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추천] Everything Stays

Everything Stays by coffee666
18,409 words

엔터프라이즈호 기관실에서 입은 사고로 짐은 일시적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짐과 결혼한 지 3년이 된 스팍은 큰 충격을 받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짐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크게 안도한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짐의 기억을 찾기 위해 신 벌칸으로 향하고 그 동안 두 사람은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때처럼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게 왜 또 묵은지처럼 내 북마크에만 있었나. 기억상실증이지만 앵슷 없고 서로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럼…”

짐은 태연하려 노력했다. 어쨌든 술루는 뭐든 물어도 좋다고 했다.

“스팍 말인데… 그 사람은 뭐 할 거래? 그러니까 싱글이야? 정말 끝내주던데.”

술루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해서 짐은 저러다 떨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 소리 왜 안 하나 했네요, 누가 남편 아니랄까봐!”

“그래!?”

– – –

내가 술루라도 배가 찢어지게 웃었겠다. 기억상실증이래서 걱정했더니 그 와중에도 엄청 조심스레 본인의 남편에게 수작 부려볼 생각부터 하다니. 아이고, 상사 둘이 참 뜨겁게도 사랑하네요.

 

 

짐이 고양이의 귀 뒤를 긁어주며 씩 웃었다. 무릎을 통해 전해지는 골골거림이 모든 걸 흐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스팍과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지난 사흘 내내 스팍은 짐이 익숙한 장소들로 데려다 주었다. 내내 둘은 손을 잡고 다녔다. 하지만 짐은 그 이상 진도를 나간다고 생각하면 겁이 났다. 스팍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가끔 다른 사람의 남편과 연애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있었다.

– – –

이 소설 최대의 앵슷.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긴 하다.

좋아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하자

 

빨리 빨리에 지쳐서 좀 더 느긋해지고 싶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매일 시간이 없다고 종종거리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인데, 나만 시간이 없을 리 없잖아.
그러니까, 에라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할 거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행복한 거니까.

Why can't you see
Freedom is sometimes just simply another perspective away?
Who could you be
If your lends was changed for a moment?
Would you still be the same?
- Kutless 'Perspective'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의 가사는 또 어쩜 이렇게 적절한지.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1장 느릿한 시작)

 

화가 안 난다니 어떤 기분이야? 마음이 안 아프다니 어떤 기분이냐고. 널 낳아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복수하고 싶지도 않아?

 

씁쓸한 말이었다. 뭔가 반응해주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스팍에게 악을 쓰긴 했지만 그 악다구니는 스스로에게 고통스럽게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이 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청명한 날에 남자는 그 이유를 내려다보았다.

 

위노나 M. 커크

사랑스런 아내이자 어머니

USS 파라거트 일등 항해사

임무 중 사망

 

“엄마”

 

이 순간 남자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남자는 알았다. 워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남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을 알았다.

 

“나는 네 아버지 뒤를 따를 거야, 지미. 우주에서 죽으면 네 아버지랑 늘 함께 있겠지. 막을 생각은 하지도 마.”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었다. 어머니는 소원을 이뤘다. 블랙홀이 한 때 벌칸이었던 행성 근처를 전부 삼켜버렸고, 시신은 한 구도 찾지 못했다. 내세가 있다면 그게 어디든 위노나 커크와 조지 커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의 부모님은 순직했다. 우주가 이제 남자의 차례라고 하는 날이 온다면, 남자도 그러길 바랐다.

 

남자는 유리로 된 묘비를 바라보았다. 수백 개는 되는 묘비가 있었다. 스타플릿 사관학교 사령부 건물을 둘러싼 작은 공원은 묘지로 변했다. 수개월 전에 전혀 다른 목적으로 벌칸 채석장에서 가져온 돌로 만든 검붉은 기둥은 작은 언덕 위에 의연히 서 있었다. 한 면에는 벌칸어로 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북반구에는 봄이 완연했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해가 내리쬐는 묘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몇몇 아가씨는 나무 옆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남자는 그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지나가다 아무 묘비에 있는 이름을 읽어도 거의 다 남자가 아는 사람일 터였다. 세 줄 너머 다른 급우 두 명 곁에 안치된 명랑한 오리온 아가씨인 게일라와는 몇 번 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남자는 경사진 공원을 내려다보았다. 이때까지 남자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정말 아무런 의미도. 이 모든 사람들 때문에, 벌칸에서 죽은 모든 사람들 때문에 답지 않게도 남자는 우울했다. 이제 현실이 된 사실이 남자를 덮쳤고 조금 두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했다.

 

“커크?”

 

남자가 돌아보았다. 밝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우후라가 손으로 해를 가리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우후라”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몸을 돌렸다. 우후라와 달리 남자는 여전히 붉은 교복을 입은 채였다. 우후라의 왼편에는 검은 정복을 입은 스팍 중령이 섰다. 스팍은 뭐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두운 눈동자로 커크를 바라보았다. 나라다를 파괴한 뒤로 커크는 스팍의 태도가 변했으면 했지만 굳은 스팍의 어깨를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커크가 한 말 때문에 여전히 커크를 목 졸라 죽이려 해도 스팍이 커크 탓을 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커크는 다시 우후라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목이 메었다.

 

“게일라 때문에 많이 힘들겠다.”

 

우후라는 어두운 표정으로 친구의 이름이 새겨진 반짝거리는 유리 묘비가 있는 언덕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너도 게일라랑 친했잖아. 사실 나 조문 온 거야.”

“나도 그래.”

 

우후라가 다가와 커크 바로 앞에 놓인 묘비를 바라보았다. 묘비를 읽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우후라는 눈을 크게 뜨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떡해, 힘내.”

 

커크는 엄마의 묘비를 돌아보았다.

 

“그래, 고맙다.”

 

어깨 너머로 본 스팍의 얼굴에 이해했다는 표정이 스쳤다. 미미한 변화였지만 연민이나 어쩌면 공감을 표하기에는 충분했다.

 

“Tushah nash-veh k’du.”

 

커크는 약간 인상을 구겼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당신과 함께 슬퍼하겠습니다.”

 

스팍이 번역해 주었다.

 

“아”

 

커크가 헛기침을 했다. 과하게 정중한 듯 했지만 벌칸인은 감정적인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고마워.”

 

스팍이 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게일라에게도 내 얘기 해 줘.”

 

우후라를 바라보던 커크가 침묵을 깼다. 우후라는 엷게 웃었다.

 

“그럼 중령, 자네도 이만.”

“네, 함장님.”

 

커크는 두 사람과 헤어졌다. 언덕을 내려가는 커크의 구두에 젖은 잔디가 들러붙었다.

 

 

화가 안 난다니 어떤 기분이야? 마음이 안 아프다니 어떤 기분이냐고. 널 낳아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복수하고 싶지도 않아?

 

스팍이 어렸을 때 많은 아이들이 스팍을 괴롭혔다. 그들은 스팍이 가진 약한 인간성을 결점이라고 했다. 스팍이 가진 모든 유전적, 환경적 문제의 원인이 그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커크, 그러니까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는 그 반대였다. 커크는 스팍이 가진 반쪽짜리 벌칸인을 싫어하는 인간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벌칸 아이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스팍으로선 만난 지 채 하루도 안 된 커크가 그 짧은 순간에 불러일으킨 반응이 그들을 대할 때와 참으로 비슷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시신도 없는 어머니 무덤 옆에 선 커크를 보면서 스팍은 현재 커크에게 가졌던 적개심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 말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였을 뿐 스팍을 상처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나이 든 자신은 말했다. 이제 스팍은 우후라와 언덕을 오르며 그 말들은 커크 자신이 느끼던 고통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씁쓸함이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깊은 분노를 느끼기는커녕 스팍은 어렴풋이 커크에게 공감하고 있었다.

 

“스팍? 괜찮아요?”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스팍은 우후라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물론입니다.”

 

스팍은 잠시 생각했다.

 

“커크 함장님에 대해 얼마나 압니까?”

“잘은 몰라요.”

 

두 사람은 평평하게 다져진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벌칸에 나라다가 나타난 뒤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가 수많은 묘비 한 가운데 새겨졌고 작은 분수가 그 위에 흩뿌려졌다.

 

“내가 알았던 함장님은 그냥 내가 만들어 낸 사람이었나 봐요. 함장님만 관련되면 굉장히 비판적이었거든요.”

 

우후라를 바라보았다. 당당한 여자였다. 우후라는 자신감도 있고 자기 확신에 차 있었다. 우후라도 스팍만큼이나 성공한 사람이었다. 스팍은 우후라가 덮어놓고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후라가 천천히 멈춰 서자 스팍은 생각을 떨쳐내며 두 사람 앞에 놓인 묘비를 내려다보았다. 스팍은 게일라를 한 번 밖에 만난 적이 없었다.

 

스팍이 알기로 커크의 부정을 도운 이가 게일라였다. 게일라는 학적부에는 기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 생도… 함장의 범죄를 증언했다. 다른 생도들이 괴롭히는 와중에도 게일라는 놀랄 만큼 차분했던 오리온 여성이었다. 스팍과 마찬가지로 우후라의 룸메이트인 게일라도 편협하고 비열한 인물들에게 종족을 이유로 괴롭힘 당해서 힘들어 한다고 우후라가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어쩌면, 하고 스팍은 드레스에 풀물이 드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잔디에 무릎을 꿇는 우후라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최근 일어난 일들은 ‘인생은 짧다’는 인간의 표현을 설명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커크 함장은 첫인상이 전부인 사람은 아닐지 모르겠다고, 자신이 했던 일을 돌아보니 어쩌면 두 사람 다… 용서 받을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스팍은 생각했다.

 

오늘 밤 스팍은 명상을 할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는, 스팍은 친구를 생각하며 숨죽여 우는 우후라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지키듯 서 있었다.

 

 


수정해 보니 오역이 상당했다. 어쨌든 예전보다 나아졌으면 다행이다. 그만큼 했는데 안 늘어도 문제긴 하지. I’m sorry는 지금도 옮기기 힘든 말이다.

덕질 근황

+ 하루카3은 체험판만 해 보고 정작 소프트가 도착한 이후에는 하나도 못 했다;;;;
안 그래도 플레이타임 긴데 언제 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게임이 죄다 츠미게화 orz

+ 독서 로망 중 하나는 배경이 되는 지역에서 책 읽기. 6월에 홋카이도를 가니까 홋카이도 배경의 책을 읽고 싶은데 내가 아는 건 ‘시냅스의 관’ 뿐이다. 하하하, 가족 여행을 가서 BL을 읽을 순 없잖아 orz 그나저나 분명 책이 있었는데 안 보인다. 한국어라 버렸나? ㅠㅠ 그래서 오랜만에 드라마 씨디 듣는데 코니땅 목소리에 기절하는 줄. 왜 이렇게 좋으니.

+ 이북리더를 샀다. 두 개나.  크레마 사운드는 한글 책 + 열린 서재로 미국 킨들 계정을 연결했고, 중고 킨들 페화에는 일본 아마존 계정을 연결했다. 킨들이 딱 봐도 튼튼하고 동작도 빠릿빠릿하긴 한데 사운드에 비교하면 너무 무겁다.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intro)

There is a Reason by TheSeabear
57425 words

 

이 팬픽을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스팍커크 영픽 번역 블로거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2014년 5월에 시작해서 같은 해 8월에 완역. 참 부지런히도 했다. 다크니스를 볼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팬픽이다.

+ Tistory에서 보기


There is a Reason 01

놀이터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내 덕질은 얕고 넓어서 덕질하는 게 너무 많은데 결혼하면 이 덕질 다 내려놓는 거 아닐까?”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니가 덕질을 내려놓다니. 그런 가능성 0.1퍼센트도 없는 소리를…”

그래서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아직 워드프레스가 어렵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