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덕질 이야기

1. 책 구매 덕질이 제일 뜨거운 시기. 리페프를 사면 책 539권을 끼워 주는 딜을 발견하고 말았다. 목록을 살펴보니 관심은 있었지만 지르지 않고 용케 참아낸 세트들이 몇 개나 포함되어 있는 상황. 게으른 내가 절대 할 리가 없지만, 일단 사고 기기를 꽤 싸게 중고로 팔아도 남는 장사라서 고민을 잠깐 했다. 남자친구는 오랜 관찰의 결과 내 물욕의 90퍼센트가 책이라며 그냥 사라고 했고, 다른 친구도 나다운 고민이라며 웃었다. 생각해 보니 책 사려고 돈 버는 것 같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난 1일 1독이 아니라 1일 2독은 해야 일말의 양심이 작동한다는 소릴 들을 것 같다.

 

2. 그 일말의 양심 때문에 최근 매일 잠자리 독서를 실천 중이다. 그리고 어제는 벼르고 별렀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었다. 번역본은 열린책들. 요즘 부쩍 추리소설을 읽다 잠이 쏟아져서 첫인상이 영 좋지 않은 이 책도 읽다 잠들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단숨에 끝까지 읽고 말았다. 처음 읽었을 땐 얼마나 재미가 없었나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 줄 알았는데 다시 읽을 땐 속도감마저 느껴졌다. (실제 5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1920년대의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을 간접적으로 겪은 탓에 전쟁을 모르는 자의 태평함과 전쟁을 아는 자의 허무함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시대다. 게다가 금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 금주법 때문에 범죄율도 폭발하던 시대였다. 스펙트럼이 넓은 이 시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이 소설을 아직 2차 성징도 겪지 않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었을 리가. 이처럼 당시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까지 찾아가며 읽으니 훨씬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역시 책은 여러 번 읽어야 맛이 난다. 이래서 책 사는 걸 포기할 수가 없다.

 

3. 동생이 갑자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이 보고 싶다고 하는데 동영상 파일이 없어서 가지고 있던 DVD를 꺼냈다. 동생이 뮬란 DVD도 있었냐며 ‘누나는 참 그런 거 잘 사.’하더라. 괜히 덕후겠니. 뮬란 꺼내다 보니 인어공주 DVD도 발견. 미녀와 야수는 산다산다하고 안 사지네. 결심한 지가 10년도 더 됐는데;;; 아직 팔긴 하나…

요즘 덕질 상황

+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었다. 정말이지, 무엇이든 쓰게 된다더니 세상에 팬픽이 쓰고 싶어졌다. 이 책 좀 쩌는 듯. 서점에서 앞부분 조금 읽다가 안 사도 될 책으로 분류했는데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기에 빌려서 읽어보니 뒤로 갈수록 좋더라. 사도 될 책으로 분류 이동!

 

+ 4월 26일에 온 메일 내용 중

판매자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상품정보 대륙을 횡단한다는 것 : 하바롭스크 외 2건

뭘 샀는지 몰라서 로그인했다 -_-;;
아직까지 산 책 모르고 또 사는 짓은 안 했는데 하루하루 위태롭다. 특히 5월 도정제 강화 이전에 서점사들이 장기 대여를 쏟아내는 바람에 홀수 달에만 책을 사겠다는 나의 다짐이 또 허사가 됐다. 홀수 달은 원래 책 사는 달이라 장바구니 이미 8만원 채워져 있는데… ㅠㅠ

 

* 그 와중에 코르다3 역시 비타로 나오고… (코르다 2 비닐 아직도 안 뜯었다) 이번엔 최소 트박을 사야 DLC를 받을 수 있는 모양이던데 트박 2개 가격 합치면 어차피 26,600엔(사면 아마존에서 살 테니 일본 내 소비세는 안 냄. 대신 관부가세 당첨!)이라 “올 여름 우리들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이 화려한 3만엔짜리 박스의 가성비가 낫고… 진짜, 미쳤냐? 어? 코르다 1도 풀음성 해서 비타로 낼 거지?! 어? 말해봐! 하루카 1도 그랬으니까 낼 거지? 어? 내 시미즈 풀보이스 ㅠㅠㅠㅠㅠㅠ DLC를 포기하…포기..포…? ㅠㅠㅠㅠ 엔저를 믿어봐? 일단 6월 25일까지 관망해야지.

집착! 광기!

어떤 분이 영화 ‘팬텀 스레드’를 꼭 보라고 추천하며 스토리 라인을 이야기 해주는 걸 듣는데 설명이 어찌나 찰진지 머릿속에서 수많은 팬픽/호모 소설이 스쳐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오른 영화를 그런 것들(?)과 동류로 취급해 버린 건 내 소양의 한계 때문이지만, 주류 문화이든 비주류 문화이든 그 완성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틀어진 애정에서 비롯된 관계를 통해 팽팽한 성적 긴장감을 보여 주고 싶은 욕구는 대동소이한 것 아닌가. 좀 더 변명하자면 그 방면에서 철저하게 소비자인 나는 미숙하더라도 자신의 상상을 어떻게든 구현해 낸 창작자들을 존경한다. 주류 문화가 생산한 캐릭터를 빌리는 것도 캐릭터 안에서 자신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한 법이다. 개성을 잃지 않으며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 가능한 캐릭터를 창작한 쪽이 더 대단하다는 건 말해봐야 입만 아픈 얘기고.

문화적 소양 부족을 변명하는 말이 길기도 하다.

+ 시간이 나는 김에 받아서 보려고 했더니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라 영화값이 아직 좀 비싸네? 옥수수의 고지에 따르면 5월 3일에 가격다운이 있다고 하니 5월 3일 이후에 받아 봐야지.

Camila – De mí

Nunca había sentido algo así
La vida me mantuvo siempre en paz
Llegaste a abrir las puertas del dolor
Y a regalar la soledad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내 삶은 늘 잔잔했는데
당신이 고통의 문을 열고
고독을 선물해 주었지

Tu piel envenenó mi corazón
Dejándome en completa obscuridad
Y así en lugar de olvidarte yo
Te fui queriendo mucho más
당신의 살결은 내 마음을 삼키고
나를 완전한 어둠 속에 버려 두었지
그런데 난 당신을 잊지 못하고
오히려 사랑해 버리고 말았어

Y ahora estás aquí
Viéndome sufrir
그리고 당신은 지금 이곳에서
괴로워하는 날 바라보고 있어

Dime, como debo hacer
Para olvidarme de tus besos
Y sacarte para siempre de mi…
De mi… de mi… de mi…
당신의 입맞춤을
당신이란 존재를 나에게서 영원히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줘
나에게서… 나에게서… 나에게서…

Lo supe en el momento en que te vi
Quererte iba a dolerme de verdad
Pero volví a mirarte y comprendí
Que iría contigo hasta el final
당신을 본 순간 알았어
당신을 사랑하면 아파하게 될 나를
하지만 당신을 돌아보았을 때 난 알아 버렸어
죽을 때까지 당신 곁에 있을 거란 걸

Y ahora estás aquí
Viéndome sufrir
그리고 당신은 지금 이곳에서
괴로워하는 날 바라보고 있어

Dime, como debo hacer
Para olvidarme de tus besos
Y borrar tu nombre de mi…
De mi… de mi… de mi…
당신의 입맞춤을
당신의 이름을 나에게서 지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줘
나에게서… 나에게서… 나에게서…

Intente alejarme.
No pensarte más, no pensarte más.
Me dolió entregarme,
como nunca… lo hice jamás.
내게서 멀어져 줘
이제 당신을 생각하지 않아
더 이상 당신을 떠올리지 않아
포기해 버린 내가 너무나 아파
단 한 번도… 그럴 수 없었으니까

De mi…
De mi…
De mi…
De mi…
나에게서…
나에게서…
나에게서…
나에게서…


한국 노래는 슬픈 노래, 혹은 잔잔한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데, 언어가 달라지면 그렇지도 않다. 꽤 좋아하는 노래인데 스페인어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몇 번이고 가사 해석을 포기했다가, 피곤에 쩔은 새벽 감성으로 옮겨 본다. 몸이 지치니까 이렇게 슬픈 노래가 확 땡긴다. 뒷부분의 해석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 아, 스페인어 공부도 더 해 보고 싶은데, 꺼야 하는 급한 불이 너무 많구나…
전반적으로 슬픈 가사지만 ‘Y ahora estás aquí, viéndome sufrir’가 제일 슬프다. 처음엔 estoy라고 생각해서(이렇게 잘못 보는 일이 왕왕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담담히 지켜보는’ 광경을 떠올리고 굉장히 쓸쓸하다고 생각했는데 estás라니, 잔인하기 짝이 없네.

+ 영상에는 노래 앞뒤로 내레이션이 있어서 들어 봤으나 내레이션의 의도를 1도 모르겠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도 완벽합니다.’

이 노래를 듣고 폭풍 공감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코멘트인가;;

잊고 있던 내 헌정픽

정세랑이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소설 속 인물 이름으로 많이 빌린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래도 정세랑 소설이면 어?! 괜찮잖아? 괜찮을까? 괜찮겠지. 하지만 호모 소설에서 내 이름을 가진 여자가 커플 중간에서 third wheel이 되어 두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자꾸 불리는 걸 보니 어이쿠야. 예전의 나는 항마력 대단했구나. 작가명은 확실히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데 제목으로는 내용을 짐작하지 못해서 뭘까? 하고 열었다가 첫 줄부터 등장한 내 이름에 깜놀. 인터넷에 검색하면 동명이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흔한 이름은 아니라서 이건 절대 우연일리가 없는 그런 상황. 그래도 내 헌정픽이라 내 이름을 가진 아이를 예쁘고 착하게 그려줘서 작가에게 고맙다. 날 밝으면 글쓴이에게 이런 게 있었던 걸 기억하냐고 물어 봐야지 ㅋㅋㅋㅋ

그래도 나 인생 재밌게 살아왔구나. 헌정픽도 받고 ㅋㅋㅋㅋㅋㅋ

토토가3 이후로 현망진창

작년부터 내가 아주 오래 전에 파던 덕질이 자꾸 새 덕질 문을 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H.O.T.는 상상도 못했네 orz

아이돌의 조상(…)답게 그 이후로 수많은 아이돌이 나왔지만, 내게는 유일한 아이돌을 다시 보니 반가워서 눈물 그렁그렁, 심장이 두근두근. 역시 다섯이 모여야 좋다. 불혹 언저리의 나이에도(불혹 이상 되신 분이 더 많지만 orz) 팔딱팔딱 뛰는 고화질(이거 중요) 오빠들이라니 ㅠㅠㅠㅠ 다들 이렇게 반짝거릴 일이야? ㅠㅠㅠㅠ 각자 있으면 아재들이면서 모이니까 소년미 뿜뿜 ㅠㅠ

많은 덕질 중 현망진창 1등은 아이돌 앓이인 듯.

 

+ 요즘이야 노래는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듣지만 내 씨디들 잘 있나 오랜만에 안부도 확인했다. 다 잘 있는지 확인하니 마음이 놓이는 건 뭐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앨범이 2장은 있어야 든든하고, 1장밖에 없으면 후덜덜하는 걸 보면 탈덕은 무슨…;

토토가3

탈덕은 없다. 휴덕만 있을 뿐.

 

아이야는 그때보다 요즘 들을 때 기분이 더 이상하다.

그들은 소외당하고 무시당하고 보호받지도 못하고
타고난 권리조차 지켜 주지 못했고
그래, 언제까지 이 따위로 살 텐가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 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 텐가.

그러게. 20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없네.
그나저나 영어랩은 지금도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