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 Like the Sun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 중 최근에 들은 “해야”는 kyliselle님의 스팍커크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도 좋고 노래도 좋으니 다들 감상해 보셨으면 좋겠다!!!

 

 

 

Shine Like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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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도 곧 도착하겠지만 지금 스팍은 혼자였다. 혼자라서 염치없이 비밀스러운 사랑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스팍은 태양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눈을 감았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았다. 몸을 데우고 오랫동안 지속되던 함선 생활의 냉기를 날려 버렸다. 사막의 빛나는 태양에 젖어 그 열기에 몸을 쬐며 내심 만족이 차올랐다. 수 년 만에 진정으로 따뜻함을 느끼며 손바닥을 들어 올려 열기로 민감한 손바닥을 녹였다. 얼음 같던 시간은 잊었다. 할 수만 있었다면 가르랑거렸을 것이다.

“Las’hark.”

스팍은 뒤에서 들려온 조용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태양을 흠모하는 데 푹 빠져서 커크가 물질화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지금처럼 은밀하고 감정적인 순간을 들켰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자제력도 아직 온전치 못한 스팍이 몸을 돌렸다.

“벌칸어로 태양이란 단어를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그게 중요해?”

스팍의 질문에 커크가 지친 듯 되물었다.

스팍이 깊게 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아닙니다.”

스팍이 자제하며 대답했지만 끝도 없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중요하지 않지요.”

커크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커크가 다시 조용히 말을 걸었다.

“너…”

커크가 마른 침을 삼켰다.

“너는 태양이 좋아?”

스팍은 본드를 통해 커크에게서 며칠 만에 처음으로 희미한 희망의 흔적이 떨리듯 밀려오는 걸 차갑게 받아들였다. 여전히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스팍은 이를 무시했다. 스팍은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쌀쌀맞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한때 자신의 어머니를 울리기도 했던 바로 그 목소리로 커크에게 쏘아붙였다.

“물론 저는 태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주장은 지극히 우습기만 하군요. 태양이란 원소가 타오르는 형체일 뿐입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죠. 저는 태양에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본드를 통해 상심의 큰 고통이 밀려왔고, 스팍은 그 강력함에 한 발짝 물러나야 할 정도였다. 깜짝 놀란 스팍이 커크의 눈을 바라보았고…

익숙하지 않은 좌절감과 함께 문득 스팍은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험에 실패했음을 알게 되었다.

커크의 아름다운 눈을 통해 무언가가 거칠게 닫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셔터가 닫히듯, 성의 쇠창살이 내려오듯…

그리고 커크의 눈은 텅 비어 버렸다.

둘의 본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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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I Just Met You and This is Crazy

I Just Met You and This is Crazy by luck_and_miracles
29,490 words

스팍은 트프링과의 본딩을 피하기 위해 전 여자 친구인 우후라를 통해 알게 된 게일라의 생일파티에서 만난 짜증나는 남자, 짐을 남편이라고 부모님께 소개한다. 황당함을 금치 못하던 짐은 절박해하는 스팍을 돕기로 하고 부부 흉내를 내면서 점점 서로에게 끌리는데…

 

이렇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도 오랜만인 듯? 게다가 이렇게 완벽하게 전형만 밟으며 미끄러지지 않는 소설도 흔치 않은데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짐이랑 스팍이 드디어 만났나보네.”

 

주방에 울려 퍼지는 게일라의 목소리에 짐과 스팍이 노려보기를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피해 주방 아일랜드에 기대 피식 웃는 게일라를 향했다.

 

“둘이 만나면 서로 원수가 되든가 아주 친한 친구가 될 줄 알았어. 보아하니 첫 번째 경우잖아!”

“게일라, 생일 축하해!”

 

짐이 웃자 게일라가 눈을 흘겼다.

 

“깜짝 생일 파티에 늦게 나타나서는 바로 음식을 먹으러 가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지미.”

 

짐이 차가운 눈으로 스팍을 노려보았다.

 

“저 뾰족 귀 녀석이 여기서 막지만 않았어도 그랬겠지.”

“뾰족 귀? 그건 비하의 표현입…”

“아, 미안, 저 벌칸인 좀비 녀석이 여기서 막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거야.”

“좀비라는 건 벌칸에도 다른 종족에도 없습니다.”

“이봐요…”

“알았어, 알았어, 둘 다 그만해. 생일 주인공의 명령이야.”

 

짐이 제대로 꾸중을 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데 반해 스팍은 고개를 쳐들며 짐을 무시했다. 게일라가 한숨을 쉬었다.

 

“스팍은 거실로 가줘, 지미가 베이컨 좀 먹게.”

 

게일라의 말대로 주방을 나서면서 스팍이 곧장 음식에 고개를 쳐박는 못 견디게 싫은 남자를 마지막으로 일별했다.

 

“재밌었어.”

 

스팍이 눈썹을 찌푸렸다.

 

“나라면 그렇게 말 안 할 겁니다.”

“음, 짐 커크에 대해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리지 마. 좋은 사람인데 오늘은 초과 근무를 해서 짜증이 났을 거야. 오지도 못 할 뻔했다고.”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게일라가 팔짱을 꼈다.

 

“자기도 오늘따라 유난히 투덜거리는 것 같네. 내일 벌칸에 가는 것 때문에 그래?”

– – –

모든 로맨틱 코미디는 이렇게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안 좋은 첫인상을 갖고 시작하더라.

 

 

 

어머니가 자신을 발견하고 웃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늦기 전에 행동해야했다. 해답을 찾으려 셔틀 플랫폼을 둘러보다가 짐에게 시선이 멈췄다. 짐은 전송대에서 고작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집중하느라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순간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그때도, 수년이 지난 지금 돌아봐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계획을 생각해 낸 건 니요타와 게일라가 보여주었던 수많은 지구의 영화 때문이거나, 그저 자신의 직감 때문이었으리라. 다만 팔을 뻗어 짐 커크를 끌어당기고 입을 맞출 땐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만은 확실했다.

 

제 입술에 스팍의 입술이 맞닿은 느낌에 짐이 푸른 눈을 크게 떴고 스팍은 짐에게서 전달되는 생각을 막으려 정신막을 최대한 높였다. 두 사람의 입맞춤은 그저 입술 두 개가 맞닿은 것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의 전신을 휘감는 은근한 간질거림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스팍이 먼저 몸을 떼자 짐은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음… 이건 뭐죠?”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기보다 그저 황당해하는 말투였다. 스팍은 그 사실에 감사했다.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앞으로 5분간은 내가 지시에 따라 내 말대로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당신이 못 견디게 싫은 사람인 건 사실이지만 동정심이란 게 있는 사람이란 것도 압니다. 게다가 두 시간이나 내 어깨에 기대서 침을 흘리고 잤으니까 인간 식으로 말하자면 나한테 빚이 있는 셈이죠.”

 

짐이 눈을 흘겼다.

 

“좋아요. 근데 입은 맞추지 말죠. 어젯밤에 이빨 닦고 그 뒤론 한 번도 안 닦았으니까.”

“그거야 나도 아주 잘 알죠.”

“이봐요!”

– – –

이 둘의 대화가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못 견디게 싫은 사람이 두 시간이나 제 어깨에 기대서 침까지 흘리며 자게 두는 게 정상인가? ‘-’?

 

 

 

짐이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

 

“잘 모르겠어요, 스팍. 저 여자랑 결혼하기 싫은 이유는 알겠어요. 성격 한 번 끝내줄 것 같은 여자네. 근데 나도 당신 이제 막 만났어요. 이제 막 당신을 만난 사람더러 당신 남편이 되어 달라니요. 정말 정신 나간 소리 아닙니까, 더욱이 벌칸인이 할 말 치고는.”

“그래도 인간 혼혈이니까요.”

 

그 말투에서 미처 하지 않은 ‘안타깝게도’란 말을 알아듣는 건 벌칸인의 텔레파시가 없어도 가능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짐도 상대에게 미쳤다고 말하며 떠났으리라. 하지만 짐은 스팍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이 제아무리 다르다 해도, 스팍이 제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짐은 두 사람이 비슷한 면에서 어긋난 데가 있다고 느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그래서 스팍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좋아요.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데다 정신 나간 짓이지만 날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런 짓에 환장하는 걸 알거든요. 당신 남편을 찾은 것 같네요, 스팍 씨.”

 

스팍이 온전한 인간이었다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리라.

 

“고맙습니다, 커크 씨. 불편하게 한 데에 대해서는 다 보상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말아요, 돈은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짐이라고 해요, 우린 결혼한 사이잖아요, 여보.”

 

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스팍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후회할 일을 저질렀네요, 아닙니까?”

“잘 아시네요.”

– – –

아, 진짜 이 두 사람 대화 너무 재밌어. 짐은 팬픽에서 흔히 보이는 캐릭터인데, 묘하게 허둥지둥 제정신을 못 차리는 스팍을 보는 게 진짜 꿀잼이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팍을 향한 감정이 커져가고 있었다. 연애 감정이. 매일 아침 서로의 곁에서 깨며 사춘기 청소년처럼 굴어서일까. 말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벌칸인들은 배우자와 평생을 약속하기 때문에 스팍과 함께 한다는 건 모 아니면 도였다. 짐은 전혀 그런 남자가 아니었지만 스팍과 함께라면 혹시 아는가, 그럴 가치가 있는지. 하지만 한편으로 짐이 정신이 나간 건지도 몰랐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스팍과 거리를 두는 게 논리적이었다.

 

“젠장, 이젠 생각도 그 사람처럼 하네. 게다가 이젠 혼잣말까지 하고.”

– – –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평생을 생각한다는 것, 놀라운 일이긴 한데 의외로 없는 일도 아니니까.

 

 

“지금 무슨 말인지 생각하고 한 거예요?”

 

짐이 악을 썼다.

 

“기가 막히네, 내가 이런 사람을… 아니, 됐고. 당신 지금 선을 심하게 넘었어요.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러니까 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누구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요.”

“그럼 당신을 막아서 미안하게 됐군요.”

 

스팍이 비아냥거렸다.

 

“다시 미첼 씨에게 돌아가서 아무 의미도 없는 성관계를 하시죠. 전 어머니께 내 남편이 지금 바쁘다고 전할 테니까.”

“죄책감 들게 하지 말아요, 이 나쁜 벌칸 놈아! 그리고 난 개리든 누구든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섹스해야겠거든요!”

“막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두 사람이 말싸움을 멈췄을 때 둘은 얼굴을 바짝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씩씩대는 스팍이 화가 나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스팍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짐이 다른 사람, 특히 개리 미첼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가 짐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보니 가짜 남편에게 다가가 잡아끌지 않을 수 없었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벌칸인답지도 않았지만 짐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길 원했다. 그의 아름다운 미소도, 빛나는 눈도, 풍부한 지식과 마음 씀씀이까지. 스팍은 제멋대로 짐의 모든 부분을, 다른 사람도 아닌 오직 짐만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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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클리셰. 진짜 좋아.

[스팍/커크 영픽 추천] Everything Stays

Everything Stays by coffee666
18,409 words

엔터프라이즈호 기관실에서 입은 사고로 짐은 일시적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짐과 결혼한 지 3년이 된 스팍은 큰 충격을 받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짐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크게 안도한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짐의 기억을 찾기 위해 신 벌칸으로 향하고 그 동안 두 사람은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때처럼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게 왜 또 묵은지처럼 내 북마크에만 있었나. 기억상실증이지만 앵슷 없고 서로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럼…”

짐은 태연하려 노력했다. 어쨌든 술루는 뭐든 물어도 좋다고 했다.

“스팍 말인데… 그 사람은 뭐 할 거래? 그러니까 싱글이야? 정말 끝내주던데.”

술루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해서 짐은 저러다 떨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 소리 왜 안 하나 했네요, 누가 남편 아니랄까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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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루라도 배가 찢어지게 웃었겠다. 기억상실증이래서 걱정했더니 그 와중에도 엄청 조심스레 본인의 남편에게 수작 부려볼 생각부터 하다니. 아이고, 상사 둘이 참 뜨겁게도 사랑하네요.

 

 

짐이 고양이의 귀 뒤를 긁어주며 씩 웃었다. 무릎을 통해 전해지는 골골거림이 모든 걸 흐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스팍과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지난 사흘 내내 스팍은 짐이 익숙한 장소들로 데려다 주었다. 내내 둘은 손을 잡고 다녔다. 하지만 짐은 그 이상 진도를 나간다고 생각하면 겁이 났다. 스팍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가끔 다른 사람의 남편과 연애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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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최대의 앵슷.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