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글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작가명을 누르면 작가님의 프로필로 이동합니다.>
스팍은 두 사람이 캠퍼스에 올 때처럼 돌아갈 때도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짐의 캠퍼스 투어 종료 30분 뒤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사무실을 떠나려는데 비가 쏟아졌고 동료가 우산을 권했지만 받지 않았다. 고작 비였고 어차피 집에 돌아가면 제복을 세탁할 생각이었으니까. 스팍은 아카데미를 향해 걸었고, 비를 가릴 처마가 없으면 가볍게 뛰었다. 짐과 만나기로 한 동쪽 뜰 앞 복도에 도착했을 때 스팍은 누가 봐도 흠뻑 젖어 있었다.
스팍이 뜰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짐이 눈에 들어왔다. 짐은 반대쪽 벽에 몸을 기댄 채 건물 벽을 따라 이어지는 인도를 덮는 차양 아래 서 있었다. 그래도 짐 역시 비를 맞은 뒤였다. 흰 셔츠가 들러붙어 얼핏 살이 비치고 머리카락도 물에 젖어 반짝였다. 웬 남자가 뜰을 등진 채 짐에게 과하게 접근해 있었다. 대머리에 염소 같은 수염이 난 남자는 짐보다 적어도 열 살은 많을 터였다. 남자는 붉은 생도복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깝긴 해도 그저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라고, 자신이 가는 동안 짐에게 별일이 있겠느냐며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스팍이 다가가자 남자는 짐의 어깨 위 벽을 양 손으로 짚으며 짐을 몰아 붙였다. 스팍의 민감한 청력이 저질스러운 말투로 늘어지는 남자의 말꼬리를 잡아챘다.
“…그리고 내 책상에 엎드린 널 꼼꼼히 검사…”
남자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스팍이 두 사람 근처까지 내달려 남자를 세게 밀쳐내자 남자는 비틀거리다 바닥에 나뒹굴며 오른쪽 어깨를 부딪쳤다. 스팍은 즉시 지키듯 짐과 남자 사이에 서서 사납게 내뱉었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미성년자 추행 행위로 고발하지.”
“넌 뭐야?”
남자가 주먹을 쥐고 벌떡 일어나며 짜증을 냈다. 건장하긴 했지만 화가 난 벌칸인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넌 뭔데 이딴 식으로 사람을 쳐?”
“내가 의미도 없는 말을 하는 것 같나?”
대답하는 스팍의 목소리는 억양 없이 차분했지만, 눈빛은 서슬이 퍼랬다.
“즉시 이 자리를 떠나도록. 또한 앞으로 이 소년에게 말을 걸 경우 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즉시 당신을 장교직에서 물러나게 할 거야.”
남자는 화를 감추지 못한 채 입을 떡 벌리고 스팍이 방금 내뱉은 협박을 실제 가능케 할 수 있는지 가늠했다. 그러나 남자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스팍의 팔꿈치를 잡아 끄는 손이 있었다. 스팍이 반쯤 짐을 돌아보았다. 스팍은 자신의 말에 짐이 동의할지의 여부는 미처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분명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짐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스팍, 괜찮아.”
이어서 짐은 남자를 향해 윙크했다.
“나중에 보자고, 컵케이크.”
그 별명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분명 짜증이 난 듯 했다. 짐이 스팍의 팔을 반대쪽으로 가볍게 당겼다. 두 사람은 길을 따라 걸으며 자리를 이동했고, 스팍을 걷게 하느라 짐의 팔은 스팍을 숫제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시 빗속을 걷기 시작했을 때에야 스팍은 조금 정신을 차렸다. 스팍은 짐이 화가 났을 거라고 반쯤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방금 그 남자의 행동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짐은 기분이 조금 좋기라도 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말하는 건데, 어쨌든 난 그 사람이랑 뭘 하진 않았을 거야. 전혀 내 취향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강한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해도 네가 있는데 뭘.”
짐의 웃음소리에 짐이 닿아 있던 스팍의 팔 어딘가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
스팍이 뻣뻣하게 물었다.
“넌 괜찮아?”
“다 젖어서 그렇지 괜찮아.”
스팍은 짐을 돌아보지 않았다. 보지 못할 이유가 차고 넘쳤다. 두 사람은 흠뻑 젖은 채 말 없이 전송기로 돌아왔다.
짐을 데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기 오 분 전, 방에서 스팍의 개인 통신기가 울렸다. 스팍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사람은 짐밖에 없기에 스팍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통신기를 받았다. 당연하게도 짐이었다.
“난데, 오늘은 늦게까지 일하니까 아직 데리러 오지 마. 알았지?”
“그럼 집에는 언제 올 거야?”
스팍은 못마땅했다.
“내가 연락할게.”
“그래. 조심해.”
평소 통신 종료시에 하는 말은 아니지만 짐이 언제까지 외부에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적절한 말처럼 들렸다.
통신기 너머로 짐이 웃었다.
“그래. 나도 사랑해.”
통신기의 삐 소리가 통신이 끝났음을 알렸다. 스팍이 통신기를 닫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만약을 대비해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스팍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저녁을 치웠다. 샐러드는 냉장고에 넣고 사모사는 다시 데워야 했다. 정리를 마치고 가장 최근에 개발한 프로그램을 위한 계산에 몰두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스팍은 슬슬 걱정이 됐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아래층으로 향했다. 짐에게 연락이 오면 즉시 출발할 수 있도록 차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도 같았다. 그래서 스팍은 거실로 걸어가 짐이 주중에 흐트러뜨리고 마는 물건들을 정리했다. 이를 테면 소파 위에 걸린 그림이나 소파 뒷벽 선반에 놓인 책 같은 것들을. 소파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있는데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 왔다. 멀어지는 엔진 소리가 아니라는 게 특이했다. 엔진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이어서 현관문이 열리고 짐이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스팍!”
스팍이 거실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하니 가방을 바닥에 던지며 손짓하는 짐이 보였다.
“나와!”
못마땅하지만 조금은 궁금해진 스팍은 짐의 말대로 짐을 따라 문 밖을 나섰다.
계단 앞에 호버크루저가 세워져 있었다. 스팍이 혼란해하며 짐을 바라보자 짐이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샀어. 멋있지? 내가 여기까지 운전해서 왔어. 죽이지. 좋아 미치겠어.”
말을 마친 짐은 스팍이 볼 때 여자 앞에서나 보여주던 ‘강아지 눈’을 하고 호버크루저를 바라보았다.
스팍이 얼핏 봐도 괜찮은 호버크루저는 아니었다. 분명 구형 모델이었고 사용감도 있는 데다 드문드문 수리한 흔적도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에 비하면 매끈하고 반짝이는 데다 초현대적이었다. 게다가 짐은 늘 탈것에 관심을 보였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안하기도 했다. 그 성능에 상관없이 탈것은 위험하고 짐이 조금 난폭하게 운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만한 나이도 됐고 면허증도 있으니 원칙적으로 스팍이 말릴 수도 없었다. 어차피 말리기에는 짐이 너무 행복해하기도 했다.
“내가 시내까지 태워다 줘도 돼? 제발.”
“왜?”
짐의 말에 스팍이 되물었다. 스팍은 시내에 갈 일이 없었다.
“이유가 뭐든. 그냥 운전하고 싶어.”
“집까지 운전해서 왔잖아.” “널 태운 채로 운전하고 싶다고.”
스팍이 그 기분을 이해한 건 아니지만 짐의 표정을 통해 짐에게는 참 중요하다는 게 전해졌다. 그래서 스팍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호버크루저가 1인승으로 보이긴 했다.
짐이 활짝 웃더니 즉시 호버크루저에 올라탔다. 짐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뒤에 타서 날 잡아.”
“다른 사람을 태워도 되는 거야?”
“응. 2인승이야. 타.”
짐이 몸을 숙여 높게 솟은 뒷자리에 더 넓게 공간을 만들었다. 자신이 아닌 짐의 안전을 염려하며 스팍이 짐의 말대로 높이 솟은 뒷자리에 앉았다. 등받이가 없어 어색해 하는데 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안 잡으면 굴러 떨어질걸.”
스팍이 조심스레 짐의 어깨에 손을 얹자 짐이 웃었다.
“아니, 허리를 감으라고. 꽉 잡아. 놓치지 않게.”
그래서 스팍은 짐의 팔 밑으로 팔을 넣어 짐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짐의 어깨에 뺨을 대자 가슴팍에 닿는 짐의 검은 인조 가죽 재킷이 따뜻했다. 허벅지 안쪽에 짐의 다리가 닿고, 사타구니가 짐의 궁둥이에 닿았다. 보호자의 자리로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짐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짐이 호버크루저의 시동을 걸자 바람이 바스락거리며 먼지를 일으키고 스팍의 셔츠 밑단이 펄럭였다. 두 사람은 땅에서 몇 센티미터쯤 떠올랐다. 짐이 빠른 속도로 급히 출발하자 스팍이 짐을 꼭 껴안았다.
“일어나. 일어나, 스팍.”
스팍이 몽롱한 정신으로 꿈에서 깨어나며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굳혔다. 자신이 소파 위라는 것을 깨닫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스팍은 짐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은 현재 청바지에 꼭 끼는 셔츠를 입은 채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몸을 굽히고 있었다.
단순히 굽힌 게 아니었다.
짐은 스팍 위로 올라와 엉덩이로 스팍의 허리부터 사타구니를 깔고 앉아 있었다. 스팍이 상황을 보려 몸을 옆으로 틀어 누우며 팔꿈치를 세워 몸을 일으켰다.
“짐…”
스팍의 말은 짐의 단호하지만 망설이는 입술에 가로막혔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팍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짐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스팍의 열린 입술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짐의 혀에서는 술 맛이 났다. 짐이 고개를 꺾자 둘의 코가 부딪쳤다. 짐의 입술이 스팍의 입술을 문대고, 짐의 혀가 스팍의 혀를 지긋이 눌렀다. 촉촉하고 술맛이 나는 혀였다. 스팍은 자신을 누르는 짐의 구석구석을 선명하게 느꼈다.
짐.
스팍이 갑작스레 짐을 밀쳐냈지만 짐은 여전히 스팍 위에 올라탄 채로 고개만 몇 센티미터 들어 올렸다. 스팍의 손이 짐의 가슴팍에 닿아 있었다. 짐의 거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스팍 자신의 맥박도 너무 빨랐다. 짐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었고 입술은 붉었다. 짐이 술에 취해 웅얼거렸다.
“넌 너무 섹시해.”
스팍은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말이 폐에서, 뇌에서 빨려 나갔다. 몸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내장이 뒤틀리고 심장이 조이고 뇌는 과부하로 합선을 일으켰다.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스팍은 미치도록 짐을 원한다는 끔찍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잘못된 감정인지 알고 있었다. 스스로가 역겨웠다. 짐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낮고 작은 목소리였다.
“처음부터 널 선택한 건 그래서였나 봐. 본부에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어떤 보호자를 원하느냐고 묻는데 네가 그 층을 가로지르는 걸 보고 널 가리켰어. 널 곁에 둬야 한다는 건 알았다… 고 해야 하나.”
아침이면 짐은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할 리가 없다. 당황스럽고 이상하긴 하지만 짐은 착각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모든 게 망가질 것이다. 스팍은 자신의 세상 전부가 뒤집혀 버린 뒤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건 너무했다. 스팍이 입을 열었다.
“착각이야.”
“아니”
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여자애랑 데이트를 했는데… 나도 모르겠어. 그냥 여기로 와야 했어.”
짐이 또 다시 입을 맞추려 했다. 스팍이 팔꿈치로 막자 짐이 칭얼댔다.
“제발. 널 원해… 너도 날 원하는 거 알아…”
“이건 부적절한 행동이야.”
스팍의 목소리에 화가 실리려 했다.
“넌 아직 나이도 어리고 난 네 보호자야.”
“상관없어. 상관없다고. 난 술에 취했고 흥분했으니까…”
끔찍한 이유였다. 그게 사실이었다. 스팍의 심장이 뚝 떨어졌다. 아니, 이미 심장은 진작 저 아래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팍은 이런 게 질색이었다. 질색이라는 표현은 스팍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짐이 또 다시 입을 맞추려 하자 스팍이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짐. 안 돼.”
짐이 멈췄다. 그 사실에 스팍은 놀랐다. 헤아릴 수 없이 고맙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한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다. 짐이 스팍의 위로 쓰러지며 스팍을 온전히 덮었다. 얼굴은 스팍의 뒤통수에, 가슴은 스팍의 어깨에, 그리고 곧 축 처졌다.
일순 스팍은 몸을 굳혔다. 곧 짐이 부드럽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취한 채 잠들면 짐은 코를 골곤 했다. 왜 짐이 취하기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짐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스팍은 그런 게 질색이었다. 이런 게 너무 싫었다. 스팍은 짐을 사랑했다. 이제… 이제 적어도 스팍의 어떤 부분이 그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스팍은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팍은 자리에 앉아 두 팔로 짐을 들어 침대로 옮겼다.
자고 있는 짐은 아름다웠다. 순수해 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깨어 있을 때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스팍은 짐을 침대에 잘 뉘이고 신발을 벗긴 뒤 이불을 덮어 주었다. 스팍은 한참을 문가에서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밤 스팍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 =
본격 삽질 시작!!!!! 아아아 ㅠㅠㅠㅠ 백 번 읽어도 좋아 ㅠㅠㅠㅠ 보호 본능이 지나쳐서 자기 자신에게서도 짐을 지키려고 하는 스팍… ㅠㅠㅠㅠㅠㅠ 이 두 캐릭터 진짜 너무 좋은 거 아니니?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