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내 컨디션은 바닥을 쳤다. 비염으로 시작된 감기가 열을 동반한 몸살 감기로 이어지더니 자면서도 기침을 하고 비염은 축농증이 되었다. 항생제가 듣지 않아 항생제 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비인후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에는 부작용을 일으켜서 어쩔 수 없이 항생제 “옆그레이드”를 시도해야 할 정도. 목요일에 뵌 의사 선생님은 하루 전에라도 오지 그랬냐고 안타까워하면서 토요일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오늘도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만약 토요일에도 영 상태가 안 좋으면 또 주사를 맞게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토요일이 바로 H.O.T. 콘서트 D-Day인 오늘이다.
H.O.T. 가 주경기장에서 하는 콘서트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사실 팬들은 비만 오지 말라고 기도했다. 제발 이번만큼은 비 좀 안 맞아보자고. (이 나이에 비 맞으면 입원각)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가을 한파도 오지 않기를 기도했어야 한다 -_-;;;
아무튼 몸이 이래서 움직이는 게 영 힘들었던 나는 엄마에게 콘서트 관람용 간이 방석과 핫팩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약에 취해 뻗어 있다 일어나 보니 웬 큼직한 보따리가 하나 있었다. 크기를 보고는 인심 좋게 함께 가는 친구들 것까지 산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콘서트를 이틀 가니까 엄마가 나 쓸 이틀치 핫팩을 종류별로 준비한 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석 핫팩, 붙이는 핫팩, 주머니 핫팩 각 2개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간이 방석도 2개. (이건 하나만 있어도 되지만 2중으로 깔라고 서로 다른 종류로 2개를…ㅋㅋㅋㅋㅋ)
그 아픈 몸을 이끌고 어딜 가냐고 말리지 않고 그저 따뜻하게 보고 오라고 핫팩을 종류별로 싸 준 엄마의 사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전에도 밤 샌다고 등산양말 챙겨 주던 감각 어디 안 갔다 ㅠㅠㅠㅠ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 나 살아서 돌아올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