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추리소설을 읽으면 잠이 잘 와서 오늘은 조세핀 테이의 ‘루시 핌의 선택’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초반에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구절이 인용되는데 이게 나도 익숙한 구절이었다.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네’
이거…?!
H.O.T.의 팬이었다면 (아마) 익숙할 텐데 혹시나 싶어 예이츠 시의 전문을 찾아보았다.
The Cloths of Heaven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W. B. Yeats
나 가난하여 가진 건 너 하나뿐이었네
그대 발밑에 내 꿈을 모두 다 깔았으니
사뿐히 밟으시길 내 꿈 밟고 가는 이여
– H.O.T.의 Natural Born Killer 중
맞네,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이츠의 시가 인용된 이 부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내가 덕질을 안 했으면 예이츠의 시를 찾아볼 리가 없는데 덕분에 내가 시를 읽네. 그것도 영시를. 세~상에. 오늘도 내 인생에 덕질은 이롭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나저나 모기 때문에 잠자긴 틀렸다. 젠장.
날씨가 증말 개 헬이에요 T.T
“덕질로 풍성해지는 잡지식”이라는 제목이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저도 영시를 읽을 위인이 아닌데
덕질하다가 알게된 영시를 아직도 외우고 있지요 😀
–
T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William Wordswor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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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예년보다 덥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 올해도 같은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밤 늦게 귀가하며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꼈는데 집에 오니 온 몸이 땀범벅이라 기온을 보니 29도더라고요?! 와…
전 암기에는 영;;; 약해서 덕심이 넘쳐도 뭘 외우지는 못하는데 대단하세요!! 예전에 접했던 워즈워스의 시도 참 서정적이었다는 어렴풋한 인상이 있는데 이 시도 참 아름답네요. 시력을 잃은 뒤에도 자신에게 남겨진 언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던 보르헤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실명한 뒤 실락원을 썼다는 밀턴이 생각나기도 하는 그런 시예요. 좋은 시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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