠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깨닫게 해 주지.”
스팍의 눈은 차갑고 단호했다. 스팍은 모서리에 금이 갈 정도로 세게 책상을 쥐고 있었다.
“첫 번째. 폰파 기간 동안 내 선실에 갇힌 채 명상을 할 경우. 내 정신은 닿지 않을 반려를 불러댈 거고, 나는 그 욕구를 차단하기 위해 정신을 닫아버릴 거야. 며칠 동안 큰 고통을 겪으며 누워있다가 결국 열기에 굴복하겠지. 난 폰파의 열기에 사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이 빠져도 죽지는 않은 채 깨어나겠지. 그리고는 완전히 미쳐서 결국 죽어 버릴 거야.
두 번째. 선실에 갇혀 있으려고 하지만 열기가 너무 강했을 경우. 선실의 문을 뜯어내고 앞길을 막아서는 선원들을 뚫고 함장님을 찾으려고 들겠지. 승선한 선원 그 누구와 비교해도 세 배나 강한 데다 분노한 텔레파시 능력자를 선원들이 감당이나 할 수 있을 것 같나?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본능만 남은 짐승을? 난 선원들이 페이저에 손도 대기 전에 상대의 정신을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지. 싸울 수 있는 거리라면 토막을 낼 테고. 그렇게 해서 함장님을 손에 넣으면 내가 어떻게 할 것 같나? 내가 함장님께 예의를 차릴까? 수많은 도전자들과 싸워서 쟁취한 전리품을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하나?“
스팍의 목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스팍의 손 끝에서 책상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팍은 계속 분노하고 있었다.
“세 번째. 함장님께 모든 걸 털어놓는 경우. 함장님은 잘못된 성실함과 우정으로 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시겠지. 나는 폰파의 극심한 고통에 스스로 자제도 못하고 내가 이 우주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험하게 강간하고 정신적으로 범할 거야. 되돌릴 수도 없는 방식으로 함장님을 매어 두겠지. 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잔인하게 취급한 주제에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평생 매어두고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하지도 않아. 난 함장님의 목을 조르고, 자유를 빼앗고, 함장님이 스스로를 희생한 기억을 가진 채 억지로 살아가게 할 거야. 당장은 날 싫어하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내게 분노하겠지. 그런 짓을 하고도 살 순 없어.”
스팍이 평정심을 되찾으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책상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선택지가 남았지.”
그리고 스팍은 말을 멈췄다.
“내가 널 죽게 도와주는 거 말이지.”
맥코이가 조용히 대답했다.
– – –
짐이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줘.”
스팍은 솔직하고 사심 없는 짐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짐이 입을 살짝 열며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스팍은 짐의 관자놀이에 입술을 누르고 속삭였다.
“나가 주세요.”
멍이 들게 하려는 게 분명한 손가락 두 개가 짐의 명치를 누르며 짐을 도어 센서 밖으로 밀어냈다. 스팍이 물러서자 짐의 눈앞에서 빠르게 문이 닫혔다. 짐은 충격에 휩싸여 닫힌 문을 쳐다보고는 가슴을 문지르며 빈 복도에서 기가 막힌 듯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기고 있네.”
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무슨 일인지 빌어먹을 대답을 듣고 말 거다, 저만 잘난 뾰족귀 새끼야.”
짐이 무릎을 꿇고 빠르게 문 옆의 벽에서 센서 패널을 뜯어낸 뒤 스팍의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선을 고쳤다. 3분간 지급된 주머니칼과 페이저로 배선을 고친 짐이 문을 열었다.
짐이 스팍의 선실로 들어가 센서가 망가진 문을 닫았다.
“이제 문 뒤에 숨을 수도 없는데 어쩔…”
갑자기 목을 틀어쥔 날렵하고 인간의 것이 아닌 강력한 손아귀에 기도가 막혔다.
“나가달라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스팍이 얼굴을 바싹 들이댄 채 위험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였지?
짐은 문 옆의 벽에 등을 기댄 채 몸을 굳히고 서 있었다. 코부터 엉덩이까지 바싹 몸을 붙인 스팍 때문에 꼼짝할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3년도 전에 함교에서 벌어졌던 일 이후로 스팍과 이렇게 가까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와 소름끼칠 정도로 비슷하게 스팍은 화가 나 굳은 얼굴로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스팍의 손아귀 힘이 조금 약해졌지만 짐을 풀어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팍은 짐의 턱 밑, 자신의 손 바로 위에 코를 들이대고 으르렁거렸다. 소유욕을 드러내는 짐승 같은 소리였다.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였다.
짐은 가만히 몸을 굳힌 채 스팍의 반응을 살폈다. 가빠지려는 호흡도 평소처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몸이 뒤집히며 얼굴이 벽에 눌렸다. 스팍의 왼쪽 손은 여전히 짐의 귀 아래, 목덜미를 쥐고 있었고, 스팍의 오른손은 짐의 엉덩이를 향했다. 스팍의 손에 깜짝 놀란 짐이 스팍의 손목을 잡으려 움찔거렸다. 짐승 같은 울음소리에 짐의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짐은 진심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스팍이 손을 꺾어 짐의 손목을 쥐고 벽에 고정시켰다. 험악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짐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스팍은 마치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짐에게서 멀어졌다. 짐이 몸을 돌렸을 때 보였던 스팍의 당황한 얼굴은 억지로 끌어낸 평소처럼 차가운 얼굴 뒤로 사라졌다.
스팍이 개인 통신기로 손을 뻗어 빠르게 연락을 취했다.
“맥코이 선생, 내 선실로 즉시 와 줘야겠어. 함장님이 부상을 입어서 치료를 받으셔야 해.”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던 스팍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말했던 것도 가져와 줘.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스팍이 통신을 종료하고 짐에게서 몸을 돌렸다.
짐은 부러진 손목을 쥐고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스팍은 얼굴을 감싼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사과드립니다, 함장님. 제가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대체. 뭐야. 스팍.”
짐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 순간 맥코이가 스팍의 선실로 뛰어들어왔고 강한 팔로 짐을 끌어냈다. 떠나면서 맥코이는 스팍에게 의료용 가방을 던졌다.
“고마워, 선생.”
스팍이 조용히 대답했다.
“고마울 거 없어. 난 아직도 우리가 단단히 실수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맥코이는 화도 나고 당황한 얼굴의 짐을 돌아보았다.
“둘이 뭘 감추고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인데?”
짐이 악을 쓰며 닫히는 문 너머로 스팍을 쳐다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슬픈 눈이었다.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다.
– – –
Call It Inspiration(감동이라고 불러도 좋아)
이마 위에 놓인 손의 감촉에 스팍은 정신을 차렸다.
“너 때문에 너무 너무 화가 나.”
짐의 조용한 목소리는 그의 말과는 달리 부드럽고 슬펐다. 짐이 스팍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 스팍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었는지 알아, 스팍?”
짐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부드러웠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거의 다 나를 버렸어. 아니면…”
중얼거리던 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죽었든가.”
짐이 이를 갈며 스팍과 시선을 피했다.
“그걸 막아내기에 난 너무 약했고, 어렸고, 어리석었고, 용기가 없었지.”
부드럽게 스팍의 머리카락을 쓸던 손을 갑자기 멈춘 짐이 거칠게 머리채를 틀어쥐고 스팍의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강렬하고 어두운 눈빛은 싸움을 앞둔 사람의 눈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거든.”
스팍에게 똑똑히 들리게 하려는 듯 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제 난 충분히 강해. 아무도 죽게 두지 않을 거야. 널 살릴 거야. 그래서 네가 날 싫어하게 되더라도.”
(중략)
“네가 움직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때까지 몇 가지만 말해 줄게. 먼저 넌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 너랑 본즈는 나한테 진짜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난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어. 절대.”
짐의 단호한 목소리에 스팍은 마치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두 번째로 본즈한테 다 들었어.”
그 말에 스팍의 몸이 긴장하는 걸 짐이 느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네가 날 사랑하는 건 알아. 네게 이런 걸 해 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래서 할 거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거야. 네가 부탁하는 것, 네게 필요한 것, 전부.”
(중략)
“하지만 내가 틀렸더라고.”
짐의 시선이 점점 더 단호해졌다.
“네가 포기했거든.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날 떠나려고 했어.”
스팍은 결심이 선 짐의 턱선을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모습도,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분노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난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난 우리 사이의 이 연결을 포기하지 않아. 이게 진짜라는 걸 아니까.”
최후 통첩이었다.
“우정이라고 해도 좋고, 가족이라도 해도 좋고,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아. 어디 네 마음대로 불러 봐.”
짐은 스팍의 목덜미를 잡고 이마를 맞댄 채 속삭였다.
“난 이미 너랑 평생의 유대를 맺었어, 스팍. 그리고 오늘은 이걸 공식적인 관계로 만들 거야.”
짐이 말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 다시 한번 스팍과 시선을 맞췄다.
“넌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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