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스팍: 그분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사님의 유업을 잇기로 마음 먹었죠. 신 벌칸에서요.

본즈: 스타플릿을 떠난다고? 짐이 뭐라고 할까? (What will Jim have to say about that?)

스팍: 말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I could not find the time to tell him

본즈: 결코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아, 너 없으면 걔가 뭔 짓을 할지 상상도 안 돼.

 


스타플릿을 떠나기로 결심한 걸 짐에게 말 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 뒤 스팍의 표정. 애틋하다, 애틋해. 비욘드의 스팍은 인간적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섹시한 건 비기닝의 스팍이지만, 짐을 만나 인간적인 면을 배우면서 점점 이렇게 변해 갔다 해도 납득이 된다. 상대적으로 까불거리고, 쉽게 욱하던 짐은 훨씬 냉철해져서, 비욘드에 이르러서는 선원을 모두 잃게 한 미끼 외계인(이름이 뭐더라;)을 일찌감치 의심하고도 끝까지 태연했고, 마지막 순간에도 차갑게 분노했다. 오히려 냉소했지. 크롤 앞에서도 악을 쓰며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살인의 무게를 지고 사느니 살인을 막고 죽겠노라고 담담하게 선언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비기닝부터 비욘드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다른 선원들이 본래의 자기 색을 거의 잃지 않은 가운데, 이 둘만 유난히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 눈에 띈다.

 

여담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본즈의 대사는 좀 이상하다. 스타플릿을 떠나겠다는 스팍의 결심을 ‘짐은 당연히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 대사. 짐과 스팍, 스팍과 본즈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 상황에서 ‘짐은 뭐래?’라고 묻는 게 맞지 않나? 내가 영어를 잘못 들은 건가?

 

비욘드를 다시 보는데, 유난히 애틋한 스팍의 표정에 급 스타트렉 포스팅을 해 봤다. 내일은 자체 휴일로 정하고 빌려둔 책을 읽기로 했다. 사 놓고 안 읽은 책이야 어디 가지 않으니 느긋하게 읽는다고 쳐도, 빌려놓고 안 읽은 책은 분발해야 쓰겠다. 크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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