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덕후라지만 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보는 영어는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내 첫사랑인데, 일로 만나니까 애정은 무슨 ㅠㅠㅠㅠ 그럴 땐 일본어를 본다. 외국어 모드 중에서도 영어만을 사용해 달리느라 부릉부릉 씩씩거리던 뇌가 일본어로 기어 변경을 해 주면 신기하게도 잠잠해진다. 책을 읽어도 좋고 노래를 들어도 좋고. 짧은 문장을 번역해도 좋다. 문자가 달라서인지 외국어를 본다는 점은 마찬가지인데도 잠시 숨고르는 효과가 있다.
그런 숨고르기의 일환으로 하루카 노래를 듣는데 어쩐지 스팍커크가 떠올라서 옮겨 봤다.
머나먼 당신 곁으로…
아득한 시공을 넘어 만난 당신
늘 당신만을 찾았어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쓰러질 것 같다면
운명마저 멈출 때까지 이곳에 있을 테니까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바라만 보았지
해맑은 그 눈동자가 무척 아름다웠으니까
잊을 뻔했던 감정이 갑자기 흘러 넘쳐서
눈물이 되어 흘러내려
빛을 발하며
영원히 곁에 있어줘
소중한 사람
당신만을 계속 찾았어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을 헤치고 만났으니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당신의 몸도 마음도
태어난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지금 살아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서툴러도 괜찮다고 받아들여 주었으니까
나라는 존재가 조금쯤은 좋아졌거든
아득한 시공을 넘어 만난 당신
늘 당신만을 지키고 싶어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쓰러질 것 같다면
운명마저 멈출 때까지 이곳에 있을 테니까
이제 다시는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영원히 곁에 있어줘
소중한 사람
당신만을 계속 찾았어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을 헤치고 만났으니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당신의 몸도 마음도
이대로 꼭 안아줘
하루카 노래 가사는 한자 위에 루비를 따로 달아서 두 가지 의미를 표현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가사도 그렇다. 시리즈 타이틀에 있는 時空을 とき라고 읽을 때부터 (그러니까 처음부터) 시작된 전통. 내가 여기서 ‘몸도 마음도’라고 옮긴 부분 역시 身心이라고 쓰고 すべて라고 읽게 되어 있다. 옮기는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일본어를 안다면 두 가지를 즐길 수 있어 하루카 가사를 옮기는 건 늘 재미있다.
刹那さが止まるまで
운명마저 멈출 때까지
들으면서도 늘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가던 부분이었는데 ‘刹那’가 단순히 찰나, 순간이라면 의미가 통하지 않아서 조금 찾아봤다. ‘찰나’는 불교에서 온 단어로 극히 짧은 순간을 가리키지만 생애 전체를 가리킬 때도 ‘찰나’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삶이 윤회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생애 전체도 그저 지나가는 짧은 순간인 거겠지. 그래서 저렇게 옮겨 보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해석일 뿐 정답은 아니다.
또 하나, 어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개미 눈곱만큼 노력해 보았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같다고 하지만, 경험 상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더라. 영어를 옮길 땐 어순에 연연하지 않는데 일본어라고 본래의 어순을 벗어나지 못할 건 뭔가. 그래봤자 외국어는 외국어인데. 그렇게 생각한 뒤로 일본어 번역이 좀 더 재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하면 함정에 빠지기 쉬운 건 역시 일본어. 이번 가사에서 어순에 얽매이지 않고 옮긴 부분은 여기.
君だけをずっと探し続けていた
늘 당신만을 찾았어
사실 이 문장을 옮기면서 고개를 갸웃하긴 했다. ずっと랑 続けていた를 같이 쓰면 의미 중복 아닌가? 하면서. 여태 아무 생각 없었지만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계속 신경 쓰인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하루카노래ㅠㅠ네요
학창시절을 불태웠던 덕질이었는데ㅋㅋㅋ여기서 보니 반가워요 모든 앨범을 모으고 노래도 한때는 다 외웠었다지요ㅋㅋㅋ
전 스타트렉 세계관과 팬픽션에서의 스팍과 커크가 어떤 평행세계에서도 함께한다는 설정이 너무 좋습니다 ㅠㅠ 언제 어느곳에서도 둘은 필히 만날 운명. 둘은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라는 설정이ㅠ 매번 설레요//
+ずっと探し続けた는
말씀하신대로 의미중복이 있네요 그런데 일본 방송이나 애니에서 저 표현이 함께 쓰이는 걸 보면 구어체 표현으로 쓰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생각없이 노래 들었었는데 역시 언어 하시는 분은 다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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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도 반갑습니다!!!!! 저도 하루카3 토모모리 엔딩을 보느라고 하얗게 불태웠지요 ㅋㅋㅋㅋㅋㅋㅋ 하루카3은 안 그래도 플레이타임이 길어서…orz 노래를 다 외우진 못하지만 지금도 종종 듣습니다 ㅋㅋㅋㅋ 뽕기 충만한 게 취향이라 /// 사실 이번에 하루카3 얼티밋도 샀는데 시간이 없어서 츠미게 상태예요… 어른 되면 덕질하라는 건 다 거짓말입니다. 어른 되면 덕질할 시간이 없습니다 ㅠㅠㅠㅠ
저 역시 어떤 평행세계에서도 스팍커크가 함께 한다는 설정이 정말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상호보완적인 존재라는 점이 아… 담백해도 좋고 뜨거워도 좋고 그냥 둘이 같이 있으면 좋아요 ㅠㅠㅠㅠ 이 노래 가사에서도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점이 스팍커크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그런 것은 이 둘에게 제약이 아니라는 게 /// 머릿속에 있는 것을 써낼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의미 중복인 부분은 저도 그냥 들었는데 막상 번역하다보니 어라? 했던 부분이에요 ㅋㅋㅋ 사실 의식 안 하면 한국말도 엉망진창인걸요 ㅋㅋㅋㅋㅋ 뭐, 사실 ‘정말 계속 찾았다’는 강조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찾아주시고 덧글 달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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