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7장: 열여덟 살 -2-)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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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They’d call us star-crossed (If they called us at all)

They’d call us star-crossed (If they called us at all)s by HanaSheralHaminail
38479 words

프라임 스팍과의 마인드 멜드로 스팍을 깊이 이해하게 된 커크가 나라다 사건으로 벌칸 행성과, 그곳에서 쌓은 대부분의 인연과, 무엇보다 어머니를 잃고 깊이 상처받은 스팍을 감싸안고, 치유하고, 또 사랑하는 이야기.

원래 소설 추천은 내가 다 읽고, 또 읽을 것 같은 것만 추천하는데 이건 다 읽지도 않고 추천글부터 쓴다.  일단 내가 발췌한 장면이 너무 예뻐 ㅠㅠㅠㅠ 그리고 ‘이만큼 보셨으면 제가 해피엔딩 아닌 글 안 쓰는 거 알잖아요.(But by now you know that I’ll never leave a story without a happy end.)’라는 작가님의 말이면 이거 끝까지 믿고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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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Vulcan Keeping and Other Problems

Vulcan Keeping and Other Problems by t_3po
7412 words

언니의 부탁으로 벌칸인 조카를 잠시 맡게 된 멜 그레이슨은 사춘기가 온 조카의 첫사랑 상대가 동네에서도 유명한 불량소년인 것을 알게 되는데…

스팍도 커크도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사춘기를 맞이한 스팍의 첫사랑을 관찰하는데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화자와 함께 추임새를 넣어가며 정말 즐거운 기분으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독특하고 멋진 스팍커크 소설이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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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7장: 열여덟 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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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The Promise

The Promise by coffee666
207872 words

호기심 가득한 벌칸 외교관의 자녀 스팍은 8살 때 부모님과 함께 지구를 방문했다가 동갑내기 소년 제임스 커크를 만난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가까워진 둘은 좋은 친구로, 평생을 약속한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짐이 Tarsus IV에 간 뒤로 어쩐지 연락이 뜸해지더니, 스팍이 본딩을 통해 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짐은 크나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짐은 자신의 망가진 모습에 당황하는 스팍에게 이별을 고하고 짐을 잊지 못해 방황하던 스팍은 벌칸을 떠나 스타플릿에서 조금씩 이별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스팍을 스타플릿으로 이끌었던 파이크가 임무 중 스팍을 보호하다 큰 부상을 입어 함장직에서 물러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스팍은 새로운 함장을 맞이함과 동시에 일등 항해사로 승진까지 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함장이…!

뭐, 당연하게도 그 함장은 제임스 커크고 그리하여 둘은 또 알콩달콩 잘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고전 추리물도 그렇지만, 내가 호모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어떤 역경이든 주인공 둘이 이겨내고 잘 될 것을 믿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드 엔딩 반대요)

coffee666님은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분 중 한 분인데 감사하게도 번역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번역해도 좋다고 허용해 주신 분이다. (나는 Blanket Permission이 있는 글 중에서 번역할 글을 고르는 편이다.) 내가 그동안 소개한 팬픽 중 가장 긴 팬픽이 아닐까. 길이가 길이인지라 아주 꼼꼼하게 읽진 않고 적당히 스킵을 섞어가며 읽긴 했다.

이 소설은 귀엽고 달달하게 시작하다가 짐이 스팍에게 이별을 고할 때쯤엔 앵슷이 폭발하더니, 다시 만난 뒤에는 쌍방삽질도 하다가 또 달콤하게 끝나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맛이 있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바로 짐과 스팍의 이별 장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 그 장면만 옮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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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Scandalous Vulcan

Scandalous Vulcan by Manatees_for_Mystrade
21520 words (Work in Process)

아직 워프 기술도 없고 외계인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지구에 벌칸 제국의 어린 황태자인 스팍이 우연히 조난을 당한다. 별을 관찰하던 꼬마 제임스 커크는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쫓아갔다가 물에 빠져 죽어가던 스팍을 구해낸다. 스팍은 제임스와 의사소통을 위해 마인드 멜딩을 시도하고 둘은 친구가 되기로 한다. 스팍은 곧 벌칸으로 돌아가지만 둘은 이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데…

엄청 유쾌한 로맨틱 모험 활극 코미디!!(근데 아직 제대로 된 로맨스는 나오지 않음 ㅋㅋㅋㅋㅋ) 스팍커크가 스타플릿의 일원이 아닌 AU 설정은 즐겨 보지 않는데 이건 읽다가 바닥을 치며 웃었다. 커크의 거짓말 탐지기 장면이 진짜 제일 웃김 ㅠㅠㅠㅠ 내가 추천한 소설 중에서 제일 유쾌하고 요란한 소설이 아닐까.

단 작가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지 종종 단순한 어법이 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게 거슬리는 사람은 못 볼 수도 있다. 나는 읽는 데 무리만 없으면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사람이고;;; 대신 문장이나 단어가 어렵지는 않다. 뭐든 장단이 있다.


1.

“야, 일어나!”

짐의 말에도 소년은 미동이 없었다. 그래서 짐은 소년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심장 박동을 들으려 했다. 안 돼! 안 돼! 심장이 뛰지 않아!

“이 고생을 했는데 죽는 게 어딨어! 내가 용서 안 해!!”

짐이 간절히 외쳤다. 짐은 두 손을 모아 소년의 가슴 한가운데를 세게 누르기 시작했다. 소년이 물을 조금 뱉어냈다. 겁먹은 검은 눈동자가 짐을 마주 보았다. 아무 예고도 없이 소년은 짐의 손을 쳐냈다.

“진정해. 내가 방금 널 구해줬잖아. 이름이 뭐야?”

짐이 물어도 소년은 그저 멍하니 짐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 뭐야! 이름이 뭐냐니까? 왜 말이 없어? 혹시 말을 못…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지? 그래, 뭐, 괜찮아. 또 프랑스인인가 보네.”

짐이 중얼거렸다. 소년은 혼란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짐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심하라는 듯 웃었지만 솔직히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짐.”

짐이 과한 몸동작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고 이번엔 소년을 가리켰다. 짐이 몇 번이고 이를 반복하자 소년이 입을 열었다.

“짐.”

소년의 억양은 이상했지만 그래도 짐이 듣기엔 좋았다.

“그래, 짐!”

짐이 웃으며 소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소년은 눈에 띄게 몸을 굳히면서도 피하지는 않았다.

“그래, 짐.”

소년이 자신을 가리키며 짐의 말을 따라했다. 짐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짐. 너는…”

“그래, 짐.”

소년은 태연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네 이름은… 바게트라고 하자. 나는 짐이야. 너는 바게트고. 짐, 바게트.”

짐이 자신과 소년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소년이 얼굴을 크게 찌푸렸다.

“짐… 스팍.”

스팍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짐이 웃었다. 짐이 냉큼 스팍의 손을 잡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친근한 악수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어, 스팍.”

짐이 행복하게 노래를 하듯 인사했다.

= = =

사람 구해놓고 말 안 통한다고 네 이름은 바게트라고 하자니. 어릴 때부터 범상치가 않아.

 

 

2.

“(꿀꺽) 우리 행성엔 왜 관심을 갖는 겁니까, 스팍?”

“난 그저 짐이 있는 행성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오.”

파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짐을 자주 언급하시네요. 원하시면 언제든 제 개인 체력 단련실을 쓰셔도 됩니다.”

파이크는 즉시 제안을 후회했다. 스팍은 평생 처음 보는 살벌한 눈으로 파이크를 쳐다보고 있었다. …파이크는 10년이나 군 생활을 한 사람이었다.

= = =

Jim과 gym을 이용한 말장난. 내 능력이 부족한지라 이건 원문으로 읽어야 맛이 산다.

 

 

3.

“그 행성엔 남자만 있어?”

짐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 않아. 왜 묻지, 짐?”

스팍이 조금 당황하며 물었다.

“일행에 여자가 한 명도 없잖아!”

스팍이 입을 꾹 다물었다.

“벌칸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나라호 선원의 절반은 실제로 여성이지. 하지만 지구는 벌칸 기준으로 볼 때 문명화 된 행성이 아니야. 그래서 여성을 데려오지 않았다. 여성의 존재 때문에 너희 원시 사회가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

트샘이 대답했다.

“이봐요! 무례하네요! 우린 원시인이 아니거든요? 우리도 여자를 존중한다고요!”

짐이 외치자 모든 정치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스팍이 침착하게 덧붙였다.

“정치인이 아니라는 사람치고는 되게 정치인처럼 말한다. 넌 왜 성직자가 된 거야?”

“유대 의식을 거절한 이상 수도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짐의 질문에 스팍이 대답했다.

“유대? 그게 뭔데?”

“너희 문화의 결혼보다는 약하지만 약혼보다는 강한 결합이야.”

스팍이 설명했다.

“그 때가 몇 살이었는데?”

“일곱 살.”

“그럼… 아이일 때 결혼을 안 해서 성직자가 된 거네. 근데 원시적인 문화는 우리 문화야?!”

짐이 비아냥댔다.

“넌 우리 문화를 비판할 권리가 없다.”

볼락이 대답했다.

“그러시겠죠.”

짐이 파스타를 씹으며 웅얼거렸다.

= = =

이 소설의 벌칸이 제국이라는 특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장면. 짐이 참 똑똑한 아이야…

 

 

4.

스팍은 짐이 부축하는 것은 허락하면서도 스콧이 자신을 부축하려 하자 스콧의 손을 쳐냈다.

“내게 손대지 마라, 인간.”

스팍이 사납게 일갈했다.

“짐은 괜찮고? 왜 쟤는 되는데 난 안 돼?”

스콧이 물으면서도 스팍과 거리를 두었다.

“짐에게선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스팍이 중얼거렸다.

“뭐? 스코티, 아무래도 의식을 잃어가나 봐요. 스팍, 그만 해, 간지럽잖아!”

스팍이 짐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자 짐이 웅얼거렸다.

“몸에 손을 못 대면 치료는 어떻게 하란 소리야?”

스콧이 물었다. 짐이 대답도 하기 전에 누군가 아폴로의 뒷문을 열었다. 짐이 안심한 듯 웃었다.

“택시 요금만 300달러 나왔어.”

레오나드가 짜증스레 말했다. 짐은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레오나드에게 달려가 껴안고 뽀뽀를 했다. 스팍이 으르렁댔다.

“[내 것이다!]”

스팍이 벌칸어로 호통 쳤다.

= = =

모두에게 예의를 지키고 평화를 지향하는 일항사 스팍도 좋지만, 지위가 높아서 이렇게 고압적이고 짐을 향해 소유욕 주장하며 사나운 야생성을 드러내는 스팍도 참 좋드라 ///

 

 

5.

사렉이 두 사람을 적당한 크기의 방으로 안내했다. 사렉은 높은 책상 앞에 앉았다.

“제임스 타이베리우스 커크. 의자에 앉아 화면에 손을 올려라. 두려워 할 것 없다. 거짓말 탐지기일뿐이니까.”

“거짓말 탐지기? 왜요? 당신들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서요!”

본즈가 구석에 앉은 의자에 어색하게 앉으며 반발했다.

“할 수는 있지만 과하게 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누군가 커크 군의 생각을 조종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테니 너희가 납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렉이 설명했다.

“그렇죠. 감사합니다.”

본즈가 대답했다. 짐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레 화면에 손을 올리자 화면이 빛나기 시작했다.

“우선 작동 여부를 확인해 볼까 한다. 이름과 잘못된 정보를 말해 보아라.”

사렉이 명령했다.

“난 제임스 T. 커크고 나이는 60살이에요.”

“사실이 아님.”

자신의 거짓말에 경고음이 들리자 짐은 움찔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제임스, 가족에 대해 말해 보아라.”

“우리 가족은 상관없잖아요!”

짐이 따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넌 내 아들과 유대를 맺었다. 우리 문화에서 유대는 너희 문화의 결혼과도 같다. 즉 넌 이미 결혼한 셈이다.”

“네?! 무슨! 전 결혼 안 했거든요!”

“사실이 아님.”

“뭐죠! 내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뭐가 사실이 아니라는 거예요?!”

짐이 따졌다.

“네 속마음은 네 말이 거짓임을 알기 때문이다.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다. 대답하도록.”

“쳇. 알았어요. 샘이란 형이 있어요. 결혼도 했고 곧 조카도 태어날 거예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날에 돌아가셨어요. 몇 년 뒤에 엄마는 재혼했고요. 프랭크랑은 아직도 같이 사는데 자주 싸워요.”

“그게 다인가?”

“가까운 가족은요.”

“좋다. 성관계를 한 상대는 몇이나 있었지?”

짐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짐은 화제가 그렇게 빨리 변하리라곤 예상도 하지 않았다. 본즈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짐의 성생활 역사는 대단해서, 벌칸인들이 지구를 멸망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벌칸인들은 보통 몇 명이에요?”

짐이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는 대부분 배우자와 평생을 약속한다. 하지만 유대가 죽음이나 다른 이유로 소멸되면, 다시 유대를 맺을 수 있다. 벌칸 전체 인구의 평균 성관계 상대 수는 2.73명이다.”

“진짜요?”

짐이 투덜거렸다.

“물론이다. 벌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제임스, 몇 명인가?”

“짐, 남자만 몇인지 말해 드려.”

본즈가 도움의 손길을 건넸지만 짐이 대답하기 전에 사렉이 첨언했다.

“성별을 특정하지 마라.”

“…미국법 상 21살부터 합법이니까…”

짐이 최선을 다해 숫자를 줄여보려 했다.

“총 인원을 말하라.”

사렉이 다그쳤다.

“사십…”

“사실이 아님!”

“아, 진짜! 술에 취해서 한 것까지 세는 건 반칙이죠!”

사렉이 눈을 크게 떴다.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68명이요.”

“68?! 짐, 너 아주 막 굴렀구나?”

레오나드가 감탄했다.

“시발! 본즈, 넌 내 편 들어야지!”

짐이 항의했다.

“네 편이야. 근데 68명?!!”

“나 역시 맥코이 선생의 의견에 동감이다. 오리온의 성 노예도 너보다 육체적으로 순결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 성병은 있나?”

짐이 시뻘개졌다. 부끄러움에 피부에 열이 올랐다.

“으, 아뇨!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음, 상대가 68명이나 된다는 데 물어볼 만도 하지.”

“닥쳐, 본즈.”

“가장 오래 지속된 관계는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제임스, 대답하도록.”

짐이 말이 없자 사렉이 질문했다.

“4달이요.”

“사실이 아님.”

“2달하고 이틀이요.”

“와, 야. 넌 문제가 있다.”

본즈가 끼어들었다.

“그래, 그렇지. 빌어먹을 우주선에 와 있잖냐.”

짐이 새삼스럽다는 듯 말했다.

“관계에는 충실했는가?”

“충실하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야, 너 종교를 가져 봐. 정신과에 가 보든가. 아니 둘 다 해라.”

짐의 질문에 본즈가 한숨을 쉬었다.

사렉의 눈썹이 앞머리에 닿을 듯 치켜 올랐다.

“충실함이란 특별한 상대 외의 상대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잠깐만요. 그럼 스리섬도 충실하지 않은 거예요?”

충격을 받은 짐이 물었다.

“벌칸인 기준으로는 그렇다. 우리는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

“뭐어라아구우요오?! 그럼 난 철저한 일부일처제로 결혼한 거예요? 외계인이랑?”

짐이 충격으로 악을 썼다.

“불쌍한 스팍. 그래도 너한텐 좋은 변화일지도 모르잖아.”

본즈가 심술궂게 킬킬거렸다.

“대답을 회피하는 건 삼가 주길 바란다.”

“1명 이상이랑 섹스한 건 8번이에요. 그래도 바람을 피운 건 한 번밖에 없어요. 그것도 내 탓은 아니고 파티에 갔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그 여자가 날 덮친 거라고요. 불만이라는 건 아닌데…”

본즈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제임스, 내가 무서운가?”

사렉이 천천히 물었다.

“아뇨.”

짐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사실이 아님.”

“네. 엄청 무서워요.”

짐이 인정했다.

“좋다. 내 아들에게 충실하겠나?”

“…모르죠.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이상하잖아요! 우린 처음 만나서 평생을 약속하고 결혼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지구에서는 그게 정상이 아니라고요!”

“알겠지만 스팍은 네 행성 출신이 아니다. 치유자가 유대의 존재를 확인해 주었다. 벌칸인의 본드는 두 당사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스팍은 우리 전통과 도덕에 따라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정신적으로 그를 온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 제임스 타이베리우스 커크, 내 아들을 해칠 생각인가?”

사렉이 무감정하게 물었다.

“아뇨.”

짐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

본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질문하는 사렉보다 옆에서 한 마디씩 하는 본즈가 더 얄밉다 ㅋㅋㅋㅋㅋㅋㅋ

 

[스팍/커크] Make Me Wonder -1-

스팍은 합리적인 결정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주요 구성원이 벌칸인으로 구성된 팀인 VSA(Vulcan Speed-racing Association ; 벌칸 스피드레이싱 협회)는 세컨드 드라이버인 스팍에게 팀 오더를 자주 내리곤 했다. 팀 오더를 통해 퍼스트 드라이버인 스톤에게 더 좋은 순위를 양보한 결과가 기대 이하일 때도 많았다. VSA가 팀 오더를 내릴 때마다 자신의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더라도 스팍은 그저 퍼스트 드라이버와 세컨드 드라이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팀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모양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물론 스팍도 순위를 경쟁하는 레이싱 팀이 더 좋은 순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VSA는 그 이름부터 벌칸인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팀이었다. 지구의 Formula 1에서 착안해 은하 연방의 다양한 종족이 한 자리에 모여 레이싱이라는 형태로 경쟁하는 자리인 Formation 1 대회, 줄여서 F1은 본래 다양한 종족이 건전하게 경쟁하며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력을 시험하는 자리이자, 서로 다른 종족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였다. 그런 F1에 참가하는 팀 이름에 당당히 종족을 표시하는 일은 타 종족을 배척하거나 종족주의를 강화하는 뜻으로 비춰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오해를 감수하고서도 종족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VSA같은 팀은 드물었다. 인간과 벌칸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이 5년이나 그런 VSA의 세컨드 드라이버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실력이 혈통의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는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스팍은 세컨드 드라이버임에도 예산을 이유로 퍼스트 드라이버보다 낮은 사양의 차를 타거나 업그레이드가 늦어지는 일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제 아버지 사렉의 경제력 덕을 보긴 했겠지만, 적어도 그 점에서 VSA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4년 간 자신의 레이서였던 리처드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에도 그의 나이나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겠거니 여겼던 스팍이다. 리처드 발더는 자신과 짝을 이루기 전에도 뛰어난 레이서였지만, 자신과 짝을 이룬 4년간은 감히 최고의 레이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성적을 거둔 선수였다. 4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이룬 것은 물론이요, 4년간 수많은 기록을 새로 썼는데 특히 2시즌 동안 리타이어 없이 전 경기 완주 및 포인트 득점은 수많은 사람이 인정할 정도로 쉽게 깨기 힘든 기록이었다. 앞으로도 몇 시즌은 리처드가 계속 지배하리라는 예상이 팽배하던 가운데 그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 엔터프라이즈 팀에서 유일하게 그 결정을 반대하지 않은 게 바로 그의 레이스 엔지니어였던 스팍이었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말이 그런대로 합리적이었던 까닭이다.

 

리처드 이후 자신과 짝을 이룰 레이서가 F1을 시작한 지 고작 일 년도 채 안 된 햇병아리 루키인 것은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이 아까우니 잘 키워보라는 파이크 감독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늦게 카트를 시작한 것 치고 F1 데뷔는 빨리 했지만 제임스 커크의 재능은 거기까지였다. 제임스 커크는 스타팅 그리드와 상관없이 경기 초반이면 하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지곤 했다.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차량의 성능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이미 정해진 트랙 위를 달리는 동안 날씨라는 변수가 없다면 숙련된 드라이버의 움직임은 대부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초반 순위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좋은 순위를 거두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다. 게다가 제임스 커크는 차량 조작도 미숙해 보였다. 비도 오지 않는 날씨에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감당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러다 사고라도 낸다면 전체 레이스를 예측하기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분석하는 스팍이라도 경기 중 사고는 까다로운 변수였다. 우승후보인 리처드에게 백 마커를 도맡아하는 제임스 커크의 존재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다행히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적도 없고 경기 후반에는 어떻게든 순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조지 커크가 F1 데뷔 첫 해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다는 걸 감안하면 제임스 커크는 소박한 데뷔 시즌을 보낸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대답이 없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석상처럼 무표정한 스팍을 보며 파이크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냈다. 스팍은 파이크의 그런 미소를 볼 때마다 바보가 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 스팍이 파이크와 대화를 나눴을 때도 파이크는 대답 없이 저런 표정만 지었다. VSA 소속 드라이버였던 스팍이 파이크를 만난 건 세컨드 드라이버로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지만, 한편으로 그 이상을 꿈꿀 수 없음에 고민하던 5년 전이었다. 시상식을 겸한 연말 파티에서 우연히 그 해의 감독상을 받은 엔터프라이즈 팀의 크리스토퍼 파이크 감독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축하의 말과 함께 가볍게 근황을 나누던 중 파이크 감독이 더 오래, 더 깊게 레이싱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처음엔 이적과 은퇴를 놓고 저울질하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했나 싶어 놀라던 스팍은 곧 그 뒤에 숨은 ‘드라이버보다’라는 말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현역으로 활동하며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이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웃고 자리를 떠났었다. 실제로 스팍은 지금 파이크 밑에서 선수 시절보다 더 즐겁게 레이싱을 하고 있었다. 리처드의 은퇴 이후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스팍은 파이크 밑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제임스 커크라니.

 

“자네, 짐의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은 있나?”

 

이제 원로 취급을 받을 정도로 오랫동안 F1에 몸담고 있는 파이크의 목소리는 어쩐지 자신을 놀리는 듯 했다.

“없습니다.”

“일단 짐의 경기를 보고, 그러고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면 그때 거절해도 늦지 않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말에 스팍은 파이크가 건넨 자료가 담긴 마이크로 칩을 받아들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제임스 커크는 엔터프라이즈의 세컨드 팀인 패러것에서 데뷔한 루키였다. 데뷔라고는 하지만 시즌 초부터 합류한 선수는 아니었다. 패러것의 선수였던 올슨이 시즌 중 사고를 당해 대신 출전한 선수가 제임스 커크였다. 올슨은 부진한 성적임에도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좋지 않아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올슨이 은퇴하는 계기가 된 그 사고 역시도 시즌 중 한 달여의 휴가 기간 동안 다음 경기가 열리던 근처 휴양 행성에 놀러갔다 당한 사고였다. 팀 운영 측면에서도 발전 없는 선수보다야 화려한 배경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실력이 검증 안 된 루키 쪽이 훨씬 나은 탓에 선수 교체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파이크가 건넨 건 제임스 커크의 데뷔전인 2251년 델타 베가 레이스의 자료였다. 델타 베가 프로즌 서킷에서 치러지는 경기는 수시로 눈보라가 이는 행성의 날씨 탓에 거의 빙상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충분한 차량 세팅 변경 시간이 필요하다는 각 팀의 요구에 따라 델타 베가 레이스는 언제나 여름휴가 다음이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사고가 속출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로 유명한 델타 베가 레이스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조지 커크의 아들이 데뷔전을 치른다고 하니 그 관심은 더욱 치솟았다. 수많은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커크 가와 친분이 있던 파이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인터뷰를 하느라 바빴다.

 

제임스 커크가 데뷔하던 해인 2251년에는 유독 엄청난 눈보라로 퀄리파잉이 몇 시간이고 미뤄졌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치러진 퀄리파잉은 예상대로 난장판이었다. 24명의 선수 중 6명이 사고로 퀄리파잉 기록을 세우는데 실패했고, 패러것의 게일라 선수는 차량 이상으로 퀄리파잉에 실패했다. 같은 팀 선수였던 제임스 커크는 루키답게 초반 몇 바퀴 동안은 휘청거리며 위험한 주행을 했지만 몇 바퀴를 돌면서 감을 잡은 모양인지 무려 9번 그리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퀄리파잉을 마친 제임스 커크는 볼이 상기된 채 아직 소년의 얼굴을 하고 활짝 웃었다. 인터뷰 내내 빙하처럼 푸른 제임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고작 9번 그리드에도 만족할 수 있는 건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일까. 열여덟 살. 10년 전 스팍이 데뷔할 때와 같은 나이였다. 스팍은 자신의 선수 시절을 떠올렸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스팍은 웃음커녕 미소 한 번 지은 기억이 없었다. 한 번도 자신의 주행에 만족한 적이 없었다. 자신의 선수였던 리처드는 첫 번째 코스가 좌측 커브인 델타 베가 프로즌 서킷에서는 폴포지션보다 유리할 수도 있는 위치인 2번 그리드였다.

 

다행히 본 경기 때는 눈보라가 내리지 않았다. 날씨의 영향이 사라지자 선수들은 제 실력을 뽐냈다. 9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제임스 커크는 출발부터 순위를 잃더니 서킷을 몇 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벌써 백 마커가 되어 있었다. 부모의 후광을 입고 제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는 선수라면 스톤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팍은 자신이 무엇에 실망했는지 알지 못했다. 당시 리처드의 순위 싸움이 치열해 제임스 커크의 레이싱에 관심을 줄 여유는 없었지만, 경기 종료 후 최종 순위를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던 기억이 났다. 제임스 커크가 백 마커였던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위를 회복해 비록 출발 그리드보다 한 계단 떨어지긴 했어도, 포인트 득점이 가능한 10위로 경주를 마쳤기 때문이다.

 

제임스 커크가 초반에 순위를 상실한 건 놀랍게도 제대로 가속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임스가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한 타이밍은 백 마커가 되어 선두권이 자신을 앞지르기 시작할 때였다. 레이스 페이스를 높이기 위해 순위가 앞서는 차량을 뒤따라가는 전략은 흔한 전략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주요 전략으로 사용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차량마다 성능과 특성이 다른 만큼 남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제대로 된 레이스를 할 수 없었다. 제임스의 전략은 비논리적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제임스 커크의 퀄리파잉 기록을 살피던 스팍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커브가 이어지다 직선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가속 시 제임스의 차량은 기어 변속 딜레이를 일으켰다. 기어 변속에 딜레이가 생기면 코너를 빠져나오는 속도가 부족해 코너에서 순위 싸움에 휘말릴 경우 반드시 지고 만다. 다수의 차량과 자리싸움을 벌이는 경우 후속 차량과 충돌 위험도 있었다. 제임스 커크는 퀄리파잉 초반에 이를 인지한 듯 퀄리파잉 내내 커브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보통 커브 진입 시 속도를 줄이고 커브 탈출 시 속도를 높이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제임스는 커브 진입 시 속도를 높이고 커브 탈출 이후 서서히 속도를 높이는 이상한 방식의 주행으로 안정적인 랩타임을 내고 있었다. 당시 서킷에 쌓인 눈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는 코너 진입 시 스핀을 줄이려 과도하게 속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코너 진입 속도가 높은 제임스는 최고 속도가 높지 않음에도 비교적 괜찮은 랩타임을 낼 수 있었다. 짚이는 게 있어 제임스의 팀원인 게일라의 퀄리파잉 기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게일라의 리타이어 원인은 기어박스 이상이었다. 기어 변속 딜레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변속을 하다 기어가 고정되어 버렸던 것이다. 올슨은 차량을 험하게 다루는 편이었고, 제임스가 투입된 시즌 하반기에는 이미 기어박스 교체 횟수 초과로 차량의 기어박스를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최하위 그리드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정상적인 차량으로 주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제임스 커크는 퀄리파잉을 통해 익힌 자신의 레이스 전략을 믿고 이상이 있는 기어박스를 교체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레이스 초반에 가속을 하지 않은 이유도 초반부터 순위싸움으로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다 충돌이 발생할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피했다고 보는 게 적절했다. 차량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주행을 하다 리타이어를 당하느니 안전하게 포인트를 획득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순위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서야 선택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흥미롭군.”

 


오랜만에 읽으니 재미있어서 예전에 썼던 F1 AU의 뒤를 조금 이어 보았다. F1은 잘 모르지만 어차피 가상의 경주니 대충 그럴싸하게만 쓰자는 생각이다. 이제 보니 스팍과 커크가 10살 차이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클리셰 범벅인데, 나이차도 흐뭇하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했다, 과거의 나. 완결만 내면 참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스팍/커크] D-Day (1)

술에 취해 함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기 전에 짐을 숙소에 데려다 주려던 것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뜨거운 혓바닥이 스팍의 입술을 건드렸다.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입술이 벌어졌다. 그 혓바닥은 살짝 벌어진 입술을 비틀어 열고 얌전히 놓여 있던 혓바닥을 휘감았다. 스팍이 삼켜야 할 침을 대신 삼키느라 맞닿은 입술이 우물거렸다. 어쩐지 목이 말라 스팍도 똑같이 했다. 그래도 목이 말라 빨아들이듯 삼켰다.

“으응…”

짐의 신음 소리와 함께 미세한 진동이 전기처럼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짐이 허우적대듯 스팍의 몸을 감아올 때마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 시트가 바스락거렸다.

“으응… 더워.”

방금까지 스팍을 감싸던 짐이 갑자기 스팍을 밀쳐냈다. 뺨이라도 맞은 듯 민망해진 스팍이 입술을 떼고 입을 맞추느라 미처 벗기지 못했던 짐의 겉옷을 마저 벗겨 주었다.

“헤헤, 스파악.”

갑갑함이 사라졌는지 짐이 손을 뻗어 스팍의 얼굴을 더듬으며 웃었다. 쳐낼 수도 있는데 쳐내지 않았다. 얼굴을 더듬는 손길에 스팍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크기에 비하면 섬세한 손길이었다.

“네 귀…”
“읏…!”

짐의 손가락이 닿는 곳이 데일 듯 뜨거웠다. 숨이 가빠졌다. 스팍이 짐의 손목을 잡아챘다.

“함장님.”

급히 내뱉은 목소리가 떨렸다. 이 방에 계속 있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돌아가지 않는 것이 좋은 선택 같기도 했다.

“…괜찮아.”

짐이 괜찮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스팍의 귀에 닿는 짐의 입술은 괜찮았다. 만지면 부서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럽기만 하던 우후라와는 달리 거칠고 낯선 손길에 자꾸만 일어나면 안 될 반응이 일어났다. 덥석 스팍의 것을 덮고 지그시 누르는 짐의 손바닥은 무례하지만 정확했다.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괜찮아, 스팍. 괜찮아.”

잔뜩 갈라진 짐의 목소리가 자꾸만 스팍을 유혹했다. 술에 취한 사람의 괜찮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 걸까. 입도 맞춘 주제에 이제 와서 연인이 아닌 다른 이와의 육체관계가 거리낄 이유는 없는 게 아닐까. 상관과 부하의 관계이긴 하지만 관계를 주도하는 게 부하인 자신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알코올에 취한 것도 아니면서 판단력이 흐렸다. 머뭇거리는 새 짐의 손이 스팍의 바지 속을 파고들었다.

“함장… 님…!”
“괜찮다고 했잖아. 생각하지 마. 머리 아파.”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아팠다. 생각하기도 싫었다. 스팍이 단정한 손으로 짐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던 짐이 재빨리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스팍은 거칠어진 숨소리를 감추지도 않고 부딪치듯 짐과 입을 맞췄다. 짐이 아야 하며 웃었다. 제대로 된 애무를 하지도 않고 몰아 붙여도 받아내는 짐이 놀랍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했다. 신음을 뱉지 않고 삼키는 짐은 온 몸을 떨었다. 스팍도 함께 떨었다. 스팍의 몸에 답삭 붙어오는 몸이 아름다웠다.

– – –

함장의 깜짝 생일파티에는 엔터프라이즈호 선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수리를 마치고 곧 출항을 앞둔 엔터프라이즈호의 출항 기념 파티이기도 했다.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평소보다 큰 선원들의 목소리가 예민한 스팍의 청각을 자극했다. 원치 않아도 들려오는 선원들의 대화를 애써 무시하며 파티를 즐기는 우후라를 바라보았다. 온 몸으로 웃느라 파란 보카야 목걸이가 달랑거렸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스팍을 배려하느라 그 일부를 애써 자제하는 것뿐, 할 줄 아는 언어만큼 표현이 풍부한 우후라였다. 우후라는 분명 좋은 동반자였다. 하지만 스팍도 우후라의 좋은 동반자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선원들과 시선을 맞춰 눈인사를 하고 되도록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섰다. 엔터프라이즈호에 남기로 한 것이 옳은 선택인지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 논리를 떠나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라고 말해 주던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갑자기 모든 게 막막했다. 다가서는 짐을 흘끔 쳐다보고 다시 창밖에 펼쳐진 요크타운의 인공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지구를 닮은 하늘이 낯익은 듯 낯설었다.

“스팍 대사님의 소식은 들었어.”

스팍 대사가 있던 새로운 벌칸이 궁금했다.

“그때 터보리프트에서 하려던 말이 그거였어?”
“대강 비슷합니다.”

애매한 대답을 남기고 다시 시선을 피했다. 확실한 건 아직 새로운 벌칸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패리스 준장님과의 이야기는 잘 끝내셨군요.”
“대강 비슷해.”

묻지는 않았지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짐도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는 정말 저길 또 가고 싶냐?”

한심하다는 듯 묻는 레너드의 말에 짐은 가볍게 웃었고 스팍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언젠가 우리 모두의 항해는 끝날 것이다. 다만 스팍은 아직 항해를 끝내는 법을 알지 못했다.

– – –

“좀 잤어?”

버석거리는 목소리에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짐을 바라보고 있던 스팍이 정신을 차렸다. 한숨도 못 잤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될지 고민스러웠다. 아직 잠에 취해 눈도 뜨지 못하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몇 년이나 보아 오던 사람인데 생각해 보니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인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 건 처음이야?”

마치 자기 속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질문에 숨을 멈췄다. 짐이 이미 헝클어진 머리를 북북 긁었다.

“다 큰 성인끼리 이런 일도 있는 거지. 오랜만에 했더니 좀 뻐근하긴 한데 개운하고 나른하고 기분 좋네.”

짐이 시원스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려 맨가슴이 드러났다.

“넌 별로였어?”
“아닙니다.”
“그럼 됐어. 보아하니 넌 이미 씻은 것 같은데 괜한 오해 사기 싫으면 이만 가 봐. 난 천천히 씻고 알아서 움직일 테니까.”
“함장님.”

할 말도 없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짐을 불렀다. 짐이 스팍을 빤히 쳐다보다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스팍, 설마 날 성희롱으로 고발할 건 아니지?”
“절대 아닙니다.”
“나도 그럴 마음 없어. 됐지?”

침대를 벗어나며 짐이 손사래를 쳤다. 귀찮다는 듯 뒤돌아서는 짐의 허리춤에 점점이 새겨진 멍이 보였다. 스팍이 제 손을 내려다보다 하릴없이 일어섰다.

– – –

스팍은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잠시 명상을 했다. 좀처럼 안정을 찾을 수 없어 차라리 걷기로 했다. 뒷짐을 지고 스타플릿 지부 뒤에 있는 공원의 트랙을 천천히 걸었다. 인공 태양이 완전히 뜨지 않은 요크타운은 아직 어스름했다. 야행성이라 해가 진 뒤에야 활동하는 종족들이 피곤한 발을 터벅터벅 디뎠다.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사박사박했다. 바람이 앞머리를 가볍게 스쳤다.

“일찍 일어났네요? 좀 잤어요?”
‘좀 잤어?’

목소리처럼 그의 모습도 겹치는 것 같아 눈을 깜박였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신체 밀착형 운동복을 입은 우후라가 눈앞에 서 있었다.

“아니오. 한숨도 못 잤군요.”

아까는 할 수 없었던 말이 쉽게도 나왔다.

“저런.”

우후라가 스팍의 얼굴을 감싸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익히 알고 있는 입술이 닿자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다.

“아, 하긴. 짐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도 없었겠네요. 안 봐도 훤해요. 레너드도 스콧도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 짐을 누가 말렸겠어요. 술루는 일찌감치 벤이랑 사라졌을 거고, 보니까 제일라도 주량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렇더군요.”
“하여간 당신 책임감은 알아 줘야 해요.”

스팍은 가만히 팔을 잡아오는 우후라와 속도를 맞춰 걸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사실을 말할 수도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스팍의 상황을 좋게만 해석하는 우후라의 말에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나도 어제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니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당신이랑 내가 헤어졌다는 소문이 언제 돌았는지 만나 보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화해했다는 소문은 안 돌았나? 당신이랑 연애한 뒤로 대시 받은 건 오랜만이라 적당히 장단을 맞춰 줬는데, 괜찮죠?”

우후라가 풋 하고 웃었다.

“나 너무 부었죠?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아니오. 평소와 똑같습니다.”
“거짓말.”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우후라의 손을 잡아 가만히 내렸다. 아무리 봐도 부족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사람을 앞에 두고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던 짐의 뒷모습만 떠오르는 걸까.

“다들 별 일은 없습니까?”
“그렇죠. 아, 사라만 빼고요. 파견 임무 중에 부상을 당해서 최소 3주는 쉬어야 한대요.”
“안됐군요.”
“그래서 프랭크가 위로할 겸 행성 피렌체 여행을 준비했대요. 멋지지 않아요?”
“그렇네요.”

우후라가 스팍을 새치름하게 쳐다보았다. 우후라가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서 스팍이 얼른 정신을 차렸다.

“아, 당신도 행성 피렌체에 가고 싶어요?”
“그런 말은 안 했는데요. 그냥 요즘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잖아요.”
“어제도 함께 함장님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잖아요.”
“그런 거 말고 커플끼리만 보내는 시간이 적다고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우후라를 만나면서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한 기억이 없었다. 분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어쩌다 시간이 맞아 함께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둘만의 시간이랄 것이 거의 없어서였다. 특히 엔터프라이즈호 승선 이후에 오롯이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은 잠자리를 할 때 외에는 전무하다고 봐도 좋았다. 새삼스러운 비난에 며칠 정도는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거뜬한 스팍조차 피곤함을 느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후라 앞에서 스팍은 늘 미안했다. 애정을 담아 선물한 보카야 목걸이의 푸른색이 보기만 해도 서늘한 델타 베가의 빙하처럼 시렸다.

‘다 큰 성인끼리 이런 일도 있는 거지.’

그래. 꼭 그 말처럼 시리고 추웠다.

“결혼이란 걸 하면… 달라질까요?”

나도. 당신도. 바라건대 그 사람도.

“그야 달라지겠죠. 당장 부부 선실을 쓰니까 아무래도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잠깐만. 지금 그거 청혼한 거예요?”

우후라가 소리 내어 웃으며 스팍을 끌어안았다.

“와, 사실 당신이 청혼하리라고는 기대도 못했는데, 막상 청혼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긴 하네요. 내가 먼저 얘기해야 마지못해 끌려오는 것 같더니, 웬일이죠? 무슨 심경의 변화예요?”

무엇부터 반박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스팍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오해를 풀 시간은 아직 많았다. 그렇게 자신을 설득했다. 스팍은 우후라를 마주 안으며 짐의 몸에 자신의 흔적이 남은 것처럼 자신의 몸에도 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스팍커크로 쓰고 싶다고 했던 유럽 로맨틱 코미디 영화(정확하게는 프랑스 영화)를 이야기로 풀어 보았다. 썰은 푼 적이 있는데 다시 봐도 스팍커크랑 찰떡 같아서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효력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끼적여 보았다.

겸사겸사 오랜만에 그동안 쓰다 덮어 둔 팬픽을 들여다 보았다. 오랜만에 읽으니 내가 이런 것도 썼었나 싶고 무척 재미있었다. 전부 미완이었지만…

  1. 보급 지원 임무 나갔다가 스팍의 아내와 스팍의 아이를 태우게 된 엔터프라이즈호. 모두가 이 가족을 흥미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함장인 제임스 커크만은 이 가족을 대수롭지 않게 대한다. 과연 이 가족에겐 무슨 사연이? 이런 상황에 스팍커크는 어떤 연애를?

  2. 속도위반으로 캐롤 마커스와 결혼한 제임스 커크. 이들을 지켜보는 스팍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제임스 커크! 과연 이 스팍커크는 연애를 할 수 있는 건가.

  3. 술에 취한 제임스 커크와 얼떨결에 원나잇을 하고 만 스팍. 하지만 말 그대로 원나잇은 원나잇일 뿐, 쏘 쿨한 함장의 태도에 흔들리던 스팍은 우후라와 결혼을 진행시키는 사고를 치고 만다. 엔터프라이즈호 함교 선원 간의 결혼인 만큼 함장인 제임스 커크가 중심이 되어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4. F1 AU로 레이엔 스팍과 신인 드라이버 커크. 안전 지향 레이싱을 추구하는 스팍과 도박 같은 모험도 불사하는 커크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며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스포츠 로맨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팀 엔터프라이즈의 우승 도전기!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삼각관계가 취향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배배 꼬인 것이 전부 흥미진진해. 게다가 전부 단편으로는 소화가 안 될 스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본 건 많아서 꿈은 크다. 사람이 주제를 알아야 하는데… 이게 다 나 같은 애도 팬픽을 써 볼까 생각하게 만드는 스팍커크 때문이다.

[스팍/커크 영픽 추천] You Are the Light That’s Leading Me

You Are the Light That’s Leading Me by IvanW
35181 words

엄청난 성실함과 다작으로 스팍커크 영픽계에 끊임없이 불을 지펴 주시는 IvanW님의 글이다. 아주 훌륭한 앵슷 ㅠㅠㅠㅠ 발췌 번역은 앵슷으로 가득한 9장을 옮겨 보았다.

“이 장은 앵슷합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취향이 아니라면 이 장을, 아니 이 소설 자체를 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장의 제목은 Gnash의 노래 “I hate U, I Love U”에서 차용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니 기회가 닿는다면 곡 전체를 들어 주세요. 스팍커크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래도 들어야지.

Feeling used but I’m still missing you
And I can’t see the end of this
Just wanna feel your kiss against my lips
And now all this time is passing by
But I still can’t seem to tell you why
It hurts me everytime I see you
Realize how much I need you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네가 그리워
끝이 보이지 않아
그저 너와 입을 맞추고 싶을 뿐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네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널 볼 때마다 아픈 이유를
네가 없으면 안되는 나니까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하는 내가 끔찍해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구보다 네가 소중해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원하는 내가 끔찍해
넌 그녀를 원해 넌 그녀가 없으면 안 돼
하지만 난 그녀가 아니잖아

I miss you when I can’t sleep
Or right after coffee
Or right when I can’t eat
I miss you in my front seat
Still got sand in my sweaters
From nights we don’t remember
잠이 안 올 때면, 커피를 마신 뒤면
밥을 먹지 못할 때면 네가 그리워
내 앞자리에 앉은 네가 그리워
내 스웨터에는 아직 모래가 남아 있어
우리는 기억도 못하는 밤에 묻은 모래

Do you miss me like I miss you
Fucked around and got attached to you
Friends can break your heart too
And I’m always tired but never of you
내가 널 그리워하는 것처럼 너도 날 그리워하니?
흥청거리고 다녀도 결국 네게 돌아가던 나
친구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해
모든 것에 쉽게 질리는데 너만은 그렇지 않아

If I pulled a you on you You wouldn’t like that shit
I put this reel out but you wouldn’t bite that shit
I type a text but then I never mind that shit
I got these feelings but you never mind that shit
내가 너처럼 굴면 넌 싫어했을걸
내가 낚싯대를 던져도 넌 끌려오지 않았을 거야
문자를 보내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내 이런 감정에 넌 관심도 없지

Oh Oh keep it on the low
You’re still in love with me
But your friends don’t know
If you wanted me you would just say so
And if I were you I would never let me go
비밀로 해
네가 아직 날 사랑하는 걸 네 친구들은 모르잖아
날 원하면 그렇다고 말해
내가 너였다면 날 보내지 않았을 거야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하는 내가 끔찍해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구보다 네가 소중해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원하는 내가 끔찍해
넌 그녀를 원해 넌 그녀가 없으면 안 돼
하지만 난 그녀가 아니잖아

I don’t mean no harm
I just miss you on my arm
Wedding bells were just alarms
Caution tape around my heart
피해를 주겠다는 게 아니잖아
내게 안겨 있던 네가 그리운 거야
결혼식을 알리는 종소리는 경고를 하고
내 심장에 접근 금지 표시를 했어

You ever wonder what we could have been
You said you wouldn’t and you fucking did
Lie to me lie with me Get you fucking fix
Now all my drinks and all my feelings are all fucking mixed
우리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 않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잖아
내 곁에 누우면 괜찮아진다고 거짓말을 해 봐
이젠 술에 취한 건지 감정에 취한 건지도 모르겠어

Always missing people that I shouldn’t be missing
Sometimes you gotta burn some bridges
Just to create some distance
난 늘 그리워하면 안 되는 사람들을 그리워해
넌 그저 거리를 두겠다는 이유로
관계를 끊어 버리잖아

I know that I control my thoughts
And I should stop reminiscing
But I learned from my dad that it’s good to have feelings
추억은 그만 접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건 알아
하지만 아버지는 감정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고 했는걸

When love and trust are gone
I guess this is moving on
Everyone I do right does me wrong
So every lonely night I sing this song
사랑도 신뢰도 사라졌으니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거겠지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 날 아프게 해
그래서 외로운 밤이면 난 이 노래를 불러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하는 내가 끔찍해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구보다 네가 소중해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원하는 내가 끔찍해
넌 그녀를 원해 넌 그녀가 없으면 안 돼
하지만 난 그녀가 아니잖아

All alone I watch you watch her
Like she’s the only girl you’ve ever seen
You don’t care you never did
You don’t give a damn about me
Yeah all alone I watch you watch her
She’s the only thing you’ve ever seen
How is it you never notice that you are slowly killing me
나는 쓸쓸히 여자를 처음 본 것 같은 눈으로 그녀를 보는 널 바라봐
넌 관심도 없지 늘 그랬잖아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잖아
그래, 난 쓸쓸히 널 바라봐
네 눈에 보이는 건 그녀뿐이잖아
네 그런 모습에 서서히 죽어가는 날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니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하는 내가 끔찍해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구보다 네가 소중해
네가 끔찍해 널 사랑해
널 원하는 내가 끔찍해
넌 그녀를 원해 넌 그녀가 없으면 안 돼
하지만 난 그녀가 아니잖아

진짜 스팍커크 같은 노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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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6장: 열일곱 살 -3-)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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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은 두 사람이 캠퍼스에 올 때처럼 돌아갈 때도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짐의 캠퍼스 투어 종료 30분 뒤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사무실을 떠나려는데 비가 쏟아졌고 동료가 우산을 권했지만 받지 않았다. 고작 비였고 어차피 집에 돌아가면 제복을 세탁할 생각이었으니까. 스팍은 아카데미를 향해 걸었고, 비를 가릴 처마가 없으면 가볍게 뛰었다. 짐과 만나기로 한 동쪽 뜰 앞 복도에 도착했을 때 스팍은 누가 봐도 흠뻑 젖어 있었다.

 

스팍이 뜰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짐이 눈에 들어왔다. 짐은 반대쪽 벽에 몸을 기댄 채 건물 벽을 따라 이어지는 인도를 덮는 차양 아래 서 있었다. 그래도 짐 역시 비를 맞은 뒤였다. 흰 셔츠가 들러붙어 얼핏 살이 비치고 머리카락도 물에 젖어 반짝였다. 웬 남자가 뜰을 등진 채 짐에게 과하게 접근해 있었다. 대머리에 염소 같은 수염이 난 남자는 짐보다 적어도 열 살은 많을 터였다. 남자는 붉은 생도복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깝긴 해도 그저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라고, 자신이 가는 동안 짐에게 별일이 있겠느냐며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스팍이 다가가자 남자는 짐의 어깨 위 벽을 양 손으로 짚으며 짐을 몰아 붙였다. 스팍의 민감한 청력이 저질스러운 말투로 늘어지는 남자의 말꼬리를 잡아챘다.

 

“…그리고 내 책상에 엎드린 널 꼼꼼히 검사…”

 

남자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스팍이 두 사람 근처까지 내달려 남자를 세게 밀쳐내자 남자는 비틀거리다 바닥에 나뒹굴며 오른쪽 어깨를 부딪쳤다. 스팍은 즉시 지키듯 짐과 남자 사이에 서서 사납게 내뱉었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미성년자 추행 행위로 고발하지.”

“넌 뭐야?”

 

남자가 주먹을 쥐고 벌떡 일어나며 짜증을 냈다. 건장하긴 했지만 화가 난 벌칸인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넌 뭔데 이딴 식으로 사람을 쳐?”

“내가 의미도 없는 말을 하는 것 같나?”

 

대답하는 스팍의 목소리는 억양 없이 차분했지만, 눈빛은 서슬이 퍼랬다.

 

“즉시 이 자리를 떠나도록. 또한 앞으로 이 소년에게 말을 걸 경우 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즉시 당신을 장교직에서 물러나게 할 거야.”

 

남자는 화를 감추지 못한 채 입을 떡 벌리고 스팍이 방금 내뱉은 협박을 실제 가능케 할 수 있는지 가늠했다. 그러나 남자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스팍의 팔꿈치를 잡아 끄는 손이 있었다. 스팍이 반쯤 짐을 돌아보았다. 스팍은 자신의 말에 짐이 동의할지의 여부는 미처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분명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짐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스팍, 괜찮아.”

 

이어서 짐은 남자를 향해 윙크했다.

 

“나중에 보자고, 컵케이크.”

 

그 별명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분명 짜증이 난 듯 했다. 짐이 스팍의 팔을 반대쪽으로 가볍게 당겼다. 두 사람은 길을 따라 걸으며 자리를 이동했고, 스팍을 걷게 하느라 짐의 팔은 스팍을 숫제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시 빗속을 걷기 시작했을 때에야 스팍은 조금 정신을 차렸다. 스팍은 짐이 화가 났을 거라고 반쯤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방금 그 남자의 행동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짐은 기분이 조금 좋기라도 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말하는 건데, 어쨌든 난 그 사람이랑 뭘 하진 않았을 거야. 전혀 내 취향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강한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해도 네가 있는데 뭘.”

 

짐의 웃음소리에 짐이 닿아 있던 스팍의 팔 어딘가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

 

스팍이 뻣뻣하게 물었다.

 

“넌 괜찮아?”

“다 젖어서 그렇지 괜찮아.”

 

스팍은 짐을 돌아보지 않았다. 보지 못할 이유가 차고 넘쳤다. 두 사람은 흠뻑 젖은 채 말 없이 전송기로 돌아왔다.

 


 

짐을 데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기 오 분 전, 방에서 스팍의 개인 통신기가 울렸다. 스팍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사람은 짐밖에 없기에 스팍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통신기를 받았다. 당연하게도 짐이었다.

 

“난데, 오늘은 늦게까지 일하니까 아직 데리러 오지 마. 알았지?”

“그럼 집에는 언제 올 거야?”

 

스팍은 못마땅했다.

 

“내가 연락할게.”

“그래. 조심해.”

 

평소 통신 종료시에 하는 말은 아니지만 짐이 언제까지 외부에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적절한 말처럼 들렸다.

 

통신기 너머로 짐이 웃었다.

 

“그래. 나도 사랑해.”

 

통신기의 삐 소리가 통신이 끝났음을 알렸다. 스팍이 통신기를 닫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만약을 대비해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스팍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저녁을 치웠다. 샐러드는 냉장고에 넣고 사모사는 다시 데워야 했다. 정리를 마치고 가장 최근에 개발한 프로그램을 위한 계산에 몰두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스팍은 슬슬 걱정이 됐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아래층으로 향했다. 짐에게 연락이 오면 즉시 출발할 수 있도록 차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도 같았다. 그래서 스팍은 거실로 걸어가 짐이 주중에 흐트러뜨리고 마는 물건들을 정리했다. 이를 테면 소파 위에 걸린 그림이나 소파 뒷벽 선반에 놓인 책 같은 것들을. 소파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있는데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 왔다. 멀어지는 엔진 소리가 아니라는 게 특이했다. 엔진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이어서 현관문이 열리고 짐이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스팍!”

 

스팍이 거실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하니 가방을 바닥에 던지며 손짓하는 짐이 보였다.

 

“나와!”

 

못마땅하지만 조금은 궁금해진 스팍은 짐의 말대로 짐을 따라 문 밖을 나섰다.

 

계단 앞에 호버크루저가 세워져 있었다. 스팍이 혼란해하며 짐을 바라보자 짐이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샀어. 멋있지? 내가 여기까지 운전해서 왔어. 죽이지. 좋아 미치겠어.”

 

말을 마친 짐은 스팍이 볼 때 여자 앞에서나 보여주던 ‘강아지 눈’을 하고 호버크루저를 바라보았다.

 

스팍이 얼핏 봐도 괜찮은 호버크루저는 아니었다. 분명 구형 모델이었고 사용감도 있는 데다 드문드문 수리한 흔적도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에 비하면 매끈하고 반짝이는 데다 초현대적이었다. 게다가 짐은 늘 탈것에 관심을 보였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안하기도 했다. 그 성능에 상관없이 탈것은 위험하고 짐이 조금 난폭하게 운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만한 나이도 됐고 면허증도 있으니 원칙적으로 스팍이 말릴 수도 없었다. 어차피 말리기에는 짐이 너무 행복해하기도 했다.

 

“내가 시내까지 태워다 줘도 돼? 제발.”

“왜?”

 

짐의 말에 스팍이 되물었다. 스팍은 시내에 갈 일이 없었다.

 

“이유가 뭐든. 그냥 운전하고 싶어.”

“집까지 운전해서 왔잖아.” “ 태운 채로 운전하고 싶다고.”

 

스팍이 그 기분을 이해한 건 아니지만 짐의 표정을 통해 짐에게는 참 중요하다는 게 전해졌다. 그래서 스팍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호버크루저가 1인승으로 보이긴 했다.

 

짐이 활짝 웃더니 즉시 호버크루저에 올라탔다. 짐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뒤에 타서 날 잡아.”

“다른 사람을 태워도 되는 거야?”

“응. 2인승이야. 타.”

 

짐이 몸을 숙여 높게 솟은 뒷자리에 더 넓게 공간을 만들었다. 자신이 아닌 짐의 안전을 염려하며 스팍이 짐의 말대로 높이 솟은 뒷자리에 앉았다. 등받이가 없어 어색해 하는데 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안 잡으면 굴러 떨어질걸.”

 

스팍이 조심스레 짐의 어깨에 손을 얹자 짐이 웃었다.

 

“아니, 허리를 감으라고. 꽉 잡아. 놓치지 않게.”

 

그래서 스팍은 짐의 팔 밑으로 팔을 넣어 짐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짐의 어깨에 뺨을 대자 가슴팍에 닿는 짐의 검은 인조 가죽 재킷이 따뜻했다. 허벅지 안쪽에 짐의 다리가 닿고, 사타구니가 짐의 궁둥이에 닿았다. 보호자의 자리로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짐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짐이 호버크루저의 시동을 걸자 바람이 바스락거리며 먼지를 일으키고 스팍의 셔츠 밑단이 펄럭였다. 두 사람은 땅에서 몇 센티미터쯤 떠올랐다. 짐이 빠른 속도로 급히 출발하자 스팍이 짐을 꼭 껴안았다.

 


 

“일어나. 일어나, 스팍.”

 

스팍이 몽롱한 정신으로 꿈에서 깨어나며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굳혔다. 자신이 소파 위라는 것을 깨닫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스팍은 짐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은 현재 청바지에 꼭 끼는 셔츠를 입은 채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몸을 굽히고 있었다.

 

단순히 굽힌 게 아니었다.

 

짐은 스팍 위로 올라와 엉덩이로 스팍의 허리부터 사타구니를 깔고 앉아 있었다. 스팍이 상황을 보려 몸을 옆으로 틀어 누우며 팔꿈치를 세워 몸을 일으켰다.

 

“짐…”

 

스팍의 말은 짐의 단호하지만 망설이는 입술에 가로막혔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팍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짐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스팍의 열린 입술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짐의 혀에서는 술 맛이 났다. 짐이 고개를 꺾자 둘의 코가 부딪쳤다. 짐의 입술이 스팍의 입술을 문대고, 짐의 혀가 스팍의 혀를 지긋이 눌렀다. 촉촉하고 술맛이 나는 혀였다. 스팍은 자신을 누르는 짐의 구석구석을 선명하게 느꼈다.

 

.

 

스팍이 갑작스레 짐을 밀쳐냈지만 짐은 여전히 스팍 위에 올라탄 채로 고개만 몇 센티미터 들어 올렸다. 스팍의 손이 짐의 가슴팍에 닿아 있었다. 짐의 거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스팍 자신의 맥박도 너무 빨랐다. 짐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었고 입술은 붉었다. 짐이 술에 취해 웅얼거렸다.

 

“넌 너무 섹시해.”

 

스팍은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말이 폐에서, 뇌에서 빨려 나갔다. 몸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내장이 뒤틀리고 심장이 조이고 뇌는 과부하로 합선을 일으켰다.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스팍은 미치도록 짐을 원한다는 끔찍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잘못된 감정인지 알고 있었다. 스스로가 역겨웠다. 짐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낮고 작은 목소리였다.

 

“처음부터 널 선택한 건 그래서였나 봐. 본부에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어떤 보호자를 원하느냐고 묻는데 네가 그 층을 가로지르는 걸 보고 널 가리켰어. 널 곁에 둬야 한다는 건 알았다… 고 해야 하나.”

 

아침이면 짐은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할 리가 없다. 당황스럽고 이상하긴 하지만 짐은 착각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모든 게 망가질 것이다. 스팍은 자신의 세상 전부가 뒤집혀 버린 뒤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건 너무했다. 스팍이 입을 열었다.

 

“착각이야.”

 

“아니”

 

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여자애랑 데이트를 했는데… 나도 모르겠어. 그냥 여기로 와야 했어.”

 

짐이 또 다시 입을 맞추려 했다. 스팍이 팔꿈치로 막자 짐이 칭얼댔다.

 

“제발. 널 원해… 너도 날 원하는 거 알아…”

 

“이건 부적절한 행동이야.”

 

스팍의 목소리에 화가 실리려 했다.

 

“넌 아직 나이도 어리고 난 네 보호자야.”

“상관없어. 상관없다고. 난 술에 취했고 흥분했으니까…”

 

끔찍한 이유였다. 그게 사실이었다. 스팍의 심장이 뚝 떨어졌다. 아니, 이미 심장은 진작 저 아래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팍은 이런 게 질색이었다. 질색이라는 표현은 스팍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짐이 또 다시 입을 맞추려 하자 스팍이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짐. 안 돼.”

 

짐이 멈췄다. 그 사실에 스팍은 놀랐다. 헤아릴 수 없이 고맙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한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다. 짐이 스팍의 위로 쓰러지며 스팍을 온전히 덮었다. 얼굴은 스팍의 뒤통수에, 가슴은 스팍의 어깨에, 그리고 곧 축 처졌다.

 

일순 스팍은 몸을 굳혔다. 곧 짐이 부드럽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취한 채 잠들면 짐은 코를 골곤 했다. 왜 짐이 취하기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짐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스팍은 그런 게 질색이었다. 이런 게 너무 싫었다. 스팍은 짐을 사랑했다. 이제… 이제 적어도 스팍의 어떤 부분이 그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스팍은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팍은 자리에 앉아 두 팔로 짐을 들어 침대로 옮겼다.

 

자고 있는 짐은 아름다웠다. 순수해 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깨어 있을 때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스팍은 짐을 침대에 잘 뉘이고 신발을 벗긴 뒤 이불을 덮어 주었다. 스팍은 한참을 문가에서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밤 스팍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 =

본격 삽질 시작!!!!! 아아아 ㅠㅠㅠㅠ 백 번 읽어도 좋아 ㅠㅠㅠㅠ 보호 본능이 지나쳐서 자기 자신에게서도 짐을 지키려고 하는 스팍… ㅠㅠㅠㅠㅠㅠ 이 두 캐릭터 진짜 너무 좋은 거 아니니?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